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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

*트위터에서 푼 썰을 기반으로 쓴 글입니다.

 

*수위가 다소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가능한 만 18세 이하인 분들은 글을 보는 것을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카카나루

 

 

 

writter by. 월화비월

 

 

 

*

 

 

 

선생님? 여긴, 콜록, 어쩐, 일이냐니깐요?

 

 

무더위가 한창인 날이었다. 몸을 가만히 내버려 둬도 더워 땀이 주르륵 나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방금 샤워를 한 것 마냥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이것이 복면을 쓴 은발의 사내를 맞이하는 금발의 소년이 개도 안 걸린다는 그 여름 감기에 걸린 원인이었다.

 

 

소년은 최근 밤마다 선풍기를 가장 세게 틀고 잠에 들었다. 이 무더위에 소년이 한 행동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소년이 얇은 이불이라도 덮고 자긴 커녕, 스스로 이불을 발로 뻥 차 던져버리고는 시원하게 배를 깐 채 잠을 잤다는 거였다.

 

바보는 감기도 안 걸린 다더니.’ 저번 여름 때 감기에 걸렸던 제 친우를 실컷 놀린 소년이 들은 말이었다. 소년은 그 당시 불같이 화를 내며 바보라서가 아니라 건강해서라니깐! 사스케, 네가 몸이 약한 거라구!’ 하고 덤벼들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지금, 그 여름감기를 저가 걸리고 말았으니……. 견디기 힘든 더위에 방심한 결과였다.

 

그놈 생각을 하니 안 그래도 열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가 더 아파지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놈은 감기 걸린 저를 보고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고서 한심하다는 듯 그 짜증 나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순간 그것을 상상한 소년이 끔찍하다는 듯 발버둥을 쳤다.

 

……그나저나, 덥다. 분명 더워 죽겠는데, 또 몸이 달달 떨리면서 추위가 느껴진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이중성에 소년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렇게 소년은 오늘 갔어야 할 임무를 취소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모처럼의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름 감기에 걸린 것도 괜찮다 생각하며 평화를 즐기던 중에, 그가 온 거였다.

 

 

몸은 좀 괜찮니, 나루토?

 

 

덥지도 않은지 복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린 그 사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내의 방문에 소년의 얼굴엔 당혹함이 서렸다. 심지어는 말까지 살짝 더듬은 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박깜박,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 선생님은 지금 호카게 집무실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니깐요?!!

 

그게…….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말이야. 잠깐 들렸지.

 

 

소년의 말에 사내가 곤란하다는 듯 뜸을 들이더니, 이내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무리 잠깐 들렸다 하더라도, 호카게의 일을 하다가 때려치우고 왔다는 뜻이었다.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이 이래도 되나,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저가 걱정이 됐다는 말에 소년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발갛게 물들었다.

 

 

 

잠깐, 나루토. 너 갑자기 열이 더 오른 것 같은데...

 

, 우아아악―――!!!!! , 괜찮, 괜찮다니깐요! 어서 들어와서 컵라면이라도 먹고 가라니깐!

 

 

 

사내가 순식간에 얼굴 전체가 발갛게 된 소년의 상태에 놀라며 이마에 제 손을 갖다 대었다. 그러지 않아도 쿵쾅대는 심장에 힘든데 사내의 손이 닿자 소년은 화들짝 놀라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 쳤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명은 덤이었다.

 

흐음. 사내가 뭔가 짐작 간다는 듯 신음했다. , 역시 귀엽네. 사내가 남 몰래 살짝 웃음을 터트리고는,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소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방문이 닫히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보인 사내의 뒷모습이 어째선지 들떠 보인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뜨거웠다. 저를 바라보는 사내의 저 눈빛이. 소년은 쉬지 않고 전력질주를 하는 제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계속해서 저에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사내와의 거리에 소년은 그저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눈치를 봤다.

 

이제는 아예 제 옆에 철썩 달라붙은 사내였다. 소년은 괴로웠다. 너무 행복한데, 그만큼 심장이 고통 받고 있었으며 머리가 어질어질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런 소년을 뜨거운 눈빛과 함께 걱정스럽다는 듯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며 사내가 손을 뻗어 소년의 볼을 쓰다듬었다.

 

사내가 다른 손으로 복면을 내리며 저에게 다가온다. 자칫 조금만 움직여도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소년의 움직임이 멈췄다. 숨도 함부로 쉴 수 없었다. 사내의 눈을 마주하던 소년은 견딜 수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둘은 서로의 향기에 취하고 있었다. 이 무더운 날씨보다 더한 뜨거움을 두 사람은 느꼈다.

 

소년의 이마에서부터 땀 한줄기가 주르륵 흐르더니 곧 소년의 뺨을 만지던 사내의 손에 닿는다. 촉촉한 느낌에 그곳에 잠시 시선을 둔 사내가 다시 소년만을 제 눈에 담았다. 사내는 조심스럽게 소년의 뒷덜미에 손을 가져다 놓더니, 순식간에 소년의 입술을 덮쳤다.

 

깜짝 놀란 소년이 사내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몸을 뒤로 빼내려 했다. 허나 사내가 소년의 뒷덜미를 감싸 잡은 건 이렇게 소년이 빠져나가려 할 것을 대비한 행동이었기에, 소년은 조금도 사내의 품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오히려 발버둥을 칠수록 제 뒷덜미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 사내의 품 속에 더 깊숙이 파고들어져 갈 뿐이었다.

 

사내는 소년의 뒷덜미를 받치지 않은 다른 팔을 이용해 소년을 제 품에 꽉 껴안고서 키스를 이어갔다. 먼저 소년의 치열과 잇몸을 곧게 핥은 사내는 잠시 쉬지도 않고 혀를 빨아들였다. 한참을 그러다 숨을 쉬기 위해 살짝 입술을 떼어내다가도 다시 소년의 입술을 먹은 사내는 입맞춤을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꼭 소년이 지금 쥐고 있는 이성의 끈을 끊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사내는 그것을 이루어냈다. 소년이 저의 목을 감싸 안는다.

 

사내가 만족했다는 듯 씩 웃으며 소년에게서 입술을 떼어냈다. 긴 시간 동안 입을 맞춰왔음을 알려주듯 투명한 실이 곡선을 그리며 두 사람의 입과 입을 연결하다 툭, 떨어진다.

 

하아, ……. 소년이 꽤나 거칠게 호흡하며 사내를 지그시 쳐다본다. 자세히 보니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된 소년에 사내가 아차, 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땀이 식으면 소년의 감기는 더 심해질 터였다. 하지만 이대로 소년을 씻기도 잠에 들게 하기엔 저의 욕망은 이젠 멈출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잠시 고민하던 사내는 곧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능글맞게 웃으며 소년의 두 볼을 어루만졌다.

 

 

 

덥지, 나루토.

 

콜록, 하아.

 

물속에 들어가지 않을래?

 

 

 

………물론, 같이. 사내의 낮은 음성이 소년을 유혹하듯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미 정신이 몽롱해져 사태를 파악하기 힘든 소년은 고개를 쉽게 끄덕였다. 소년의 응답에 사내가 다시 입을 깊숙이 맞춰가며 가볍게 소년을 안아들었다.

 

 

 

 

 

 

 

 

 

하읏.

 

 

 

첨벙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소년의 가느다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미적지근한 물이 담긴 욕조에 실 오가리 하나 걸치지 않고 서로 딱 붙어 앉아있는 것은 두 사람에게 더 큰 욕망을 불러일으킬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소년을 제게 완전히 기대게 하여 앉힌 사내는 한치의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소년의 몸 이곳저곳을 탐했다.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소년의 목덜미를 살짝 깨문 채, 한 손으로는 소년의 허벅지를, 다른 한 손으로는 소년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 생님, , 잠깐………!

 

 

 

급기야 사내의 손이 소년의 사타구니 근처로 향하자, 소년이 다급하게 사내의 팔을 잡으며 소리쳤다. 그러나 사내는 소년의 두 팔을 한 손으로 쉽게 제압하고는 소년의 성기 주위를 자극하며 애를 태웠다. 부끄럽지만 차라리 그것을 잡고 흔들어주기를 원한다고, 소년이 얼굴을 잔뜩 붉히며 생각했다.

 

 

 

선생님, 제발, 흐윽, 카카시 선생, ……. .

 

 

 

소년이 애원하며 신음했으나, 사내는 원하는 대로 해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계속 소년을 애태웠다. 잠시 그것을 툭, 건드리다가도 소년의 사타구니를 원 그리듯이 쓰다듬었으며, 소년이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일 때쯤이면 키스를 해 다시 정신을 못 차리도록 유도했다.

 

이제는 아예 소년이 눈물을 글썽이며 사내의 몸에 기댄 채 몸을 축 늘어트렸다. 물의 차가움 사이로 뜨거운 무엇인가가 움찔, 움찔, 하고 제 허리에 닿고 있었다. 잠시 입맛을 다신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나루토.

 

선생님, , 기분이 이상하다니깐요……. , 어서, 아흑, 미치겠다구요…….

 

네가, 원한 거야.

 

 

 

내가 원한 게 아니라, 네가. 사내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소년이 고개를 갸웃할 즈음, 갑작스러운 사내의 행동에 소년은 헉 소리도 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사내가 소년의 그것을 움켜쥐고는 거세게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연이어 한 손으로 간단히 소년의 허리를 살짝 들어버리고는, 소년의 아래에 나있는 작고 연약한 구멍에 자신의 크게 부푼 그것을 맞췄다.

 

사내는 천천히 소년의 그곳에 제 것을 끼워 맞춰 넣고 있는 와중에도 소년의 그것을 쓰다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시, 사내가 생각한 대로 소년은 몰아치는 황홀감에 제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내 사내의 것이 소년과 완전히 합쳐진 순간 사내의 손놀림은 빨라졌고, 소년은 크게 신음하며 앞으로 추욱 쓰러졌다.

 

소년이 제 아래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을 알아챈 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참고 참던 제 것이 자유로움을 되찾은 시원함을 느낀 후였다. 곧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소년이 사내의 허벅지를 꽉 움켜지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사내가 소년의 허리를 딱 붙잡고 있는 탓에 소년이 다시 철퍼덕 주저앉았다. 곧바로 철퍽 하는 물소리와 동시에 제 그곳으로 들어오는 찬물의 느낌에 소년은 저의 정신이 떠나려는 걸 간신히 붙잡았다. 사내의 허벅지를 잡고 있던 소년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 잠깐, 잠깐만요, 선생님 지금 뭐하는 거라니깐, ! , ……!

 

 

 

기어코 사내가 제 허리를 움직였다. 사내의 허리 운동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소년의 신음은 점점 더 커져갈 뿐이었다. 여전히 소년이 제 허벅지를 꽉 움켜쥐고 있는 탓에, 살짝 상처가 난 듯 그곳이 쓰라렸지만 이런 자잘한 것은 사내의 허리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자극이 돼 욕실 가득 소년의 신음이 울려 퍼지게 됐다.

 

소년의 허리가 활처럼 휜다. 제 몸 안으로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동시에 느껴져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힘들었다. 어느새 사내와 마주 본 자세로 사내의 목에 제 두 팔을 걸고 사내에게 제 몸을 완전히 맡기는 게, 현재로서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로 자신이 이상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조금씩 아팠던 게, 이제는 고통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계속 느껴지던 이물감이 더, , . 더 큰 자극으로 다가오기를 소년은 바라고 있었다.

 

사내의 허리가 점점 더 빨라졌고, 소년이 두 눈을 꼭 감은 채 사내의 목덜미에 제 고개를 파묻었다.

 

 

 

, ! 흐윽, . 카카시, , , 하아, 선생님, 흐으!

 

 

 

사내의 허리 움직임과 비례하는 소년의 고조되는 신음은 사내의 커질 대로 커진 욕망을 더욱 자극했고, 사내는 소년의 입에 제 입을 맞추며 마지막 가속도를 가했다. 소년과 사내에게서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큰 욕망이 알 수 없는 속도로 차올랐고, 그 끝을 달리고 있었다.

 

 

 

―――――.

 

 

 

가장 야릇한 소년의 신음이 욕조뿐만 아니라 집안 전체를 크게 울렸다. 촤아악, 하고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욕조 안 담겨있던 물들 역시 출렁이며 밖으로 쏟아졌고, 두 사람은 크게 숨을 고르며 그대로 서로 껴안은 채 욕조에 몸을 기대 눕혔다.

 

방금까지 욕정에 시달렸던 탓에 얼굴이 발그레하긴 했지만, 그래도 시원한 물속에 한동안 있었었기 때문인지 소년의 체온이 살짝 낮아졌음을 사내가 느끼고는 만족한 듯 씩 웃더니 소년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춘다. 이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소년이 정신을 차리고는 방금 전까지의 생생한 기억들에 부끄러워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사내가 소년을 안아들고는 그대로 욕실을 나선다. 제 머리에서부터 뚝, , 떨어지는 물기를 사내가 닦아주고 있는 와중에도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소년에, 얼굴이 보고 싶었던 사내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소년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중에 또, 같이 물속에 들어갈까?

 

………선생님!

 

이제야 얼굴 보여주네. 토마토 같은 게 귀엽다니까.

 

진짜, 진짜……! 변태냐니깐요……….

 

 

사내의 말에 소년이 크게 반응하며 소리쳤고, 아파서 발갛게 된 것과는 확연히 다른 시뻘건 얼굴로 저를 쳐다보는 소년에 사내가 미소 지었다. 그대로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자, 소년이 고개를 푹 숙인다. 귀까지 붉어진 모습이 사랑스러웠음에, 사내는 물기를 닦아주다 말고 제 품에 소년을 꽉 껴안았다. 다시 한 번 소년의 귓가에 제 할 말을 간지럽히는 걸 잊지 않고서.

 

 

 

그럼, 지금 다시 같이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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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나루히나

written by. 월화비월

 

 

 

 

. 드넓은 하늘 위로 잠자리 하나가 내 머리칼을 스치듯 지나갔다. 갑자기 몰아치는 바람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려 방해했다. 하늘로 높이 올라간 잠자리를 쫓기 위해 머리카락 한 움큼을 쓸어 왼쪽 귀에 꽂았다. 그와 동시에 급히 하늘을 향해 눈을 이리저리 굴려보았지만 이미 잠자리는 사라지고 없어진 후였다.

 

. 안타까움의 탄식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는 한 순간 그 잠자리에게 내 감정을 이입시켜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홀로, 이 넓은 들판을 외로이 지나가는 잠자리가 나와 같다고 생각해버렸다. 마치 나와 같은 처지라고. 그저 그 사람을 동경하여, 또한 동경 이상의 감정으로 등만 바라보며 쫓던 나와 같은 처지라고. 갑자기 씁쓸해진 마음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텅 빈 마음이 씁쓸함으로 가득 찬다. 무겁다. 이 마음이.

 

히나타? 너 거기서 뭐해?”

 

누군가 내 볼을 툭 치며 말을 건넸다. 익숙한 목소리에 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씁쓸함으로 가득 차있던 마음이 어느새 다른 의미로 무거워져 있었다.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얼굴이 보인다. 내 두 눈을 오로지 자신에게로 고정시키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나와 시선을 마주보던 그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말갛게 웃었다. 두 눈이 완전히 접힌 그 사람의 진심이 담긴 미소는 나를 설레게 했다. 얼른 가자며 내 손을 잡고 이끄는 그의 행동에 너무도 수줍어진 나는 얼굴을 이내 붉히며 조심스레 그를 따라 걸었다.

 

다시 한 번 세차게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다시금 왼쪽 귀에 꽂고는 반대편의 하늘을 바라봤다. 푸흐.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넓은 들판 한 가운데에 머물렀다.

 

나루토군.”

? 왜 그러냐니깐?”

좋아해. 많이.”

 

내가 바라 본 그 하늘엔, 잠자리 한 쌍이 행복하다는 듯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훨훨. 그렇게. 그리고 그런 잠자리와 같은 빛깔의 석양빛이, 한동안 그의 얼굴을 비출 뿐이었다.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수정(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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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검

 

 

ㅡ이타사스

written by. 월화비월

 

 

 

 

형은 늘 우수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다방면에서 우수한 인재였다. 나는 그런 형이 부러웠다. 아버지, 어머니의, 그리고 모든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형이, 또 기대를 받는 형이, 매일 매일, 한 시도 빠짐없이 항상 부러웠다. 그러나 그 부러움 속에는 작은 틈이 있었다. 시샘. 내 안의 아주 작은 틈 사이에는, 시샘이란 감정이 깊숙이 박혀있었다. 형이 싫었던 게 아니다. 싫기는커녕, 좋고, 또 좋아서형의 관심을 받고 싶었다. 형은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며, 시샘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나는 형만 보면 좋아 간질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줄곧 수리검을 알려 달라 했다. 아무리 부탁을 하고, 또 가끔씩은 때를 써 보아도, 안타깝게도 형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지만. 용서해라, 사스케. 내 이마를 저의 검지로 장난스럽게 툭, 치면서 살포시 웃음을 입가에 담은 채 다음번을 기약하는 형을 보며, 나는 볼을 부풀리다가도 픽 하고 웃음을 내었더랬다. 그만큼이나 나는 형이 좋았다. 좋았던 것이 분명했다.

 

허나 형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 나는 수리검을 매우 잘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의 도움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일까? 내가, 수리검을 잘 하게 됐기 때문일까. 지금 나는, 검붉은 피가 잔뜩 묻어서는, 급기야 바닥에 뚝, . 피가 흐르는 수리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용서해라, 사스케.”

 

덜덜 떨리는 내 손은 지금 어딜 향하고 있는 것인지. 현재에 난 내 앞에 일어난 일조차 제대로 인식이 안 될 정도의 상황에 처해있었다. 손에 이어 몸 전체까지 덜덜 떨려온다. 내 이마에 닿는 따스한 온기에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다. 형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 형의 몸이 내게 기대어짐과 동시에 수리검이 땅에 추락하며 쇠붙이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 ? 다급하게 흔드는 나의 손이 무색하리만큼 형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간신히 고개만 돌려 눈을 내리깔아 바닥에 떨어진 수리검을 바라보았다.

 

. 검붉은 피다. 아직 굳지 않은, 액체 상태의 피. 그리고 그 피는, 내 두 손에 얼룩져 있는 피와도 흡사했다.

 

. . 아아. 사실은 인지해 버린 나는 머리를 감싼 채 알 수 없는 아우성을 내었다. 나는 그저, 형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바랐을 뿐이었는데. 그것을 솔직하게 말 못하고 수리검 연습을 도와 달라 부탁한 것이 흠이었던 걸까.

 

바닥에 추락한 수리검은, 빛을 반사하며 나를 비추었다. 그곳에서 난, 온 몸에 피를 두르고 있었다.

 

용서해라 사스케.

형은, 내게 무엇에 대해 용서를 구하려고 했을까.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수정(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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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시즈

written by. 월화비월

 

 

 

 

 

*

 

 

 

 

 

여럿 사람의 목소리가 섞여 시끌벅적한 술 집 지붕 아래,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그 중에서도 유독 술이 많은 테이블에 자리 잡은 노랑이라고하기엔 옅은 빛깔의 긴 생머리를 늘어트린 여인 하나가 홀로 술잔을 탁, 탁 내리치며 끊임없이 그것을 들이켰다. 몇 병이나 마신 건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여인의 옆에 쌓여있는 술병들은 조금이라도 툭 치면 와스스 쓰러져 조각조각 깨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드르륵. 언제까지고 술잔을 꽉 쥐어 잡고 있을 것만 같던 여인의 손이 스르륵 풀리며 술잔이 테이블 위에 놓아졌다. 의자를 뒤로 길게 소리 내어 뺀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비틀거리는 저의 몸을 간간히 벽을 짚음으로써 지탱하였다.

 

.”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온 여인은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잔뜩 벌게진 후끈한 저의 볼이 찬 공기와 닿으며 식는 기분이 좋게만 느껴졌다. , 이젠 쌀쌀하네. 언제고 가시지 않을 것만 같았던 더운 여름의 습한 공기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체감하자, 여인은 조금은 쓸쓸한 그림자를 얼굴에 담았다.

 

 

밖 역시 안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머리도 식힐 겸 여기서 한 잔이나 더 해볼까.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아무 곳이나 비집고 들어가서는 테이블을 옮겼다고 말하는 여인의 목소리는 참으로 털털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홍조가 오히려 여인의 넉살스러운 웃음을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듯 보였다. , 술 맛 좋네. 오늘은 술이 술술 들어간다, 들어가……….

 

쪼르르. 천천히 술을 따르던 여인은 기울여진 술잔에 투명하게 비추어져 기울어진 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어찌나 달이 밝은지, 고작 술에 비췬 달임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멀어버릴 듯하다. 여인은 잠시 술을 마시던 것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술잔에 동그랗게 비추어 보이던 것과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밝은 빛을 내뿜고 있는 달과, 여인은 마주했다.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오늘의 달은. , 그래. 밝기도 너무 밝은, 오늘 떠오른 이 달은 계속 보고 있자하면 가슴을 시리게 했다. 가슴이 사무칠 듯 시리고 아프다. 그립던 이들의 얼굴이 형상화 되어 달에 겹겹이 보인다. 이런, 너무 취했나. 그렇게 추억에 잠겨있던 중 한 사람의 그림자가 여인의 시야를 막아섰다. 이 이상 생각하지 말라는 듯, 달은 더 이상 여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츠나데님! 이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의 앞을 막은 그녀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 또한 술을 먹은 것과는 엄연히 다를 붉은 홍조가 그녀의 두 볼을 밝히고 있었고, 급하게 저를 찾아다녔던 것인지, 그녀는 여인과 마주하자 긴장이 풀린 얼굴로 숨을 가빠르게 내쉬었다.

 

여인은 그녀가 가려버려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해내며 잔뜩 풀린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며 느릿하게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시즈네냐?”

, 츠나데님. 대체 여기서 뭘 하시는 거예요! 할 일도 다 안 하시고, 말도 없이 이렇게 무작정 술 먹으러 오시면 어떡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걱정했다고요.”

 

물론 술을 먹으러 갔을 거란 생각이 더 컸지만. 한숨을 푹푹 내쉬며 저에게 끊임없이 다다다, 빠른 속도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여인은 피식하고 옅은 웃음을 내뱉었다. 한동안 안 그러시다가 갑자기 왜 이러신 거예요?

 

그냥 뭐………. 오늘 밤 달이 밝아서?”

그게 뭐예요.”

 

아 몰라, 몰라! 어지러워 죽겠네. 저의 품에 자신의 몸을 푹 기대는 여인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어깨가 달싹였다. , 츠나데님?! 그녀의 어조는 조금만 들어도 당황한 티가 나있었다. 여인은 그녀가 당황을 했던 말건 계속해서 그녀의 품에 파고들었고, 허리를 껴안았다.

 

츠나데님―――!”

 

그녀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여인의 이름을 길게 늘여 부르며 여인을 저의 품에서 떼어내려 애썼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워낙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여인에게, 그녀의 힘은 새 발의 피였다. 시즈네. 여인이 축 늘어진 목소리로 그녀를 가만히 불러보았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어서는, 기운이 없어 보이는 여인을 걱정하며 그녀는 여인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내 주위에 있는, 내 소중했던 사람들은 말이야.”

……….”

다 내 곁에서 하나둘씩 사라져가.”

……….”

전부 나한테서 멀어져가.”

 

나는 어떡해야 돼? 그녀의 옷깃을 꾹 잡아오며 말하는 여인의 목소리에 그녀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직접 자신의 내면의 슬픔을 보이지 않던 여인이었기에 그녀는 지금 상황이 충분히 당황스러웠고, 애가 탔다. 그녀는 계속 생각했고, 여전히 생각한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 여인이 언제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을 신뢰하여 옆에 두어 준 여인이, 꼭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허나 현재 여인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애가 탔다. 여인에게 언제나 행복한 웃음을 머금게 하고 싶던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저를 한탄했다.

 

시즈네, 너는.”

……….”

너는, 계속 내 곁에 남아줬으면 좋겠어.”

 

너마저 사라진다면 나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그녀의 옷깃을 잡고 있던 여인의 손이 힘이 풀린 채로 나가떨어졌다. 잠에 취해 힘이 풀린 몸 역시 그녀의 품에 있기를 거부했던 것인지, 옆으로 쓰려지려 했으나 그녀가 간신히 여인의 몸을 다시 자신의 품에 받아들었다. 으아, 큰 일 날 뻔 했네.

 

새근새근. 곤히 잠든 여인을 안은 상태에서 몸을 어찌 움직이지도 못하고 석고상처럼 서있던 그녀는 방금 전까지 여인이 바라보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 때문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네. 한동안 달을 주시하던 그녀는 시선을 다시 여인에게 옮겼다. 저의 품에서 무방비 상태로 잠든 여인이 그녀에게는 귀엽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살짝 자신의 몸을 숙여 여인의 귓가에 저의 입을 가져다 댄 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시끄러운 소음들 속에서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저는 앞으로도 츠나데님 곁에 있을 거예요.”

 

당신이 저를 싫다하더라도, 끈질기게.

 

달이 구름에 가려졌다. 어두워진 실루엣이 맞물린다.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10.15)

*수정(20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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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트위터의 일혜 (@Abuto_Jiraiya_) 언니 생일 기념으로 쓴 글입니다!

 

 

 

후회

 

 

 

지라츠나

 

 

written by. 월화비월

 

 

 

 

 

***

 

 

 

 

 

지라이야, 나 왔다.”

 

대답 안 하는 건 여전하구나.

, 가슴이 쓰리다. 네가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에 걸맞게 아직도 내 가슴은 이곳에 찾아오고, 그 날을 떠올릴 때마다 아려왔다. 순식간에 절망의 늪에 빠져 들어가던 나루토가, 다시 웃음을 되찾은 후로도 나는 몇 번이고 스스로를 탓했고, 또 자책했다. 그 때 허락만 안 했어도, 너는.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 안에 감돈다.

 

네 소원대로, 닌자 세계에 평화가 찾아왔어. 나루토가 예언의 아이가 맞아 다행이었지. 지라이야, 나루토 덕분에 세상에 더 이상 전쟁은 없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소중한 사람들이 붉은 피로 물들 일은 이제 없다는 뜻이야.”

하하하, 그렇군. 그래, 츠나데! 모두가 행복해하겠군.

네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 환청이 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 맞아. 모두가 행복해하더라고, 지라이야. 내가 낮게 중얼거렸다. , 하고 바람이 나를 세차게 가로지르며 불어왔다. 내 쓸쓸함을 알아주듯, 바람 역시 외로운 소리를 내며 시리게 분다. 지라이야. 네게 닿지 못할 목소리를 꺼내보였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

 

그 날이 너무 후회스러워, 나를 옥죄어만 와.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 날로 돌아가 너를 말리고 싶다. 나답지 않대도 울고 빌며 너를 붙잡고 싶어.

 

그 날은, 내겐 너무 고통스럽다.

 

 

 

 

 

***

 

 

 

 

 

내 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또 그만큼이나 후회가 많이 남을 그날은 그랬다. 그날따라 유난히 아름답던 노을은 마을을 저로 뒤덮었으며, 이상하게시리 까마귀는 구슬프게 울었다.

 

제발 살아서 돌아와.”

……….”

너 마저 죽는다면, .”

 

내 진심어린 소리에 너는 뒤돌아 가려던 걸 멈추고 다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곧 능청스럽게 울어줄 거야? 그거 기쁜 걸. 그런데, 단이 죽었을 때만큼은 아니겠지?” 하고 넘기려는 네 모습에, 나는 차마 너를 바라볼 수가 없어 땅만 바라본 채 멍청이.” 대답했다. 아무리 평소에 눈치가 없을 그라고는 하나, 지금 내가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능청스럽게 넘긴다는 것은 그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랴.

 

그럼, 네 특기인 도박 한 번 해볼까?”

……….”

넌 내가 죽는 쪽에 걸어. 네가 거는 쪽은 반드시 꽝일 테니.”

 

아아, 가능할 리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반칙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네가 죽을 거라는 쪽에 반 강제로 걸기는 했으나, 속으로는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사는 쪽에 걸었기 때문일까.내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너를 가만히 바라보자, 너는 지그시 눈을 맞춰왔다.

 

그 대신, 내가 살아서 돌아오면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네게, 나는 순간 노을이 분홍빛을 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이대로 네가 가면 위험하다는 생각 탓일지는 모르나, 내 심장이 쿵쿵,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은 지 오래였다. 대체 무얼 말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묘한 긴장감이 감돌자, 나도 모르게 그만, 침을 꿀꺽 삼켰다.

 

농담이야, 농담! 너에게는 감사하고 있어.”

 

결국 뒷말을 잇지 않은 너였다. 눈빛으로는 무엇인가를 강렬히 전하던 너는, 내게 말로 전하는 것을 포기했다. 솔직히 그 뒷말이 예상이 가지 않았다고 말 한다면 거짓이겠지. 하지만 나는 모른 척 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나와의 내기에서 이겨 살아 돌아온 네게, 직접. 결국 다른 얘기로 넘어갔지만, 녀석은 끝까지 마을에 대한 말뿐이었고, 은근히 내게 허락을 구해왔다. , 그래. 내가졌다.

 

계승되어 지고 있구나. 과거에서 미래로, 나뭇잎 마을의 의지는.”

 

지라이야는 내 입에서 이 말이 나오게 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녀석은 내게 허락을 구한 것이다. 페인에게 가는 길에 대해. 내 말이 끝나자, 너는 기다렸다는 듯 짐을 챙겼다. 나는 짐을 들어 올리는 소리에 반응해 숙였던 고개를 금방 들고 너를 쳐다보았다. 내 두 눈은 초점을 잡지 못하고 세차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네가 떠난다는 소리에 충분히 충격을 먹고 있었으니. 의지가 확고한 너를 잡을 수가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애꿎은 옷자락 끝만을 꽉 쥐어 잡아 보이는 게 고작이었다. 네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진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 그럼.”

 

엄지를 치켜 보이는 네 모습에 점점 눈물이 고여만 왔다. 네 모습이 이제 거의 사라졌다 시피,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내 눈에 더 많이 보이게 되었을 때, 나를 위로하듯 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앞머리를 건드려 눈을 간지럽혔다.

 

결국, 눈물이 참지 못하고 쏟아져 나왔다. 허나 네가 뒤돌아보는 일이 없도록 울음소리는 내지 않았다. 네 의지가 그렇다면, 방해하기는 싫었다. 그저, 네가 웃는 모습을 다시 이곳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랄 뿐. 입술이 떨려왔지만 꾹 참고 벌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긴다면, 분명 내 울음소리는 새어나와 커질 대로 커져 지라이야한테 들리게 될 터이니.

 

 

나는 그저.

네가, 살아서 돌아오기를 바랐다.

 

 

 

 

 

***

 

 

 

 

 

네가 살아오는 걸 바라면 안 되는 거였다. 지라이야와 한 도박 그대로, 죽는다는 것에 걸었다면, 내가 선택한건 뭐든 꽝이었으니 넌 살아서 돌아왔을 지도 모른다. 이게 말도 안 된다는 소리란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자책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다면 뒷말을 그 때 듣는 거였어.”

 

선선한 바람이,

 

지금까지는 네가 계속 그래왔으니까, 특별히 이번엔 내가 말해줄게.”

 

그리고 조금은 싸늘한 바람이,

 

―――.”

 

한 군데 모여 거센 바람을 형성시켰다. 바람 소리에 묻힌 내 진심이, 바람과 함께 하늘 저 멀리로 날아가 네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 하는 내 말은, 이 깊은 바다 속 깊이 스며들어가 네 차가워진 육체를 감싸 안아주기를.

 

사랑해, 지라이야.”

 

네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것이 언제까지든. 영원히.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4.18)

*수정(201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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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샘' 님이 아닌 다른 분이 원하시는 거라면 '은샘' 님께 꼭 허락을 맡은 뒤 알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련

 

─이노사쿠

 

written by. 월화비월

 

 

 

 

§

 

 

 

딸랑―.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종 모양의 장식품이 서로 부딪히면서 마치 나를 반기듯 맑고 청아한 소리를 여러 번 냈다. 점점 소리가 작아질 때 즈음, 손님의 머리를 만지느라 바쁘던 미용사들이 내게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어서 오세요” 하고 보기 좋은 미소를 띠우며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안 받아주기엔 싸가지 없나 싶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인 나는 안을 둘러보다 빈자리를 발견했고, 누가 먼저 앉을세라 조금은 급한 발걸음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있으니, 미용사 한 명이 아름다운 미소를 띠운 채 내게 다가왔다. 양 쪽 볼에 쏘옥 들어간 보조개가 그녀가 아름다운 미소를 짓게 해주는 것에 대해 한 몫 해주는 듯 했다. 그녀는 바로 내 뒤 까지 오더니 내 머리칼을 쓱쓱 빗어가기 시작했다.

손님,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알맞게 목소리마저 너무 고왔기에 ‘저렇게 비인간적인 사람도 있구나.’ 싶어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멍을 때리고 있으니 미용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손님, 어디 불편하세요?”

“아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착한 분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런 분 정도는 돼야 내가 지금 머리를 맡기는 데에 후회가 없겠지. 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미용사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표정이 안 좋으셨던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아 맞아. 그나저나 저 머리를 좀 자르려고 하는데, 부탁드려요.”

 


아, 맡겨두세요! 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니 내 마음이 또 한결 놓이는 듯 했다. 그녀는 내게 얼마만큼 잘라드릴까요? 하고 물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발로 확, 잘라주세요.”

 


내 말에 그녀는 많이 당황한 듯 보였다. 하긴, 딱 봐도 정성스럽게 기른 것 같아 보이는데 단발로 잘라 달라 하는 게 그녀에겐 많이 놀라웠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내 예상을 깨듯 그녀는 ‘놀랍다’라는 표정이 아닌 ‘불쌍하다’라는 표정으로 금세 바뀌어져 있었다. 그녀는 정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내게 말해왔다.

 


“남자친구랑 헤어졌나 봐요…. 그래도 손님, 미련을 버리는 거래도 머리카락이 너무 관리가 잘 되어 있는데 아까워요.”

“에? 아니에요! 남자친구 때문에 그런 거 전혀 아녜요!”

“아! 죄송합니다, 손님!! 제가 그만 말실수를…….”

 


괜찮아요. 내가 말을 해도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댔다. 자기가 실수를 한 걸 깨닫고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그녀를 보니 인성 역시 똑바로 돼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언니, 전 진짜 괜찮으니까 이왕 머리 잘라주시면서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어느새 내가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밝게 웃으며 손님의 말동무가 되는 게 자기 일이라면서 좋아라했다. 이 사람, 진짜 좋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미련을 버리는 건 맞는데요. 과거의 추억이라든지, 혹은 제 과거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그런 거라고 해야 할까요?”

“아….”

“그냥 새로 시작하고 싶어서요, 모든 걸 다.”

 


인정하기 싫지만 진짜, 진짜 예쁜 아이가 있었는데요―.

 

 

 

 


§

 

 

 

 


그 아이는 항상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 다녔어요. 처음엔 참 많이 밝았던 아이가 다른 애들한테 ‘앞짱구머리’라고 놀림을 받게 됐는데, 그래서 그런지 점점 갈수록 많이 소극적인 아이가 되어갔어요. 결국엔 가끔 어색하게 웃는 게 다고,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 다니더라고요. 이마를 가릴 거면 이마만 가리던지, 얼굴 전체를 다 가려서는, 의도치 않게 그 예쁜 외모를 숨기고 다니게 된 거예요. 가끔씩 그 아이가 환히 웃던 얼굴이 생각이 나서 나답지 않게 그 애한테 다가갔어요. 내가 많이 아끼던 빨간 리본을 머리에 매주면서 선물로 줘버렸어요. 그제야 얼굴이 다 들어나는데, 진짜 예쁜 거예요. 이마도 제가 보기엔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아이는 나랑 다니면서 점점 변해갔어요. 다시 옛날의 밝고 귀엽던 모습을 되찾아갔죠. 내 친구들과 친해지고, 점점 친구가 늘어나면서 환히 웃는 그 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다가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왠지 그 아이가 웃는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거든요. 그렇게 그 아이는 제게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 갔어요.


아, 맞아. 그 아이의 이름은 사쿠라에요.

하루노 사쿠라―.

 


친하게 지내던 가을날의 꽃이 정말 아름답던 그 어느 날, 그 아이가 저한테 말한 게 있어요.

 


“이노가 코스모스라면, 난 등골 나물 꽃인 걸까….”

 


정말 바보 같았어요. 또 그 자신감 없는 눈초리를 하고선 기운이 쏙 빠지게 어깨에 힘이 하나도 없는 채로 말하는 사쿠라가 정말 바보 같이만 느껴졌어요. ‘아직도 모르는 구나, 이 아이는.’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 정색을 해버렸어요. 물론 내가 이런 표정을 지으면 더 축 쳐질 아이란 걸 알기 때문에 곧 바로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말했죠.

 


“굳이 말하자면 사쿠라는 아직 꽃이라기보다는 꽃봉오리겠지”

 


내 말에 사쿠라는 잠시 놀라더니 다시 축 쳐져서는 “그러게.” 하고 대답했어요. 아아, 이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답답하다니까요? 내 말의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어요. 물론 나도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서 사쿠라에게 제대로 된 말을 건네지는 못했지만요. 저는 정말 사쿠라, 그 아이가 스스로 행복의 계단을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행복해진 사쿠라의 옆에, 내가 같이 서있었으면 좋겠다고….

아 맞아, 힌트를 준 말이 있었어요. 사쿠라가 저한테 리본을 왜 준거냐고 물었는데, ‘이 아이가 깨닫기를!’ 하고 정말 제 모든 진심을 다해서 대답했었죠.

 


“네가 꽃봉오리인 채로 시들어버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해서―.”

“……….”

 

제가 말을 하고서 사쿠라의 반응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아세요? 제 말에 바로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사쿠라가, 정말 순수한 아이구나. 이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또 생각하게 됐지 뭐예요? 하하. 저는 사쿠라의 반응을 보다 땅에 아름답게 피워져 있는 꽃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덧붙여 말했죠.

 


“꽃은 피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

 


아직도 기억나요. 이때 살랑살랑,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어찌나 우리 몸을 감싸듯 불어오던지― 포근한 느낌마저 났다니까요?

 


“어쩌면 그게… 코스모스보다도 예쁜 꽃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내가 활짝 웃으면서 말을 마치니까, 사쿠라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숙였어요. 어깨를 시작해서 몸 전체가 떨리는 게 다 보였는데, ‘아, 이 아이가 울고 있구나.’ 했죠. 저는 모른 척 능청스럽게 꽃을 꺾으러 가자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데, 저는 모른 척 물었죠. 왜 그러냐고. 사쿠라가 대답하기를, 글쎄 넘어져서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는 거예요. 변명을 해도 정말, 그게 왜 한참을 지나서야 눈물이 나오는 거냐고요. 하는 짓 하나하나가 거짓 없이 순수하기만 해서, 이 아이는 내가 꼭 순수한 채로 두고 싶다 생각했어요. 또 덜렁이라, 내가 반드시 챙겨줘야만 하는 아이라고.

 

음, 학교에 들어갈 때였나? 사쿠라가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거예요. 막 얼굴이 빨갛게 돼서는 우리한테 달려오면서 신나게 말했어요. “사스케 군이 좋아!” 라면서…. 속으로는 많이 놀랐는데,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아, 사실 저도 사스케 군을 좋아했었거든요. 멋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포기해야지.’ 라고 생각했죠. 사쿠라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니까, 내가 포기해야지. 사쿠라와 사스케 군이 잘 됐으면 좋겠다. 속으로 빌었어요. 물론 마음이 조금 따끔거리긴 했지만.

그런데 사쿠라는 아니었나 봐요. 아마도 그때 조금 평소와 달랐던 내 표정을 눈치 챈 것 같았어요.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너도 사스케 군을 좋아하지?” 하고 치고 들어오니, 제가 당황할 수밖에요.

사쿠라는 그렇게 제 곁을 떠났어요. 사쿠라가 저를 위해 그랬다는 걸 아는데도 마음이 많이 시리고, 아파서 집에 가서 아주 많이 울었어요. 펑펑, 울음소리가 집안 전체를 울리도록. 부모님들은 밑에 꽃집에서 손님을 봐주고 있었느니 제 울음소리는 들릴 리 없어서 그렇게 울 수가 있었던 건데, 정말 다행이었죠. 사쿠라는 모를 거예요, 내가 그렇게 울었다는 걸.


그 뒤로 사쿠라한테 심술이 났어요. 일부러 사쿠라에게 시비를 걸어댔죠. 사쿠라와 말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정말 짜증이 났어요. 틈만 나면 사쿠라를 보고 있었는데, 그러다 저는 그 사실을 깨달았고, 순식간에 우울해져 버렸어요. ‘아, 사쿠라는 이제 혼자가 아니구나.’ 사쿠라의 곁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어요. 사쿠라는 자연스럽게 거기에 어울려서 놀았죠. 이제 나는 필요 없어 보여서, 사쿠라에게는 내가 이제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슬펐어요.

 

그렇게 앙숙이 되어만 가던 우리는 서로 싸울 때 말고는 말을 한 마디도 안했어요. 그러던 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하급 닌자가 됐을 때, 사쿠라가 사스케 군과 한 팀이 된 걸 안 날에 사쿠라는 저를 불렀어요. 내심 속으로 기뻐했지만 겉으로는 관심 없다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쿠라를 따라갔죠. 사쿠라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그리고는 제게 말했죠. 저에겐 이제 절대지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을 듣고 하나 생각한 게, ‘이 아이에게는 내 보호가 많이 괴로웠을 수도 있었겠구나.’였어요. 내 옆에서 열등감을 가졌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내게 가지는 열등감에 스스로가 싫었졌을 수도 있었겠다. …사스케 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상태로는 제 곁에서 친구로 남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아아, 그때야 사쿠라의 진심을 깨달은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죠. 그저 사쿠라는 제 옆에서만큼은 거짓없이 진심으로 있고 싶었을 뿐이었을 텐데. 하지만 난 이때 상처를 받고야 말았어요.

사쿠라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지더니 꺼냈어요. 자세히 보니 사쿠라의 손에는 빨간 리본이 들려있었죠. ‘뭐지?’ 하고 의아한 얼굴로 리본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사쿠라가 말했어요.

 


“이 리본, 돌려주겠어.”

 


쿵, 하고 제 머리를 누가 세차게 때린 것 같은 느낌이 났어요. 처음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 후에는 화가 나면서 어이가 없었죠. 이렇게 나와 연결된 걸 다 끊어버리고 싶은 게 사쿠라의 진심인건가 하는 생각에 더더욱요. 한동안 눈살을 몹시 찌푸리면서 사쿠라를 바라만 봤어요. 그 아이의 표정, 눈, 다 진심이라는 듯 조금의 미동도 없었죠. 저는 아직 어이가 매우 없었기에 한껏 조소를 흘리며 대답했어요.

 


“그 리본은 준 거라고. 게다가 서클렛은 이마에다가 하는 거잖아?”

 


제 말엔 의미가 있었어요. 서클렛은 이마에 하는 거니까, 리본을 매고 다니라는. 좀 이상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그래도 매줬으면 했으니까요. 이제 사쿠라와 제가 친했다는 걸 증명하는 건 그 리본뿐이었으니까…. 사쿠라는 그런 제게 이렇게 말했죠. “이제부터는 더는 이노의 뒤를 쫓고 있는 여자애가 아니야.” 라고. 참 미웠죠. 저는 사쿠라를 예쁜 외모를 가진 순수한 아이라고 생각했지, 열듬감은 전혀 가지질 않았으니까. 그래서 미웠어요. 사쿠라가 미웠던 게 아니라, 사쿠라를 놀렸던 그 아이들이요. 그 아이들로 인해 자신감도, 자존감도 하락하고 또 하락해서 친한 친구였던 나를 보면서도 열등감에 시달렸던 거잖아요. 정말 미웠어요. 사쿠라는 자신의 손을 서클렛에 얹히며 이어 말했죠.

 


“이걸 이마에 찰 때에는 여자 닌자로서, 너한테 질 수 없을 때.”

 


저는 그 말을 듣고 이제 사쿠라와 그 때로는 돌아갈 수 없구나, 더 이상 우리는 안 되는 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씁쓸했죠. 의지가 단호한 사쿠라를 말릴 수는 없겠구나. 저는 ‘그래, 차라리 나도 사쿠라가 원하는 대로.’ 라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그냥 한 쪽 입 꼬리를 올렸어요.

 


“멋진 생각이네.”

 


그리고 받아들였죠, 리본을. 리본을 집으려 사쿠라의 손에 갖다 대었는데, 사쿠라는 제 손을 꽉 잡아왔어요. 저도 같이 사쿠라의 손을 잡았죠. 그 악수의 의미는, 이제 정말 라이벌로서 서로를 보자는 그런 악수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

 

 

 

 


“어머. 그럼 그때 자르지 왜 지금 자르세요?”

“아, 사실 그 후로 의도치 않게 머리를 잘랐거든요. 하하. 하지만 아직도 어렸던 그 아이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 한 것 같아서, 그래서 다시 자르려고 왔죠.”

 


그녀는 내 말에 “아 그러시구나―.” 하고 수긍을 하면서 내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계속해서 잘라나갔다. 옛 생각을 해서 그런지 살짝 우울해진 나를 본 그녀가 내 어깨를 탁! 쳤고, 이에 깜짝 놀란 내가 눈을 크게 떠 보이니 그녀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엔 꼭, 미련 버리세요! 라이벌도 어떻게 보면 친구니까요.”

“…그렇죠.”

 


언니, 저는 아마도―.

 


“됐다!”

 


완성이에요, 손님! 어때요, 예쁘죠? 어느새 내 머리를 다 잘랐는지 그녀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거울을 바라보니, 딱 봐도 단정하게 잘 정리되어있는 내 머리가 비춰지고 있었다. 와, 언니 실력 죽이시네요. 내 말에 그녀가 수줍은 듯 웃으며 마음에 들다니 다행이라 답했다.

 


“얼마에요?”

 


나는 단정히 잘 잘라져있는 내 머리를 보고 만족해 웃음을 짓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공짜예요―. 에? 당황한 내가 눈만 깜박깜박 움직이고 있자 그녀는 눈짓으로 내 샛노란 머리카락이 흩어져있는 바닥을 가리키며 말해왔다.

 


“상태 좋은 머리카락으로 대신 할게요.”

“에… 그걸로 돼요?”

“물론이죠. 그리고 저한테 많은 이야기를 해줬으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아, 감사합니다!…. 어설프게 하는 내 인사에 그녀는 그저 싱긋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미용실을 나섰고, 꽃집을 대신 봐달라며 부탁을 하던 엄마가 생각나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걷다가도 나는 내 몸을 감싸오듯 하는 따스한 햇살에 잠시 하늘을 바라봤고, 나는 순간 생각했다. 저 푸르고 맑은 하늘이 마치 그 아이가 같다, 라고.

 


“…이노?”

“……….”

 


그리고 다시 걸어가려 앞을 봤을 때, 사쿠라, 그 아이가 내 앞에 서 있다는 걸 알고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쩜 이런 우연이. 내가 머리 자르자마자 보네. 단정하게 잘라져 있는 내 머리를 보고 놀란 건지 사쿠라는 나를 불렀음에도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는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아무 말 없이 눈만 깜박거리던 사쿠라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단발, 예쁘네! 오랜만에 본다.”

“아, …고마워.”

 


―어릴 때처럼, 내게 보여주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쿠라는 내게 그 말을 하고는 갈 곳이 있었는데 까먹었다며 재빨리 인사를 내게 건넸고, 어딘가로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동안 사쿠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너는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구나. 점점 시들어가는 나와는 다르게 너는 꽃봉오리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네. 아직 내가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 걸까?

 


‘이번엔 꼭, 미련 버리세요!’

 


그 미용사 언니의 말이 생각났다. 맞아, 나 그 미용사 언니한테 못 한 말이 있는데. 언니, 있잖아요. 저는요.

 

아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할 거예요.

어릴 적의 그 아이가, 아직도 제게는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걸요.
실은, 아직 조그마한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해요.


사쿠라, 그 아이와 라이벌이 아닌, 친구로서 다시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점 꽃이 되어가는 그 아이와.

 

 


.

 

.

 

.

 


fin.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1.24)

*수정(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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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

주제- 심하게 다친 최애캐 & 목숨이 위급한 최애캐

부제- 깨고 싶지 않아.

w. 월화비월



*

※나루토 시점과 작가 시점이 왔다갔다하니 주의해주세요.


*



"나루토ㅡ!"

누군가 날 애타게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누구길래 나를 저렇게 애타게 부르는 걸까.

"나루토, 괜찮은 거냐."
"...아니."
"그럼 더 자. 이곳엔 네가 원하는 것만 있으니까."

쿠라마의 말에 눈을 떠보이려 했던 걸 곧바로 관두고 쿠라마의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내가 파고들면, 쿠라마는 내가 춥지 않도록 저의 꼬리로 날 덮어주었다. 맞아. 이곳엔 내가 원하는 게 전부 있어. 엄마, 아빠, 친구들,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

날 부르는 게 누구든 알고 싶지 않아. 환청일 뿐이야.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리 없어.

ㅡ나는 버림 받았으니까.



*



전쟁의 흔적으로 황폐해진 땅 위엔 닌자 연합 서클렛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일제히 한 곳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이동해보면, 그 곳엔 활활 타오르는 불 덩어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었고, 그 속을 자세히 드러다보니 구미라 불리는 미수들 중 하나가 주위를 경계하며 마치 무언가를 지키려는듯 제 몸을 웅크린 채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분홍빛의 단발 머리의 여자는 숨돌릴 틈도 없이 쉬지 않고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은 그 누군가에게 닿지 않는 건지 그녀에겐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대로 나루토가 계속 저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시카마루"

제법 통통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남자가 옆에있던 시카마루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시카마루라는 남자는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 제 손을 머리에 얹으며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차크라를 너무 소모한 탓도 있고, 치명타를 입었으니..."
"..."
"죽을거다, 나루토는."

한 마디로 지금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쵸지.



*



"마다라, 저거 저대로 둬도 되는 건가? 지금 빨리 처리하는 게..."
"아니, 냅둬라 오비토."

깊은 동굴 속 어딘가 남정네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비토라는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로채듯 대답하는 마다라에 의해 오비토는 왜 그러는 거냐는 얼굴로 마다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마다라가 입을 열었다.

"저렇게 내비둬도 저 혼자 알아서 떨어질거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떨어지다보면 결정을 하게 되겠지."
"결정?"

마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우리의 편이 되어 세상을 바꿀지, 그대로 허망한 상상 속에 갇혀 생을 마감할지에 대한 결정을."



*



여기서는 모두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준다. 거짓되거나, 비웃음 같은 게 아닌 정말 진심이 깃들여 있는 미소를. 모두가 나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준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단 한명 조차 없다. 이곳이 내가 꿈꾸던, 그런 행복한 세상.

엄마와 아빠도 살아있고,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행복 가득한 곳에서도 나는 제대로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환청이, 날 부르던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면 들릴 수록  행복한 나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런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마음 놓고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급속도로 불안해진 나는 곧바로 엄마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갑자기 파고들자 엄마는 당황했는지, 놀란 목소리로 "나루토?" 하고 내이름을 불렀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엄마 하고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며 더 더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티 없는 다정하고, 따듯한 미소를 지어주며 나보고 불안해하지 말라는 듯 나를 꽈악 안아주었다.

"그래, 그래. 엄마 여기있어, 나루토."

나는 이곳이 너무 좋다. 엄마가 나를 이렇게 안아주는 이곳이. 그러니 제발,

"나루토!"

나를 그런 목소리로 부르지 말아줘.



*



"사쿠라, 이제 그만해."

계속해서 나루토의 이름을 불러대는 사쿠라를 쭉 걱정되는 눈초리로 바라보던 이노가 사쿠라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나루토!!"

하지만 사쿠라는 말리는 이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계속해서 나루토의 이름을 불러댈 뿐이었다.

"대답해, 이 바보같은 놈아! 나루토!"
"그만하란 말이야, 사쿠라!"

결국 터져버린 이노가 소리쳤고, 사쿠라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이노를 바라봤다. 이노는 사쿠라의 바로 옆까지 다가가더니 의료인술을 행하며 말했다.

"이렇게 다친 몸으로... 좀 쉬어. 이러다 너 정말 몸 상해."
"...이노, 있잖아."
"..."
"나라도 이름을 불러야, 나루토 그 자식이 거기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지 않을까 해서."
"뭐? 사쿠라!"
"미안해, 이노. 하지만 난 불러야 돼. 치료해줘서 고마워."

사쿠라는 자신의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다시 나루토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곳까지, 나루토의 마음 속까지 내 외침이 닿기를.' 사쿠라는 속으로 애원하듯 빌며 나루토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사쿠라가 애타게 나루토의 이름을 부르다 말고, 힘들어서 잠시 숨을 고르려 멈추니 사쿠라의 목소리가 아닌 또 다른 목소리가 "나루토 군!" 하고 저처럼 나루토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놀란 사쿠라가 옆을 쳐다보자, 히나타가 수줍은 미소를 한 채 사쿠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어서 다시 "나루토!" 하는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고, 사쿠라가 반대편을 둘러보니 이노와 함께 모든 닌자 연합군들이 나루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사쿠라는 감동받은 듯 눈물을 글썽이다 저도 "나루토!" 하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루토!"

모든 사람들은 공통된 생각을 한 채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나루토, 그에게 들리기를 바라며.




*



"나루토? 왜 그러니?"

밥을 먹다말고 숟가락을 놓치니 아빠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나는 아빠의 목소리에 멍을 때리다 말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하하...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하고 답했다. 내 대답에 뭔가 만족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 하던 아빠는 이내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아빠를 바라보다 수저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고,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환청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엄마와 아빠가 내게로 급히 다가오며 괜찮냐 물었고, 나는 알 수 없는 가슴의 통증에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나루토, 왜 그래? 나루토!"
"어디아프니, 나루토?"

나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끝으로 나는 의식을 잃듯 눈을 감았다.


"나루토."

눈을 떠보였을 땐, 쿠라마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내게 "괜찮은 거냐?" 하고 물어오는 쿠라마에 의해 나는 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쿠라마, 나는, 나는 있잖아.

"네가 내 증오를 없애준 걸 고맙게 생각한다, 나루토."
"쿠라마..."
"내게 행복을 가르쳐준 네 의견을 따를 거다. 그러니 걱정마."

쿠라마의 말에 안심이 된 나는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고맙다니깐, 쿠라마..."

사실 나도 알아. 그 행복이 가득한 곳은 내 허망한 상상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라는 것을. 하지만 쿠라마, 나는 이제 쉬고 싶어. 그 곳의 모든 게 거짓된 것이라도 좋아.

"나루토!"
"그리고 미안하다니깐..."

나는 이제 쉬고싶어. 이 행복한 곳에서 깨고 싶지 않아. 설령 이게 내가 죽음을 택하는 길이 되더라도, 그곳에서 행복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해.


그러니, 나를 내버려둬.



-----------------


끝!!!! 급하게 마무리짓느라 결말이 이상하지만,
나루토가 그대로 죽을지, 결국 애들 목소리에 반응해 살아갈지는 상상에 맡길게요!!!

나루토가 저렇게 된 이유는 마다라와 오비토가 세뇌?비슷하게 환술로 사람들이 자기 버리는 걸.... 네. 많이 다친 상태에 그래서 그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1.18)

*수정(20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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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트위터의 '믄' 님 께서 [카카나루 / 야시꾸리한 상황 / 식탁] 을 요청한 글 입니다.

- 따로 txt 파일을 만든 글이니, 소장하고 싶으시다면 이메일 주소를 덧글, 혹은 트위터로 알려주세요.:D
('믄' 님이 아닌 다른 분이 원하시는 거라면 '믄' 님께 꼭 허락을 맡은 뒤 알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난 계기

 

 

─카카나루

 

written by. 월화비월

 

 

 

 

§

 

 

 


내가 널 좋아한다고 깨닫기 시작한 날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햇살 같은 미소처럼 맑은 날이 아닌, 마치 금방이라도 비가 후두둑 쏟아질 것만 같은 시커먼 먹구름들이 하늘 가득 채운, 그런 우중충한 날이었다. 너는 한 눈에 봐도 다른 이들과는 많이 별났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별난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 역시 다른 이들과는 유별났다. 그 계기가 네가 죽음의 문턱을 넘을 번 한 일이라는 게, 참 지독하리만큼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렇게라도 내 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하는 걸까하고 생각할 만큼 나는 그 계기가 아니었다면 내 마음을 평생 깨닫지 못한 채 순전히 너를 ‘소중한 제자’ 라는 이름으로 이 마음을 억누른 채 바라보았을 것이 안 봐도 뻔했다. 그래서 그 계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과거에도, 지금 현재에도 내게는 너무도 많이 슬프게만 다가왔다. 그래도 지금 너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 인정해야 하는 게 맞겠지. 그리고 그걸 깨달은 나는 반드시 널 지키겠다고.

 


“……….”

 


지금 내 옆에서 죽은 듯 곤히 자고 있는 너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손으로 지키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네가 이제 우리들과는 다른 차원의 힘을 손에 넣었대도, 이제 우리들의 힘을 합친 것보다 더 강하다고해도, 너는 반드시 내 목숨을 다해서라도 지킬 거라고.


―다시는 네가 위험해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

 

 

 

 


내가 나루토를 좋아한다고 깨달은 계기는 이랬다. 그 먹구름 가득 낀 우중충한 날, 나는 임무를 마치고 나뭇잎 마을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때, 날씨가 불길 하리 만큼 우중충해서 그런지 마을로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평소보다 박차를 가해 있는 힘껏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에 도착한 나는 눈앞에 보이는 마을의 참혹한 풍경에 굳은 듯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습격이라도 받은 건지 마을 어디 하나 성한 곳이라고는 찾아 볼 수조차 없었다. …그래, 마치 저번에 폐인이 습격해 왔을 때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만 한 사실은 그때처럼 마을이 통째로 날아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싸움이 끝난 상태인지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정리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이도 우리의 승리로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안색은 너무도 어두웠다. 싸움이 끝났으면 일단 다행이라는 얼굴을 해야 하는데 그런 얼굴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몇몇 사람들은 정리를 하다 말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사상자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엔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 여간 찜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호카게님께 임무 보고도 할 겸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함을 뒤로한 채 호카게님 방으로 향했다. 가던 중에 우연히 병원 앞을 지나가게 됐는데 부상자가 많아서 그런지 평소의 배로 북적거렸고, 많이 소란스러웠다.

 


“선생님! B형, B형 수혈 팩이 부족합니다!”

“여유분 있었을 거 아니야! 그걸로 해!”

“그게, B형은 흔한 혈액형이라 나중에 모아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해서…. 여유분이 없습니다.”

“뭐? 여유분은 미리미리 챙겨 놓는 거 몰라? 마을 사람들 중에 B형인 사람 데려와! 빨리 움직여! 시간 싸움이니까!”

 


병원 앞을 지나가던 도중 신기하게도 내 귀에 정확히 들려온 대화였다. 다른 말들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섞여서 잘 들리지 않았는데 딱 이 대화만 제대로 들려와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B형’ 이라는 말에 순간 등이 오싹해 질만큼 불안감이 내 코앞 까지 찾아왔다. 이에 내 걸음은 더 빨라졌다. 심장이 쿵쿵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내 불안감은 더 고조되어 가기만 했다. 그렇게 호카게님의 방 앞에 도착한 내가 노크를 두어 번 하고 문을 열며 들어갔을 땐, 방 안은 쓸쓸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하타케 카카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암부가 서있었다. 암부인 그도 몸이 성하지는 않아 보였다. 옷도 성한 곳이 하나 없었고, 여기저기 얕은 상처로 몸을 뒤덮고 있었다. 하기야, 마을만 봐도 큰 싸움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닌자들이 성한 곳이 있을 리가. 그는 말하기를 조금 꺼려하는 듯싶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호카게님은 지금 병원 수술실에 계신다.”

“아, 부상자가 많아서 도우러 간 겁니까?”

“부상자도 부상자이지만, 현재 생사를 왔다 갔다 하는 닌자를 살리러 가셨다.”

 


그의 말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또 이렇게 동료를 잃는 건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 많이 위급한 상황인가 보군요.”

“하타케 카카시.”

 


암부가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불렀다. 호카게님의 부재를 전하는 것 말고 내게 더 무슨 할 말이 있어 나를 부른 걸까. 심장이 아까보다 더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내 바로 앞까지 찾아온 불안감이 내 몸을 뒤덮은 것도 모자라 계속해서 엄습해 오는 듯 했다. 나는 엄습해오는 불안함,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에 대해 기다리는 이 짧은 시간조차도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 삼키고야 말았다.

 


“우즈마키 나루토, 그 아이가―”

“……….”

 


그리고 내 불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그가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자기를 희생해 마을을 지켰다.”

 


아아. 내 불안은 이거였나. 나루토, 그 아이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이었던 건가.

 

그렇게 나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암부의 말이, 나루토가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처했단 그 말이 제대로 와 닿지 않은 건지 아직까지 나는 너무도 평온한 상태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그 말을 듣고 나서는 불안감이 싹 날아가 버렸다. 그랬기에 내가 제정신인 채 병원으로 향할 수 있는 거겠지. 아직까지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네가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

 


“…카카시 선생님.”

 


나루토가 들어간 수술실 앞에 도착하니 사쿠라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벽에 기대 쪼그려 앉아있었다. 내 인기척을 느낀 건지 고개를 들며 나를 부르는 사쿠라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런 사쿠라의 얼굴을 보고서야 나는 이 상황이 조금씩 와 닿기 시작했다. 심장이 점점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또다시 불안감이 내게 엄습해 오고 있었다. 수술실 전광판을 보니 ‘수술 중’ 이라는 표시가 빨간색으로 떠있었다. 그 빨간 표시를 보니 왠지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나는 간신히 벽에 기대 내 몸을 지탱할 수 있었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정말로 나루토가 위험한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괜찮았던 머리가 어질해지는 듯 했다. 닌자 생활을 많이 하다 보면 전쟁이든, 임무든 해서 소중한 동료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찾아오는 것을 많이 봤기에 나는 동료의 죽음에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적응이 됐다 싶었는데 지금 죽지도 않은, 그냥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일 뿐일 나루토를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제자라서 그런 걸까? 아니, 이 이유는 아니었다. 그럼 대체 왜….

 


“저 때문이에요.”

“……….”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 자리에서 제대로 내 온 힘을 다해 의료인술을 행했다면 나루토가 지금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쿠라.”

“그 녀석은 정말 바보에요. 동료들하고 마을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지키겠다고, 우리를 지키면서 싸웠어요. 그놈들을 상대로, 우리를 지키면서 혼자 싸웠다고요.”

 


사쿠라는 계속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게 말해왔다. 흐느끼는 사쿠라의 목소리에 참고 있던 내 눈시울이 붉어져 오는 듯 했다.

 


“우리를 지키면서 싸우니까, 계속해서 다쳤어요. 웃기지 않아요? 폐인, 그놈들 보다는 약한 상대였는데 그 때 보다 더 다쳤어요.”

“……….”

“그렇게 간신히, 간신히 이기고 나서의 나루토 상태는 최악이었어요. 바로 의료인술을 진행했는데, 출혈이 멈추지 않았어요. 병원으로 빨리 이동하는 중에도 의료인술을 계속 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어.”

 


사쿠라의 모습에 ‘미안하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 상황에 내가 있었어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을 테지만 그 힘든 때에 내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제자가 의지할 데라도 생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쿠라는 그 말을 끝으로 한 동안 아무 말 없이 계속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렇게 한 동안 울던 사쿠라는 눈물을 닦는 걸 몇 번 반복하더니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래.”

“저는 왜 이렇게 약한 걸까요. …동료에게 걸림돌이 되기 싫어서 지금까지 츠나데님 밑에서 수련을 해 온 건데, 나는 여전히 너무 약해요.”

 


스스로를 계속 자책하는 사쿠라가 많이 안쓰러웠다. 동료를 지킬 수 없었다는, 나의 나약함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사쿠라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내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 불안해 할 제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 제자 앞에서 지금 내가 나약해지면 안 돼.’ 하는 생각을 하며 눈에 힘을 주어 눈물을 꾹 참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울고 있는 사쿠라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 네가 울고 있으면 나루토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사쿠라.”

“……….”

“평정심을 되찾고 나루토 수술이 잘 끝나도록 기도나 해라. 저 안에서 애쓰고 계실 호카게님을 믿어. 네 스승이신 호카게님을, 그리고 나루토를.”

 


사쿠라는 내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는 쭈그려 앉아있는 사쿠라를 일으켜 간신히 의자에 앉혔고, 멍한 표정으로 수술실을 바라보던 사쿠라는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더니 눈을 감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사쿠라를 따라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나루토의 수술이 잘 끝나기를 빌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 수술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기만 할수록 내 마음은 조급해져 가기만 할 뿐이었다. 나루토의 수술이 끝나는 걸 기다리는 이 시간이, 미치도록 괴로웠다. 내가 마치 지옥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도 괴로웠다. 제발 살아있기만 해달라는 기도를 몇 천 번이고 하며 수술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 나는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두 눈을 감고 기도를 하다가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나루토의 얼굴에 눈물이 나올 번한 걸 몇 번이나 참은 건지, 셀 수도 없었다. 그 밝은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때였다. ‘수술 중’ 이라고 빨간 표시를 뜨던 전광판이 꺼지더니 수술실 문이 열리며 호카게님이 앞장 서 나왔다. 호카게님 뒤로는 시즈네와 병원 관계자가 보였다. 나와 사쿠라는 급히 호카게님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

 


“츠나데님! 나루토, 나루토는요?”

“츠나데님, 지금 나루토의 상태는….”

 


우리의 물음에 츠나데님은 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내가 누구겠어? 수술은 다행이도 성공적이다.”

 


호카게님의 말에 사쿠라는 안도감에 몸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수술은.’ 이라는 말은 다른 데에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에. 역시 내 생각이 맞았는지 츠나데님은 진지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루토가 이제 의식을 찾을지, 않을지에 달렸다. 그건 나루토의 의지에 달렸지만, 뭐―.”

“……….”

“그 바보 녀석은 당연히 웃으면서 깨어나 호카게가 될 거라는 꿈을 꿀 거니까.”

 


츠나데님이 말을 끝내며 간호사가 끌고 나오는 침대 위에 뉘인 나루토를 보며 살짝 웃으셨다. 지금까지 초조하게 너를 기다린 우리와는 다르게 평온한 얼굴로 잠에 빠져있는 나루토를 보니 사쿠라처럼 몸에 힘이 풀려 나 역시 주저앉고 말았다. 츠나데님은 그런 나를 보고는 말했다.

 


“오, 카카시가 주저앉을 정도면 많이 놀랐나 보군. 하하하! 이제 술 마시러 가볼까―.”

 


츠나데님은 그렇게 말하시고는 기지개를 피며 자리를 떠났다. 나는 시선을 위로 고정해 나루토를 바라봤고, 이제는 불안감에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이 아닌, 묘하게 좋은 느낌으로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고동소리를 느꼈다. 이때 알았다.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게 바로, 나루토.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

 

 

 

 


며칠이 지난 오늘, 너는 상태가 괜찮아져 집으로 옮겨졌다. 의식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을 제외하면 네 몸은 이젠 매우 정상적이었다. 임무를 나간 사쿠라를 대신해 오늘은 내가 네 옆을 지키게 됐다. 가만히 앉아 할 일이 없어서 너를 좋아하게 된 것을 깨달은 날을 회상하니 여전히 끔찍했다. 이렇게 영영 네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네 안에 있는 구미를 노리는 아카츠키 때문에 넌 안전하지 않을 거고, 이번엔 우리들이 있는 힘껏 너를 지키게 되겠지.

 


“……….”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내가 잡고 있던 네 손이 꼬물거리는 움직임을 느꼈다. 깜짝 놀란 내가 너를 쳐다봤고, 너는 어느새 눈을 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본 너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이겼다니깐.”

“……….”

“내가 모두를 지키면서. …그렇게 이겼다니깐. 카카시 선생님.”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내 이름을 부르는 너를 보니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왔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발견한 네가 깜짝 놀라 “카카시 선생님?!” 하고 소리를 쳤다. 깨어난 너를 정확히 보고 싶은데,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네가 드디어 깨어났다는 안도감에 지금껏 참았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어느새 상체를 일으켜 앉아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너를 지그시 바라봤다. 내 오른 손을 뻗어 네 볼을 어루만지니 처음엔 내 손길에 흠칫하던 너는 그대로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나루토, 네가 순하게 내 손길을 받아들여서 생긴 용기인건지, 나는 충동적으로 네 입술에 내 입술이 맞닿게 했다. 너의 반응은 똑같았다. 흠칫하던 너는 얌전히 눈을 감고 내 입술을 받아들였다. 아주 잠깐 동안의 입맞춤을 끝낸 네 입술에서 내 입술을 떼어내자마자 너를 내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다시는 그렇게 무모한 짓 하지 마. 네 무모한 짓에 동료들이 더 슬퍼했다, 나루토.”

“……….”

“이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목숨을 다해서 지킬 거다, 너를.”

“…카카시 선생님.”

“……….”

“…배고프다니깐.”

 


이런 분위기에 그런 말을 하다니, 참 나루토 너답다는 생각에 실소가 나왔다. 나루토는 그런 나를 보더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따져왔다. 아씨, 그럼 카카시 선생님이 며칠 동안 의식 잃어보라니깐! 배고프다고! 소리쳐오는 네가 이젠 내게는 귀엽게만 느껴졌다. 아아, 옛날에는 이런 너를 시끄럽고 귀찮다고만 생각했는데 콩깍지가 이런 건가.


급히 밖에 나가서 죽을 사와 식탁에 두고 나루토를 불렀다. 나루토는 “오오!” 하고 눈을 반짝이며 의자에 앉았다. 내가 수저를 건네자마자 나루토는 죽을 흡입하듯이 먹기 시작했다. 저러다 체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로 허겁지겁―. 나루토가 너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죽을 먹느라 옆에 있는 나는 신경도 안 쓰는 나루토의 머리를 쓰다듬어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인지시키자, 나루토는 또 흠칫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나루토와 눈을 마주치며 내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보였고, 나를 본 나루토는 깜짝 놀라더니 사례가 걸렸는지 가슴을 치며 켁켁 거렸다. 내가 재빨리 컵에 물을 따라 건넸고, 물을 꿀꺽꿀꺽 삼킨 나루토는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나루토의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게만 느껴져 웃음을 지은 채 나루토를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인데, 나루토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나를 째려보듯이 바라보더니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카, 카카시 선생님 왜 그러냐니깐!”

“뭘?”

“아까는 갑자기 내 볼을 만지지 않나, 키…키스를 하지 않나! 막, 막 지금도 흐뭇하다는 미소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니깐!”

“아. 그거 때문이었어? 미안, 미안.”

“빨리 왜 그러는지 말…!”

 


아, 또 해버렸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깜짝 놀란 나루토가 자기 말을 잇지도 못한 채 어버버 거리며 얼굴을 잔뜩 붉히고는 나를 바라봤다.

 


“…또, 또 했다니깐. ……키스.”

 


흐음. 이젠 나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나루토는 시선을 어디다 두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대답을 해 줘야겠지, 내가 왜 이러는지에 대해. 이 말을 듣고 나루토 네가 날 피하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혹시라도 곤란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 하는 걸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이제 기회는 없을 것 같으니까. 그 충동적이던 용기를 다시 한 번 내기로 했다.

 


“나루토.”

“……….”

“사랑한다, 너를.”

“에?”

 


깜짝 놀란 소리를 내던 너는 급히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역시 거절인건가. 하는 생각에 평소의 능글거림으로 넘어가보려고 입을 열려하는 때에, 나루토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알았다니깐.”

“나루토?”

“나도 좋, 좋아한다니깐.”

 


좋아한다는 말을 할 때엔 고개를 들고, 마주치지도 못하던 눈을 마주보며 말하는 나루토를 보니 참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기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이걸 참기에는 나루토, 너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다.

 


“나루토.”

“……….”

“아까 내가 한 어린애 뽀뽀 축에도 못 끼는 입맞춤이 키스라고?”

“…에?”

“진짜 키스가 뭔지 알려주지.”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네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 너의 입에 내 입을 맞춤과 동시에 너는 손에 쥐고 있던 수저를 놓쳤고, 이내 수저가 바닥에 떨어진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했는지 열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네 입술을 살짝 깨무니, 네 입술에 틈이 생겼고 나는 그 틈에 재빨리 내 혀를 넣었다. 서로의 타액이 섞여 키스를 하는 지금, 조금은 야릿한 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아아. 모두에게 네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뭐― 볼 일을 다 마치고 알려도 상관은 없겠지. 이젠 적응을 한 건지 내 목을 끌어안고 나를 받아들이는 나루토였다. 나는 키스를 하며 나루토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나루토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일 너를 생각해 아기 다루듯 조심한 손길로, 네가 놀라지 않도록, 그렇게.


그렇게 내 두 눈에 온전히 너를 담다가도, 창밖으로 들어오는 신비한 느낌의 달빛이 지금의 상황에 딱 알맞다고 생각했다. 내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는 너를 보며.

 


“…사랑한다니깐.”

 


그렇게 갈수록 너에게 빠져드는 밤은 점점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

 

 


.

 

 

 

.

 

 

 

fin.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1.16)

*수정(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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