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백
―코시미미
written by. 월화비월
기분 좋게 저를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이 좋다. 점점 더워짐을 알려주듯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눈에 봐도 시원해 보이는 반팔을 입고 있었다. 미미는 그들을 보며 혀를 쭉 빼었다. 더위에 지친 듯 몸이 축 늘어져서는 벽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듯 보였다. 무성한 나뭇잎이 우거진 나무의 그늘 안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너무 더운 탓일까, 미미의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힐 뿐이었다. 이 그늘과,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이 찜통에 삶아졌을지도 몰라. 미미가 끔찍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뭔가에 심통이 난 듯 입술이 삐죽 나와서는 누군가의 욕을 중얼거리던 그녀가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13 : 30」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약속시간은 지나간 채, 30분을 더 넘기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미미가 잔뜩 화가 뻗친 붉어진 얼굴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혹시 바람 맞은 거야, 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미미는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 위태로운 그녀를 한참 전부터 바라보던 남자가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앞에 선 남자는 머뭇거리며 저의 머리를 긁적거렸다. 자신의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두 다리를 발견한 미미가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꾹 물고 있었던 그 채로, 고개를 들어 보였다.
“…저기.”
고개를 들어보니 웬 모르는 남자 하나가 떡하니 저의 앞에 서 있다. 잔뜩 수줍음을 머금은 채 조심스럽게 제게 말을 꺼내는 남자였다. 이런 일은, 항상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적응이 된 미미였지만, 지금만큼은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위로를 받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울었다.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이에 남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저는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엉엉 눈물을 흘리는 그녀에 남자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왜 그러냐며 그녀의 팔이라도 잡으려는 순간, 다른 이의 손이 남자를 제지했다.
“헉, 헉…. 미미 상한테, 무슨, 볼 일, 이라도?”
뛰어왔는지, 숨이 차 헉헉 거리는 붉은 머리의 스냅백을 걸친 남자였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급하게 말을 잇는 그는 누가 봐도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허나 그는 저가 힘든 건 뒤로 하고 두 눈에 힘을 빡 주고는 남자를 째려볼 뿐이었다. 이에 미미에게 흑심을 품고 다가왔던 남자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두 손을 쫙 피고는 손사래를 쳤다. 미안해요, 남자친구 있는지 몰랐어요! 정말이에요! 죄송하다 사과하던 남자가 창피함에 고개를 숙이고 사라지고서야 그가 미미의 두 어깨를 잡고 찬찬히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그 남자가 무슨 짓 했어요? 왜 울고 있어.
여전히 눈물을 뚝 뚝 흘리고 있는 그녀에 제 속이 더 상하는지 그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 속이 많이 타는 듯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오로지 그녀만을 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미미는 짜증을 부렸다. 네가 약속 시간 안 지켰잖아! 급기야 길 한 복판에서 소리를 친 그녀에 의해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둘에게 집중되었다. 곧, 다시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는 많이 당황스러워 했다. 미안해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미리를 애타게 바라보던 그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미미 상. 버스 안에서 그만 조는 바람에….”
“나는 너한테 바람 맞은 줄 알았단 말이야.”
“에? 설마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그에, 결국 미미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그녀였기 때문에, 잔뜩 부은 눈시울이 가라앉기도 전에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이 여간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가자, 코시로군.”
“응? 어디를요?”
“…어디긴 어디야! 데이트 하러 가는 거지!”
아, 아! 네! 환히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미미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 오늘 날씨 진짜 덥네. 갑자기 저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손 부채질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코시로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한창 더울 시간이구나. 코시로가 고래를 돌려 본 미미의 이마엔 또 어느새 인가부터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그녀의 피부를 상하게 할 것만 같았다. 어쩌지. 한 쪽 눈썹을 찡그리며 고민하던 코시로는 마침내 저가 쓰던 스냅백을 벗어 미미의 머리 위에 씌었다.
에? 갑자기 저의 머리 위에 놓인 스냅백에 당황한 그녀가 하이 톤의 음성을 내었다. 눈만 깜박깜박, 코시로를 멍하니 바라보던 미미에 코시로가 말갛게 웃어보였다. 햇볕이 들어갈 때 까지 만이라도 쓰고 있어요. 다시 한 번 미미의 볼이 붉어지며, 코시로를 따라 미미도 입가에 호선을 그린다. 서로 마주보는 시선이 마주치며 두 사람은 눈웃음을 지었다.
“좋아해, 코시로군.”
“―저도 좋아해요, 미미 상.”
두 사람에 의해 초 여름날의 더운 습기가 배로 더해져 뜨거워지는 듯 했다. 배려 없이 내리쬐는 태양에 손에 땀이 차지도 않는지,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마주 잡았다.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4.12)
*수정(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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