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uto


- 이 글은 트위터의 '믄' 님 께서 [카카나루 / 야시꾸리한 상황 / 식탁] 을 요청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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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믄' 님이 아닌 다른 분이 원하시는 거라면 '믄' 님께 꼭 허락을 맡은 뒤 알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난 계기

 

 

─카카나루

 

written by. 월화비월

 

 

 

 

§

 

 

 


내가 널 좋아한다고 깨닫기 시작한 날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햇살 같은 미소처럼 맑은 날이 아닌, 마치 금방이라도 비가 후두둑 쏟아질 것만 같은 시커먼 먹구름들이 하늘 가득 채운, 그런 우중충한 날이었다. 너는 한 눈에 봐도 다른 이들과는 많이 별났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별난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 역시 다른 이들과는 유별났다. 그 계기가 네가 죽음의 문턱을 넘을 번 한 일이라는 게, 참 지독하리만큼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렇게라도 내 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하는 걸까하고 생각할 만큼 나는 그 계기가 아니었다면 내 마음을 평생 깨닫지 못한 채 순전히 너를 ‘소중한 제자’ 라는 이름으로 이 마음을 억누른 채 바라보았을 것이 안 봐도 뻔했다. 그래서 그 계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과거에도, 지금 현재에도 내게는 너무도 많이 슬프게만 다가왔다. 그래도 지금 너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 인정해야 하는 게 맞겠지. 그리고 그걸 깨달은 나는 반드시 널 지키겠다고.

 


“……….”

 


지금 내 옆에서 죽은 듯 곤히 자고 있는 너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손으로 지키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네가 이제 우리들과는 다른 차원의 힘을 손에 넣었대도, 이제 우리들의 힘을 합친 것보다 더 강하다고해도, 너는 반드시 내 목숨을 다해서라도 지킬 거라고.


―다시는 네가 위험해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

 

 

 

 


내가 나루토를 좋아한다고 깨달은 계기는 이랬다. 그 먹구름 가득 낀 우중충한 날, 나는 임무를 마치고 나뭇잎 마을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때, 날씨가 불길 하리 만큼 우중충해서 그런지 마을로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평소보다 박차를 가해 있는 힘껏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에 도착한 나는 눈앞에 보이는 마을의 참혹한 풍경에 굳은 듯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습격이라도 받은 건지 마을 어디 하나 성한 곳이라고는 찾아 볼 수조차 없었다. …그래, 마치 저번에 폐인이 습격해 왔을 때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만 한 사실은 그때처럼 마을이 통째로 날아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싸움이 끝난 상태인지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정리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이도 우리의 승리로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안색은 너무도 어두웠다. 싸움이 끝났으면 일단 다행이라는 얼굴을 해야 하는데 그런 얼굴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몇몇 사람들은 정리를 하다 말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사상자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엔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 여간 찜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호카게님께 임무 보고도 할 겸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함을 뒤로한 채 호카게님 방으로 향했다. 가던 중에 우연히 병원 앞을 지나가게 됐는데 부상자가 많아서 그런지 평소의 배로 북적거렸고, 많이 소란스러웠다.

 


“선생님! B형, B형 수혈 팩이 부족합니다!”

“여유분 있었을 거 아니야! 그걸로 해!”

“그게, B형은 흔한 혈액형이라 나중에 모아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해서…. 여유분이 없습니다.”

“뭐? 여유분은 미리미리 챙겨 놓는 거 몰라? 마을 사람들 중에 B형인 사람 데려와! 빨리 움직여! 시간 싸움이니까!”

 


병원 앞을 지나가던 도중 신기하게도 내 귀에 정확히 들려온 대화였다. 다른 말들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섞여서 잘 들리지 않았는데 딱 이 대화만 제대로 들려와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B형’ 이라는 말에 순간 등이 오싹해 질만큼 불안감이 내 코앞 까지 찾아왔다. 이에 내 걸음은 더 빨라졌다. 심장이 쿵쿵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내 불안감은 더 고조되어 가기만 했다. 그렇게 호카게님의 방 앞에 도착한 내가 노크를 두어 번 하고 문을 열며 들어갔을 땐, 방 안은 쓸쓸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하타케 카카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암부가 서있었다. 암부인 그도 몸이 성하지는 않아 보였다. 옷도 성한 곳이 하나 없었고, 여기저기 얕은 상처로 몸을 뒤덮고 있었다. 하기야, 마을만 봐도 큰 싸움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닌자들이 성한 곳이 있을 리가. 그는 말하기를 조금 꺼려하는 듯싶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호카게님은 지금 병원 수술실에 계신다.”

“아, 부상자가 많아서 도우러 간 겁니까?”

“부상자도 부상자이지만, 현재 생사를 왔다 갔다 하는 닌자를 살리러 가셨다.”

 


그의 말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또 이렇게 동료를 잃는 건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 많이 위급한 상황인가 보군요.”

“하타케 카카시.”

 


암부가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불렀다. 호카게님의 부재를 전하는 것 말고 내게 더 무슨 할 말이 있어 나를 부른 걸까. 심장이 아까보다 더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내 바로 앞까지 찾아온 불안감이 내 몸을 뒤덮은 것도 모자라 계속해서 엄습해 오는 듯 했다. 나는 엄습해오는 불안함,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에 대해 기다리는 이 짧은 시간조차도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 삼키고야 말았다.

 


“우즈마키 나루토, 그 아이가―”

“……….”

 


그리고 내 불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그가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자기를 희생해 마을을 지켰다.”

 


아아. 내 불안은 이거였나. 나루토, 그 아이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이었던 건가.

 

그렇게 나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암부의 말이, 나루토가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처했단 그 말이 제대로 와 닿지 않은 건지 아직까지 나는 너무도 평온한 상태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그 말을 듣고 나서는 불안감이 싹 날아가 버렸다. 그랬기에 내가 제정신인 채 병원으로 향할 수 있는 거겠지. 아직까지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네가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

 


“…카카시 선생님.”

 


나루토가 들어간 수술실 앞에 도착하니 사쿠라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벽에 기대 쪼그려 앉아있었다. 내 인기척을 느낀 건지 고개를 들며 나를 부르는 사쿠라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런 사쿠라의 얼굴을 보고서야 나는 이 상황이 조금씩 와 닿기 시작했다. 심장이 점점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또다시 불안감이 내게 엄습해 오고 있었다. 수술실 전광판을 보니 ‘수술 중’ 이라는 표시가 빨간색으로 떠있었다. 그 빨간 표시를 보니 왠지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나는 간신히 벽에 기대 내 몸을 지탱할 수 있었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정말로 나루토가 위험한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괜찮았던 머리가 어질해지는 듯 했다. 닌자 생활을 많이 하다 보면 전쟁이든, 임무든 해서 소중한 동료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찾아오는 것을 많이 봤기에 나는 동료의 죽음에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적응이 됐다 싶었는데 지금 죽지도 않은, 그냥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일 뿐일 나루토를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제자라서 그런 걸까? 아니, 이 이유는 아니었다. 그럼 대체 왜….

 


“저 때문이에요.”

“……….”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 자리에서 제대로 내 온 힘을 다해 의료인술을 행했다면 나루토가 지금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쿠라.”

“그 녀석은 정말 바보에요. 동료들하고 마을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지키겠다고, 우리를 지키면서 싸웠어요. 그놈들을 상대로, 우리를 지키면서 혼자 싸웠다고요.”

 


사쿠라는 계속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게 말해왔다. 흐느끼는 사쿠라의 목소리에 참고 있던 내 눈시울이 붉어져 오는 듯 했다.

 


“우리를 지키면서 싸우니까, 계속해서 다쳤어요. 웃기지 않아요? 폐인, 그놈들 보다는 약한 상대였는데 그 때 보다 더 다쳤어요.”

“……….”

“그렇게 간신히, 간신히 이기고 나서의 나루토 상태는 최악이었어요. 바로 의료인술을 진행했는데, 출혈이 멈추지 않았어요. 병원으로 빨리 이동하는 중에도 의료인술을 계속 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어.”

 


사쿠라의 모습에 ‘미안하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 상황에 내가 있었어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을 테지만 그 힘든 때에 내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제자가 의지할 데라도 생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쿠라는 그 말을 끝으로 한 동안 아무 말 없이 계속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렇게 한 동안 울던 사쿠라는 눈물을 닦는 걸 몇 번 반복하더니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래.”

“저는 왜 이렇게 약한 걸까요. …동료에게 걸림돌이 되기 싫어서 지금까지 츠나데님 밑에서 수련을 해 온 건데, 나는 여전히 너무 약해요.”

 


스스로를 계속 자책하는 사쿠라가 많이 안쓰러웠다. 동료를 지킬 수 없었다는, 나의 나약함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사쿠라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내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 불안해 할 제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 제자 앞에서 지금 내가 나약해지면 안 돼.’ 하는 생각을 하며 눈에 힘을 주어 눈물을 꾹 참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울고 있는 사쿠라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 네가 울고 있으면 나루토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사쿠라.”

“……….”

“평정심을 되찾고 나루토 수술이 잘 끝나도록 기도나 해라. 저 안에서 애쓰고 계실 호카게님을 믿어. 네 스승이신 호카게님을, 그리고 나루토를.”

 


사쿠라는 내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는 쭈그려 앉아있는 사쿠라를 일으켜 간신히 의자에 앉혔고, 멍한 표정으로 수술실을 바라보던 사쿠라는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더니 눈을 감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사쿠라를 따라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나루토의 수술이 잘 끝나기를 빌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 수술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기만 할수록 내 마음은 조급해져 가기만 할 뿐이었다. 나루토의 수술이 끝나는 걸 기다리는 이 시간이, 미치도록 괴로웠다. 내가 마치 지옥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도 괴로웠다. 제발 살아있기만 해달라는 기도를 몇 천 번이고 하며 수술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 나는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두 눈을 감고 기도를 하다가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나루토의 얼굴에 눈물이 나올 번한 걸 몇 번이나 참은 건지, 셀 수도 없었다. 그 밝은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때였다. ‘수술 중’ 이라고 빨간 표시를 뜨던 전광판이 꺼지더니 수술실 문이 열리며 호카게님이 앞장 서 나왔다. 호카게님 뒤로는 시즈네와 병원 관계자가 보였다. 나와 사쿠라는 급히 호카게님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

 


“츠나데님! 나루토, 나루토는요?”

“츠나데님, 지금 나루토의 상태는….”

 


우리의 물음에 츠나데님은 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내가 누구겠어? 수술은 다행이도 성공적이다.”

 


호카게님의 말에 사쿠라는 안도감에 몸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수술은.’ 이라는 말은 다른 데에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에. 역시 내 생각이 맞았는지 츠나데님은 진지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루토가 이제 의식을 찾을지, 않을지에 달렸다. 그건 나루토의 의지에 달렸지만, 뭐―.”

“……….”

“그 바보 녀석은 당연히 웃으면서 깨어나 호카게가 될 거라는 꿈을 꿀 거니까.”

 


츠나데님이 말을 끝내며 간호사가 끌고 나오는 침대 위에 뉘인 나루토를 보며 살짝 웃으셨다. 지금까지 초조하게 너를 기다린 우리와는 다르게 평온한 얼굴로 잠에 빠져있는 나루토를 보니 사쿠라처럼 몸에 힘이 풀려 나 역시 주저앉고 말았다. 츠나데님은 그런 나를 보고는 말했다.

 


“오, 카카시가 주저앉을 정도면 많이 놀랐나 보군. 하하하! 이제 술 마시러 가볼까―.”

 


츠나데님은 그렇게 말하시고는 기지개를 피며 자리를 떠났다. 나는 시선을 위로 고정해 나루토를 바라봤고, 이제는 불안감에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이 아닌, 묘하게 좋은 느낌으로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고동소리를 느꼈다. 이때 알았다.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게 바로, 나루토.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

 

 

 

 


며칠이 지난 오늘, 너는 상태가 괜찮아져 집으로 옮겨졌다. 의식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을 제외하면 네 몸은 이젠 매우 정상적이었다. 임무를 나간 사쿠라를 대신해 오늘은 내가 네 옆을 지키게 됐다. 가만히 앉아 할 일이 없어서 너를 좋아하게 된 것을 깨달은 날을 회상하니 여전히 끔찍했다. 이렇게 영영 네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네 안에 있는 구미를 노리는 아카츠키 때문에 넌 안전하지 않을 거고, 이번엔 우리들이 있는 힘껏 너를 지키게 되겠지.

 


“……….”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내가 잡고 있던 네 손이 꼬물거리는 움직임을 느꼈다. 깜짝 놀란 내가 너를 쳐다봤고, 너는 어느새 눈을 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본 너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이겼다니깐.”

“……….”

“내가 모두를 지키면서. …그렇게 이겼다니깐. 카카시 선생님.”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내 이름을 부르는 너를 보니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왔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발견한 네가 깜짝 놀라 “카카시 선생님?!” 하고 소리를 쳤다. 깨어난 너를 정확히 보고 싶은데,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네가 드디어 깨어났다는 안도감에 지금껏 참았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어느새 상체를 일으켜 앉아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너를 지그시 바라봤다. 내 오른 손을 뻗어 네 볼을 어루만지니 처음엔 내 손길에 흠칫하던 너는 그대로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나루토, 네가 순하게 내 손길을 받아들여서 생긴 용기인건지, 나는 충동적으로 네 입술에 내 입술이 맞닿게 했다. 너의 반응은 똑같았다. 흠칫하던 너는 얌전히 눈을 감고 내 입술을 받아들였다. 아주 잠깐 동안의 입맞춤을 끝낸 네 입술에서 내 입술을 떼어내자마자 너를 내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다시는 그렇게 무모한 짓 하지 마. 네 무모한 짓에 동료들이 더 슬퍼했다, 나루토.”

“……….”

“이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목숨을 다해서 지킬 거다, 너를.”

“…카카시 선생님.”

“……….”

“…배고프다니깐.”

 


이런 분위기에 그런 말을 하다니, 참 나루토 너답다는 생각에 실소가 나왔다. 나루토는 그런 나를 보더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따져왔다. 아씨, 그럼 카카시 선생님이 며칠 동안 의식 잃어보라니깐! 배고프다고! 소리쳐오는 네가 이젠 내게는 귀엽게만 느껴졌다. 아아, 옛날에는 이런 너를 시끄럽고 귀찮다고만 생각했는데 콩깍지가 이런 건가.


급히 밖에 나가서 죽을 사와 식탁에 두고 나루토를 불렀다. 나루토는 “오오!” 하고 눈을 반짝이며 의자에 앉았다. 내가 수저를 건네자마자 나루토는 죽을 흡입하듯이 먹기 시작했다. 저러다 체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로 허겁지겁―. 나루토가 너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죽을 먹느라 옆에 있는 나는 신경도 안 쓰는 나루토의 머리를 쓰다듬어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인지시키자, 나루토는 또 흠칫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나루토와 눈을 마주치며 내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보였고, 나를 본 나루토는 깜짝 놀라더니 사례가 걸렸는지 가슴을 치며 켁켁 거렸다. 내가 재빨리 컵에 물을 따라 건넸고, 물을 꿀꺽꿀꺽 삼킨 나루토는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나루토의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게만 느껴져 웃음을 지은 채 나루토를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인데, 나루토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나를 째려보듯이 바라보더니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카, 카카시 선생님 왜 그러냐니깐!”

“뭘?”

“아까는 갑자기 내 볼을 만지지 않나, 키…키스를 하지 않나! 막, 막 지금도 흐뭇하다는 미소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니깐!”

“아. 그거 때문이었어? 미안, 미안.”

“빨리 왜 그러는지 말…!”

 


아, 또 해버렸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깜짝 놀란 나루토가 자기 말을 잇지도 못한 채 어버버 거리며 얼굴을 잔뜩 붉히고는 나를 바라봤다.

 


“…또, 또 했다니깐. ……키스.”

 


흐음. 이젠 나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나루토는 시선을 어디다 두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대답을 해 줘야겠지, 내가 왜 이러는지에 대해. 이 말을 듣고 나루토 네가 날 피하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혹시라도 곤란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 하는 걸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이제 기회는 없을 것 같으니까. 그 충동적이던 용기를 다시 한 번 내기로 했다.

 


“나루토.”

“……….”

“사랑한다, 너를.”

“에?”

 


깜짝 놀란 소리를 내던 너는 급히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역시 거절인건가. 하는 생각에 평소의 능글거림으로 넘어가보려고 입을 열려하는 때에, 나루토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알았다니깐.”

“나루토?”

“나도 좋, 좋아한다니깐.”

 


좋아한다는 말을 할 때엔 고개를 들고, 마주치지도 못하던 눈을 마주보며 말하는 나루토를 보니 참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기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이걸 참기에는 나루토, 너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다.

 


“나루토.”

“……….”

“아까 내가 한 어린애 뽀뽀 축에도 못 끼는 입맞춤이 키스라고?”

“…에?”

“진짜 키스가 뭔지 알려주지.”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네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 너의 입에 내 입을 맞춤과 동시에 너는 손에 쥐고 있던 수저를 놓쳤고, 이내 수저가 바닥에 떨어진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했는지 열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네 입술을 살짝 깨무니, 네 입술에 틈이 생겼고 나는 그 틈에 재빨리 내 혀를 넣었다. 서로의 타액이 섞여 키스를 하는 지금, 조금은 야릿한 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아아. 모두에게 네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뭐― 볼 일을 다 마치고 알려도 상관은 없겠지. 이젠 적응을 한 건지 내 목을 끌어안고 나를 받아들이는 나루토였다. 나는 키스를 하며 나루토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나루토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일 너를 생각해 아기 다루듯 조심한 손길로, 네가 놀라지 않도록, 그렇게.


그렇게 내 두 눈에 온전히 너를 담다가도, 창밖으로 들어오는 신비한 느낌의 달빛이 지금의 상황에 딱 알맞다고 생각했다. 내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는 너를 보며.

 


“…사랑한다니깐.”

 


그렇게 갈수록 너에게 빠져드는 밤은 점점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

 

 


.

 

 

 

.

 

 

 

fin.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1.16)

*수정(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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