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조각조각

 

 

BGM : 우드캔들(Woodcandle) - Lucerne In The Spring

 

 

 

[카게히나] 봄이었어.

 

 

 

written by. 월화비월

 

 

 

 

*

 

 

 

 

봄이었어.

 

 

어릴 적부터 내가 원하던 이곳에 드디어 왔어. 그날, 아무 이유 없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무심코 멈춘 곳에서는 작은 거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지. 그리고 연이어 들려오는 사람들의 환호성. 처음 느껴보는 짜릿한 감정이었어. 그 장면을 가슴속 깊이 새긴 나는, 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조금씩 키워나갔고, 드디어 여기에 오게 된 거야.

 

여기까지 오는 데만 해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심지어 중간에는 재수 없는 녀석까지 만나고. 나중에 적으로 만난다면, 꼭 이겨주겠노라 다짐했어. 동시에 그 녀석은 내 목표가 되기도 했지. 그런데.

 

―――그 녀석이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정말 재수 없는 일이지 않아?

 

 

낯선 체육관의 공기와 그녀석의 눈빛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어. 몸은 떨리는데 신기하게도 내 심장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근두근 뛰어대기 시작하는 거야.

 

참 이상한 일이지. 나중에 시합이 끝나고 그 녀석이 수고했다는 듯 짓는 웃음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어.

 

 

이젠 같은 코트 위에 서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해. 녀석의 검은 머리가 부드러운 바람에 살랑, 흔들렸어.

 

 

 

……그건 바로 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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