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트위터의 'Enmong Kim' 님 께서 [코시미미 / 비행기 +피자] 을 요청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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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mong Kim' 님이 아닌 다른 분이 원하시는 거라면 'Enmong Kim' 님께 꼭 허락을 맡은 뒤 알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미미가 외국으로 간 시점은 제가 임의로 추측해 정한 설정입니다. (원작에서 정확히 어느 시점에 갔다는 말이 없어요.)
*여름
─코시미미
written by. 월화비월
§
엑, 코시로! 너 진짜 이러기야? 타이치의 성난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에 코시로는 “죄송합니다, 타이치상―!” 하며 입에 피자를 쑤셔 넣었다. 타이치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억지로 피자를 먹어대는 코시로를 걱정하는 눈길로 쳐다봤다.
“욱!”
아니나 다를까, 다른 아이들이 걱정하던 예상과 딱 맞게도 코시로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화장실로 직행했다. 코시로가 화장실 문을 닫자마자 들리는 “우웨엑!” 소리에 아이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전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럴지 알았다니까. 소라가 이마에 저의 손을 얹으며 말했고, 다른 아이들은 공감한다는 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타이치만이 혼자 “내 아까운 피자!!―” 하고 외치며 난리를 피워대고 있을 뿐이었다.
“쟤는 언제 철들까 몰라. 히카리짱이 더 고생하겠네.”
“괜찮아. 오빠가 저러는 거 이젠 익숙하니까!”
“…히카리 너 까지!”
“미안, 미안. 그래도 오빠가 아직 철 안 든 건 사실이잖아?”
“……….”
히카리와 소라의 대화에 타이치가 금방 풀이 죽어서는 야마토한테 다가갔다. 야마토가 ‘얜 뭐야?’ 하는 표정으로 타이치를 쳐다보자, 타이치는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한 채 “야마토! 같이 동생을 둔 사람으로서 나를 위로해줘!” 라고 야마토의 어깨에 저의 얼굴을 파묻으려 했지만, 야마토는 마치 벌레를 볼 때의 얼굴로 미친 듯이 기겁을 하며 “꺼져!” 하고 타이치에게서 멀리 달아났다. 그 둘의 모습은 시트콤보다 더한 웃음을 유발했기에, 아이들은 모두 배꼽 빠지랴 배를 부여잡은 채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마침 타이밍 좋게 야마토와 타이치가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을 때 화장실에서 나온 코시로는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렸다.
“아, 코시로군 이제 속은 좀 괜찮아?”
어느새 저의 옆에 서 있는 코시로의 인기척을 느낀 소라가 그를 흘깃 쳐다보며 물었다. 코시로는 이젠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항상 그랬는걸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라상.” 라며 답하고는 어느새 싹 비워져있는 피자 판에 시선을 옮겼다. 뭔가 씁쓸해 보이는 코시로의 표정에 소라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었다.
“그나저나 코시로군은 뭘 그렇게 또 피자를 억지로 먹어? 항상 다 같이 밥 먹고 후식 겸 시킨 피자는 꼭 두 조각을 먹으려 한다니까―.”
소라의 말에 코시로가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대답했다.
“그냥, 다른 사람들하고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을 나눠 먹을 땐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요.”
“에? 뭐를?”
“…아니 뭐. 아니에요, 소라상.”
“뭐야, 싱겁기는.”
“오늘따라 더 아쉽네요.”
“……….”
“이제 서로 아파할 것도, 다칠 것도 없고, 소중한 이가 죽는 걸 안 봐도 되는 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만 한 하루하루의 일상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게.”
§
― 역시 우리끼리 모였을 때 후식으로는 피자가 딱 이라니까?
― 그야 당연한 걸. 타이치 너랑 나, 그리고 야마토군, 토시로군, 미미짱, 죠 선배, 타케루군, 히카리짱. 이렇게 여덟 명이잖아?
코시로는 한참을 컴퓨터에 열중하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눈을 감고 의자에 저의 몸을 기댔다. 그러자 바로 떠올려지는 그 여름날의 기억에 코시로는 입가에 좋은 호선을 그리다가도 다시금 씁쓸한 미소를 담았다.
“치사하게 모험이 끝나자마자 떠나는 게 어디 있어요.”
“그다음엔 바로 도망치기나 하고.”
결코 코시로가 씁쓸한 미소를 지은 건 모험이 끝난 여름날의 기억 때문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녀는 여름날의 더위가 끝나자마자 모두의 곁에서 떠나버렸다. 감히 쉽게 다가가지 못할, 아주 먼 곳으로. 그녀도 외국으로의 이민을 원한 건 아니었다. 단지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너무도 사랑해서, 그녀가 위험한 곳으로 칭해지는 일본에 더 이상 있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난 그녀는 다행히도 2년 뒤 다시 일본으로 왔다. 물론 완전히 돌아온 것이 아닌 놀러온 것뿐이었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아이들은 즐거워했고, 코시로 또한 행복해했다. 특히나 그녀가 다시 돌아오자마자 여름날의 더위가 코시로에게 느껴지는 듯 했다. 코시로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마치 더위를 타는 사람처럼 그녀를 보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여름보다 더한 더위를 느끼며, 결국 그 감정을 확인 했을 때―
― 미안. 아직은 안 되겠어, 미안해 코시로군.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코시로가 간신히 용기를 내어 다가간 걸 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코시로는 달아오른 분위기를 한 번에 망쳐놓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겠어요. 미미상이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릴게요.’ 하며 조금은 놀란 그녀를 달래줄 뿐이었다. 그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다시 외국으로 떠난 지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코시로는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여전히 보고 싶어요.”
어느새 모니터 화면 가득 떠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코시로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얼마나 더 오래 기다리게 할 셈이에요? 이러다 진짜 죽겠네.”
뭐, 그래도… 미미상이니까. 응.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나.
§
“오빠, 오빠! 대체 언제까지 잘 거야! 오늘 어떤 날인지 잊었어?”
“…히카리. 오빠 오늘 밤새도록 야마토랑 게임으로 승부했으니까 좀 봐줘.”
히카리의 조금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타이치 방 안 가득 크게 울렸다. 이에 타이치가 잠에 푹 잠긴 살짝 갈라져있는 목소리로 더 자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지만, 히카리는 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소리로 타이치를 깨울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간신히 몸을 일으킨 타이치는 욕실로 향했다. 그렇게 샤워를 하려던 타이치는 아까 잠결에 들은 히카리의 말의 의미가 궁금해 바쁘게 머리를 손질하고 있는 히카리에게 다가가 물었다. 히카리, 아까 무슨 말이야? 오늘이 어떤 날인데?
“하아? 오빠 진짜 바보? 오늘 그 날이잖아! 미미상이 오는 날!”
“…벌써? 그게 오늘이었나.”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마중 나가야지. 이래봬도 3년 만의 재회잖아.”
히카리의 말에 타이치는 곤란한 얼굴로 저의 머리를 긁적거렸다. 음, 있잖아 히카리. 타이치가 계속 뜸을 들이자 히카리는 답답한 지 타이치를 재촉했다. 히카리의 재촉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숨을 푹 내쉬며 타이치가 말했다.
“우리, 오늘 미미짱 마중 안 나가기로 했어.”
“…에? 어째서?”
타이치의 말에 히카리가 진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타이치가 히카리의 머리를 쓰담으며 대답했다.
“둘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소라가 우리끼리는 나중에 보자고 했거든.”
“…그렇구나. 그런데 오빠.”
“응?”
“머리 다 망가지잖아! 손 치워!”
엑, 히카리 진짜 너무 변했어! 타이치의 눈물 섞인 외침을 히카리가 무시하는 것으로, 조금은 소란스러웠던 야가미 집의 아침은 끝이났다.
§
날씨는 쌀쌀하다, 라고 단정 짓기 어려울 만큼 추웠다. 겨울의 싸늘함이 아직 감도는 겨울과 봄의 사이, 딱 그 정도였다. 저가 내뱉은 입김이 아직 희미하게 보이는―. 이런 추운 날씨에 코시로는 혼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데에 다리가 아픈지 벽에 저의 몸을 기대고 있는 코시로는 지나가던 여자들이 ‘훈남이네~.’ 라고 생각할 정도로 옛날과는 많이 변해있었다. 중학교 시절 때 까지만 해도 미미와 거의 비슷할 정도의 키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코시로는 어느새 훌쩍 자라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공항에서도 꿀리지 않았다. 가만히 핸드폰을 하던 코시로는 저의 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셔 넣고는 저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꽤 커 보이는 남자들이 지나가도 앞이 훤히 보였다. 이 사실이 신기한지 코시로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고 보니 요새 타이치상하고 야마토상을 볼 때 예전보다 목이 덜 아팠던 것 같네.’
자기가 컸다는 걸 깨달은 코시로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더더욱 코시로는 미미와 재회하는 것이 기대가 됐다. 콩닥콩닥, 설레는 심장 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오후 5시, 일본 도착 예정 시간! 다들 보고 싶어!」
코시로는 메일 내용을 떠올리고는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어느새 4시 50분을 향해있는 시간에 코시로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쉬었다. 이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오빠 아직도 자는 거야? 아까 씻고 깬 거 아니었어?”
“방학이니까.”
한껏 나른해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타이치에 히카리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어, 오빠.
“벌써 5시네. 지금쯤이면 만났겠지?”
“그렇겠지. 아아, 히카리. 추우니까 문 닫아.”
조금은 설렌다는 얼굴을 하고 말하는 히카리를 처참히 무시하고 저의 말을 하는 타이치에 의해 히카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터트려버렸다. 타이치의 등에 올라타고는 다리를 쭈욱 잡아당기는 히카리에 타이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 악! 아파, 아프다니까 히카리!”
“오빠는 더 아파도 싸!”
§
“코시로군?”
코시로는 낯익은 목소리가 저의 이름을 부르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바로 보이는 그리워했던 그녀의 모습에 코시로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절로 탄성을 나오게 할 만큼 아름다워진 그녀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오랜만이야, 코시로군. 하고 미소 짓는 그녀에 코시로 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랜만이네요, 미미상.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자 둘은 서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금세 어색해진 분위기에 코시로가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 입을 열려하는 찰나에, 코시로의 볼에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이 느꼈다 사라졌다. 방금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는 듯 코시로는 멍하니 미미를 바라볼 뿐이었다. 미미는 두 볼을 수줍게 붉힌 채 코시로와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코시로군.”
“…미미상?”
“이제 도망치지 않을게. 미안했어.”
여전히 당차고, 또 순수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는 지금 코시로를 설레게 하는 데에 충분했다. 미미의 말에 코시로는 입가에 호선을 그려보였다. 지금, 미미상 허락 한 거예요. 코시로는 그대로 미미의 붉게 물들어진 뺨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쌌다.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저에게 다가오는 코시로에 의해 미미는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저의 코앞에 다가온 코시로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 감아요.”
코시로의 말에 미미는 천천히 두 눈을 감으며 자신의 뒤꿈치를 살짝 들어올렸다. 결국, 자신이 다 다가가기도 전에 맞닿은 입술에 조금 놀랐는지 코시로가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가도 코시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미미의 입 안을 파고들며 좋은 감촉을 느끼려 애를 썼다.
“…난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진하게 하라고는 허락 안 한 것 같은데.”
결국 미미가 먼저 빼는 걸로 코시로만 애가 탄 채 두 사람의 키스는 짧게 끝이 났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행복한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미상, 저 엄청 기다렸는데 계속 애 태우기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하기는 부끄러운 걸!”
다시, 두 사람에게 여름의 더위가 찾아온 듯 했다.
§
Hold my breath as you're moving in,
네가 다가오면 난 숨을 멈추고,
Taste your lips and feel your skin.
네 입술을 음미하며 네 살결을 느끼지.
When the time comes, baby don't run, just kiss me slowly.
그 때가 오게 되면, 도망치지 말아줘, 그냥 내게 천천히 키스해줘.
.
.
.
Fin.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4.12)
*수정(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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