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ㅡ나루히나
written by. 월화비월
―. 드넓은 하늘 위로 잠자리 하나가 내 머리칼을 스치듯 지나갔다. 갑자기 몰아치는 바람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려 방해했다. 하늘로 높이 올라간 잠자리를 쫓기 위해 머리카락 한 움큼을 쓸어 왼쪽 귀에 꽂았다. 그와 동시에 급히 하늘을 향해 눈을 이리저리 굴려보았지만 이미 잠자리는 사라지고 없어진 후였다.
아. 안타까움의 탄식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는 한 순간 그 잠자리에게 내 감정을 이입시켜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홀로, 이 넓은 들판을 외로이 지나가는 잠자리가 나와 같다고 생각해버렸다. 마치 나와 같은 처지라고. 그저 그 사람을 동경하여, 또한 동경 이상의 감정으로 등만 바라보며 쫓던 나와 같은 처지라고. 갑자기 씁쓸해진 마음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텅 빈 마음이 씁쓸함으로 가득 찬다. 무겁다. 이 마음이.
“히나타? 너 거기서 뭐해?”
누군가 내 볼을 툭 치며 말을 건넸다. 익숙한 목소리에 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씁쓸함으로 가득 차있던 마음이 어느새 다른 의미로 무거워져 있었다.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얼굴이 보인다. 내 두 눈을 오로지 자신에게로 고정시키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나와 시선을 마주보던 그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말갛게 웃었다. 두 눈이 완전히 접힌 그 사람의 진심이 담긴 미소는 나를 설레게 했다. 얼른 가자며 내 손을 잡고 이끄는 그의 행동에 너무도 수줍어진 나는 얼굴을 이내 붉히며 조심스레 그를 따라 걸었다.
다시 한 번 세차게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다시금 왼쪽 귀에 꽂고는 반대편의 하늘을 바라봤다. 푸흐.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넓은 들판 한 가운데에 머물렀다.
“나루토군.”
“응? 왜 그러냐니깐?”
“좋아해. 많이.”
내가 바라 본 그 하늘엔, 잠자리 한 쌍이 행복하다는 듯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훨훨. 그렇게. 그리고 그런 잠자리와 같은 빛깔의 석양빛이, 한동안 그의 얼굴을 비출 뿐이었다.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수정(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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