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트위터의 일혜 (@Abuto_Jiraiya_) 언니 생일 기념으로 쓴 글입니다!
후회
―지라츠나
written by. 월화비월
***
“지라이야, 나 왔다.”
대답 안 하는 건 여전하구나.
아, 가슴이 쓰리다. 네가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에 걸맞게 아직도 내 가슴은 이곳에 찾아오고, 그 날을 떠올릴 때마다 아려왔다. 순식간에 절망의 늪에 빠져 들어가던 나루토가, 다시 웃음을 되찾은 후로도 나는 몇 번이고 스스로를 탓했고, 또 자책했다. 그 때 허락만 안 했어도, 너는.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 안에 감돈다.
“네 소원대로, 닌자 세계에 평화가 찾아왔어. 나루토가 예언의 아이가 맞아 다행이었지. 지라이야, 나루토 덕분에 세상에 더 이상 전쟁은 없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소중한 사람들이 붉은 피로 물들 일은 이제 없다는 뜻이야.”
하하하, 그렇군. 그래, 츠나데! 모두가 행복해하겠군.
네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 환청이 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응, 맞아. 모두가 행복해하더라고, 지라이야. 내가 낮게 중얼거렸다. 휑, 하고 바람이 나를 세차게 가로지르며 불어왔다. 내 쓸쓸함을 알아주듯, 바람 역시 외로운 소리를 내며 시리게 분다. 지라이야. 네게 닿지 못할 목소리를 꺼내보였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
그 날이 너무 후회스러워, 나를 옥죄어만 와.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 날로 돌아가 너를 말리고 싶다. 나답지 않대도 울고 빌며 너를 붙잡고 싶어.
그 날은, 내겐 너무 고통스럽다.
***
내 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또 그만큼이나 후회가 많이 남을 그날은 그랬다. 그날따라 유난히 아름답던 노을은 마을을 저로 뒤덮었으며, 이상하게시리 까마귀는 구슬프게 울었다.
“제발 살아서 돌아와.”
“……….”
“너 마저 죽는다면, 난….”
내 진심어린 소리에 너는 뒤돌아 가려던 걸 멈추고 다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곧 능청스럽게 “울어줄 거야? 그거 기쁜 걸. 그런데, 단이 죽었을 때만큼은 아니겠지?” 하고 넘기려는 네 모습에, 나는 차마 너를 바라볼 수가 없어 땅만 바라본 채 “멍청이.” 대답했다. 아무리 평소에 눈치가 없을 그라고는 하나, 지금 내가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능청스럽게 넘긴다는 것은 그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랴.
“그럼, 네 특기인 도박 한 번 해볼까?”
“……….”
“넌 내가 죽는 쪽에 걸어. 네가 거는 쪽은 반드시 꽝일 테니.”
―아아, 가능할 리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반칙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네가 죽을 거라는 쪽에 반 강제로 걸기는 했으나, 속으로는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사는 쪽에 걸었기 때문일까.―내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너를 가만히 바라보자, 너는 지그시 눈을 맞춰왔다.
“그 대신, 내가 살아서 돌아오면―”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네게, 나는 순간 노을이 분홍빛을 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이대로 네가 가면 위험하다는 생각 탓일지는 모르나, 내 심장이 쿵쿵,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은 지 오래였다. 대체 무얼 말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묘한 긴장감이 감돌자, 나도 모르게 그만, 침을 꿀꺽 삼켰다.
“농담이야, 농담! 너에게는 감사하고 있어.”
결국 뒷말을 잇지 않은 너였다. 눈빛으로는 무엇인가를 강렬히 전하던 너는, 내게 말로 전하는 것을 포기했다. 솔직히 그 뒷말이 예상이 가지 않았다고 말 한다면 거짓이겠지. 하지만 나는 모른 척 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나와의 내기에서 이겨 살아 돌아온 네게, 직접. 결국 다른 얘기로 넘어갔지만, 녀석은 끝까지 마을에 대한 말뿐이었고, 은근히 내게 허락을 구해왔다. 아, 그래. 내가졌다.
“계승되어 지고 있구나. 과거에서 미래로, 나뭇잎 마을의 의지는.”
지라이야는 내 입에서 이 말이 나오게 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녀석은 내게 허락을 구한 것이다. 페인에게 가는 길에 대해. 내 말이 끝나자, 너는 기다렸다는 듯 짐을 챙겼다. 나는 짐을 들어 올리는 소리에 반응해 숙였던 고개를 금방 들고 너를 쳐다보았다. 내 두 눈은 초점을 잡지 못하고 세차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네가 떠난다는 소리에 충분히 충격을 먹고 있었으니. 의지가 확고한 너를 잡을 수가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애꿎은 옷자락 끝만을 꽉 쥐어 잡아 보이는 게 고작이었다. 네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진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자, 그럼.”
엄지를 치켜 보이는 네 모습에 점점 눈물이 고여만 왔다. 네 모습이 이제 거의 사라졌다 시피,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내 눈에 더 많이 보이게 되었을 때, 나를 위로하듯 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앞머리를 건드려 눈을 간지럽혔다.
결국, 눈물이 참지 못하고 쏟아져 나왔다. 허나 네가 뒤돌아보는 일이 없도록 울음소리는 내지 않았다. 네 의지가 그렇다면, 방해하기는 싫었다. 그저, 네가 웃는 모습을 다시 이곳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랄 뿐. 입술이 떨려왔지만 꾹 참고 벌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긴다면, 분명 내 울음소리는 새어나와 커질 대로 커져 지라이야한테 들리게 될 터이니.
나는 그저.
―네가, 살아서 돌아오기를 바랐다.
***
네가 살아오는 걸 바라면 안 되는 거였다. 지라이야와 한 도박 그대로, 죽는다는 것에 걸었다면, 내가 선택한건 뭐든 꽝이었으니 넌 살아서 돌아왔을 지도 모른다. 이게 말도 안 된다는 소리란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자책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다면 뒷말을 그 때 듣는 거였어.”
선선한 바람이,
“지금까지는 네가 계속 그래왔으니까, 특별히 이번엔 내가 말해줄게.”
그리고 조금은 싸늘한 바람이,
“―――.”
한 군데 모여 거센 바람을 형성시켰다. 바람 소리에 묻힌 내 진심이, 바람과 함께 하늘 저 멀리로 날아가 네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 하는 내 말은, 이 깊은 바다 속 깊이 스며들어가 네 차가워진 육체를 감싸 안아주기를.
“사랑해, 지라이야.”
네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것이 언제까지든. 영원히―.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4.18)
*수정(201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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