“―포장 끝! 쿠로사키군이 좋아하겠지?”
환한 달빛만큼 빛나던 그녀의 표정과 활기찬 목소리를 끝으로, 왠지 모를 불안감에 지금까지 지붕 위에서 몰래 듣고 보던 그는 다음날을 예상하며 고개를 떨궜다. 아, 나는 이제 죽었구나.
2월 14일, 행복하지만 지옥 같았던 그날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
valentine day_제가 많이 좋아하는 완두님을 위하여.
「Point of view : Kurosaki Ichigo」
Written by. 월화비월
“쿠로사키군, 어서 먹어 봐!”
“하하, ……그래.”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의 상자에 담긴 아기자기한 모양새의 맛있어 보이는 자태를 풍기고 있는 초콜릿들. 그리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저에게 상자를 들이밀며 권하는 그녀. 하지만 나는 그저 어색한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음식을 맛본 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제저녁 그녀가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본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신을 위해 정성스럽게 초콜릿을 만들어 주는 그녀에게는 정말로 고마웠지만, 초콜릿을 만들 때 들어가서는 안 될 재료를 넣던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소름이 돋았다. 대충 예시를 들자면 곤약, 마요네즈, 양파…… 등등. 그것들을 보고도 어찌 지금 자연스럽게 초콜릿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겠는가. 오히려 멀쩡함을 뛰어넘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초콜릿의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안 먹을 거야?”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큼지막한 눈은 여전히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계속 먹겠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시선을 피하는 내 행동에 섭섭했는지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강아지 같은 눈망울에 나는 결국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무거웠던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저절로 꿀꺽, 침이 삼켜진다. 어느새 집은 초콜릿에 시선을 두다가도 잠시, 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해맑은 웃음에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초콜릿을 입 가까이로 옮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입, 깨물었다. ……오, 이번엔 꽤 괜찮은―.
“어때? 맛있어?”
“응, 이노우에. 맛있, ―욱!”
입안에 있는 것을 씹으면 씹을수록 그녀를 바라보면서 차마 어떤 말을 못하고 그저 바람 빠진 웃음소리만 흘리기도 잠시, 나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툭. 구역질을 참는 데에 정신이 팔린 탓에, 어느새 내 손에서 나가떨어진 잇자국이 선명하게 난 초콜릿 조각은 쓸쓸히 찬 바닥에 자리했다.
“쿠로사키군!”
금세 얼굴이 잿빛으로 변해서는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내게 바짝 다가와 걱정스럽게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는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왜 나는 그녀의 특이한 식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걸까. 그녀의 음식을 맛있게 먹던 란기쿠씨가 부럽다.
“……나는 이것보다는.”
“……!”
“이쪽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일순간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따스한 입술의 감촉에 그녀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얼굴을 붉힌다. 나는 이 기세를 몰아 씩,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 끌어당겨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리고 상자를 저 멀리 밀어 보냈다.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그녀의 입술을 음미하며.
*Fin.
「완두님 요청대로 블온 후 곧 있을 발렌타인데이를 생각하며! 완두님☆이치히메★개인지 정말 축하드려요! 꼭 완판하시길 바라요! 제가 완두님 많이 좋아해요♥ ―월화비월(@Moon_m0406)드림.」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6.01.20)
*수정(20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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