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ach

달빛

 

 

이치루키

 

written by. 월화비월

 

 

어둠이 하늘을 덮으며 달이 중앙에 떠올랐다. 까마득한 밤하늘을, 달은 저의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빛으로 환히 비추었다. 오늘따라 더 자신을 과시하는 달에 몽환적인 빛을 띄우는 밤하늘 어딘가 고통스러운 아우성과 함께 크고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구멍 하나가 생기기 시작했다. 쑤욱. 그 구멍 속에서 괴상하게 생긴 팔 하나가 튀어나왔다. 하늘이 제 손의 받침이라도 되는 듯, 무언가가 하늘을 짚은 채 그 구멍을 빠져나오려 애를 썼다. 허나, 그것이 빠져나오기에는 그 구멍은 턱없이 작았기에, 그것은 억지로 구멍을 넓혀야 했다. 결국 그것에 의해 구멍은 하늘을 깨뜨리듯 넓혀졌고, 무언가의 괴성은 이 세상에 크게 울려 퍼졌다.

 

고통스러워. 아파. 쓸쓸해. 외로워. 필요해, 나를 외롭게 하지 않게 해줄 영혼이. 텅 빈 마음이 배가 고파. 너무 고독해. 그 무언가의 괴성은 마치 저렇게 말 하는 것 같았다. 이 세상의 모든 슬픔으로 채워진 울음소리에 그 누구라도 서글퍼질 수밖에 없는, 그런 괴성이었다. 이를 느낀 그 마을을 담당하고 있던 사신 하나가 지붕에 누웠던 저의 몸을 일으켰다. 잠시 저의 참백도를 손에 꽉 쥐어보이던 사신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에 위로 오르던 사신의 목젖이 진동하듯 가라앉는다. 다시 한 번 무언가의 괴성이 세상에 울려 퍼졌고, 곧 그것은 사신의 귓구멍을 관통하듯 통과했다. 사신의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지기만 할 뿐이었다.

 

사신이 그 장소에 도착 했을 때엔, 이미 무언가의 소름끼치도록 어둡던 영압은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공기는 여전히 짙은 중압감 속에 잠겨있었기에 사신은 방심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저의 움직임을 방해할 정도로 강한 영압에, 무거운 공기가 저를 누르고 있다. 참백도를 쥔 사신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땀이 찼다. 순간, 엄청난 땀으로 인해 손이 미끄러워 참백도를 놓칠 번한 사신은 제 손을 잠시 옷에 문지르고는, 두 손으로 참백도를 꽉 쥐어보였다. 사신이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사신의 시선이 몽환적인 달로 향했고, 사신의 두 눈이 얼마 지나지 않아 커져버린다. 사신의 두 눈 가득 사패장을 입은 남자 한 명이 담겨있다. 사신은 저도 모르게 벌어질 번한 입에 힘을 주었다. 간신히 다문 입에 안심을 하던 사신은 남자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저 말고도 사패장을 입은 사신이 달빛을 등진 채 지붕 위에 서있다.

 

눈이, 마주친다.

 

……….”

 

무거웠다. 숨쉬기조차 힘겹다. 사신은 금방이라도 저의 숨이 멎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두려움에 떨었다.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은 다리에 온갖 힘은 다 쥐고서야, 간신히 서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입마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사신은 간신히 힘을 쥐어 짜내며 그에게 힘겹게 물었다. 누구냐고. 그에게 정체를 밝히라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사신은 이것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저자는 자신을 관찰하듯 바라보고 있다는 것.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을 만큼 지친 사신은 두 눈을 부릅뜨며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알아야만 했다. 그의 정체를. 하지만 아무리 눈을 크게 부릅뜨고 본 들, 웅장한 달빛에 전혀 소용이 없었다. 달을 등지고 선 그의 얼굴에 깊은 그림자에 져서 보이지가 않는다. 그나마 사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달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흩날리는 짧은 오렌지 빛 머리칼이었다.

 

13번대 인가.”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사신은 그의 말에 당황한 듯 저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표식을 가렸다. 사신의 행동에 그가 맥없이 픽, 웃어버린다. 그의 웃음에 사신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의심된 사신이 저의 두 눈을 잠시 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신이 손을 제 눈에서 땠을 땐, 이미 그는 종적을 감춘 뒤였다. 불과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흔적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그 커다란 영압이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

 

눈 깜짝 할 새에 사라져버린 그의 모습에 사신이 당혹스러운 탄식을 내뱉었다. 대체, 그는 누구였을까.

 

 

 

***

 

 

 

13번대의 아침은 평화로웠다. 루키아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들이켰다. 차의 향기에 루키아가 만족을 하며 작게 탄식했다. 좋구나. 입가에 좋은 호선을 그리던 루키아는 시선을 위로 옮겼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시원한 하늘빛은 그 곳과 똑같았다. 내가 잠시 머물렀던, 지금 저가 느낄 수 있었던 모든 행복의 요소들이 시작한 그 곳과, 하늘은 언제나 똑같다. 호선을 그리던 루키아의 입 꼬리가 잠시 가라앉는다. 언제나 그리웠다.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그 세계가 그리운 것도 사실이지만, 저와 모두를 바꾸게 해 준 그녀석이 아마도, 가장 그립지 않을까. 루키아가 눈을 감음과 동시에 가는 속눈썹이 짧게 떨린다.

 

루키아 부대장님!”

푸웁!!”

 

갑자기 귀를 꿰뚫듯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루키아가 깜짝 놀라며 입 속에 있던 차를 내뿜었다. , . 차가 방울방울 루키아의 입가에서 흘러내렸다. 루키아가 잔뜩 화난 얼굴로 자기의 이름을 부른 사신을 째려보듯 눈을 가늘게 떴지만, 사신은 그것이 개의치 않다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제가 현세에서 카라쿠라 마을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신의 말에 찻잔을 잡은 루키아의 손이 작게 떨려왔다. 카라쿠라 마을이라.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모든 인연이 시작이었던 그 마을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현세의 시간은 참 빠르던데, 지금쯤 많이 바뀌었을까. 루키아의 얼굴에서 쓸쓸함이 비추었다.

 

어제 메노스. 그러니까, 길리안 영압이 느껴져서 제가 그 장소에 가보니 길리안 영압의 흔적 따위는 남아있지도 않았습니다!”

혹시 착각했다던가.”

거기서 저 말고 다른 사신이 있었는데, 부대장님도 알고 있던 사실입니까?”

 

루키아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점점 갈수록 주제할 수 없는 손의 떨림이 몸까지 전해져온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제가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영압을 내뿜는 것 같지 않은데도 충분히 대장급 이상인 듯한. 완적 사기적인 놈이던데요. 하나 확실한 건 머리색이

……….”

오렌지색이었던 것 같은.”

 

쨍그랑! 루키아가 들고 있던 찻잔이 떨어져 바닥과 부딪치며 맑게 울리는 소리를 내었다. 혼란스러웠다.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마치 자기 심장이 쪼개지는 소리와도 같았다.

 

부대장님?”

 

옆에서 사신이 저를 걱정하는 듯 했지만 루키아는 그것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무작정 어디론가 빨리 향하는 루키아를 사신이 여러 번 붙잡았지만, 루키아의 발걸음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루키아는 어딘가로 향해만 갔다. 몇 년 만에 저의 모습을 드러낸 그였다.

 

 

 

***

 

 

 

여어, 루키아. 어느 한 장소에 도착한 루키아가 가까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숨을 고르던 것을 멈추고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 그의 그림자가 어느새 저의 발 까지 길게 늘어졌다는 걸 눈치 챈 루키아가 저도 모르게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금방이라도 터져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참기위해 루키아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천천히 들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자마자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루키아의 몸이 경직되고 만다. 울음을 참으려 온 몸에 힘을 준 루키아의 몸이 작게 떨렸다. 마주 닿는 시선에 루키아의 숨이 턱, 하고 멈춘다.

 

공기가 무겁다. 그의 영압이 감도는 공기는 무거웠다. 그의 시선 역시 무거워 루키아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의 쓸쓸함 감도는 눈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숨이 멎을 것만 같다. 루키아는 울컥하는 저의 마음을 간신히 다스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 자신감 넘치던 눈은 이제 가라앉아 버려 고독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우리가 너를 이렇게 만든 것이냐

 

이치고.”

 

마치 세상에 홀로 고립되어 있는 듯 외롭고 쓸쓸한 눈이었다. 그립던 그의 이름을 부르며 루키아는 손을 쭉 뻗었다. 드디어 닿았구나. 루키아가 그의 볼을 어루만지자, 그는 눈을 감고 그녀의 손길을 느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따스한 손길이 그리웠는지 그는 미동 없이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러던 그가 저의 볼을 어루만지던 손을 저의 큰 손으로 덮었다. 루키아가 저의 손을 잡아오는 그에 의해 깜짝 놀라며 손을 빼려 했지만, 이미 그에게 잡힌 손은 빠져나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빠져나가려 할수록 더욱 꽉 잡아오는 손에 의해 결국 루키아는 가만히 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가 눈을 천천히 떴고, 다시금 찾아오는 마주한 시선에 루키아는 그의 눈을 깊게 바라보았다.

 

그가 천천히 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의 두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채,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고개를 살짝 빼는 그의 몸짓이 너무나도 수줍어 보여 루키아는 속으로 작게 웃었다. 수줍어하는 그는 여전했다. 그리고, 지금 저의 입술에 맞닿는 그의 따뜻한 온기 역시 여전하다. 그의 외로워 보이던 넓은 등판을 루키아는 저의 두 팔로 꽉 껴안았다. 그가 저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도록. 외로워하지 말라는 듯, 루키아는 그렇게 이치고를 꽉 껴안았다.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진다. 그는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루키아를 제 품에 가두었다. 루키아와 마찬가지로 그녀를 껴안은 두 팔에 잔뜩 힘을 주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그의 손이 작게 떨렸다.

 

그의 입맞춤은 따뜻했다. 저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질 정도로, 진심이 깃든 키스였지만 그에게 깃든 외로움마저 느껴졌다. 그의 품 안이 갈수록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결국 눈물을 토해낸 루키아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 토록이나 그립던 그의 품 안이었다. 저에게 언제나 의지가 되던 따스한 품 안은 이렇게 저의 눈물을 멈출 수 없게끔 만들었다. 조금은 어색하게 저의 등을 토닥이는 그의 손이 조심스럽다. 루키아는 한참을 이치고의 품속에서 그리움을 토했다.

 

이치고.”

 

호숫가에 앉아 이치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루키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에 루키아의 목소리마저 떨려온다.

 

다시, 돌아 올 것이냐?”

……….”

그게 아니면, 다시

 

사라질 것이냐? 꾸욱. 들려올 대답이 두려운지 루키아가 애꿎은 저의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이라도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루키아는 심정이 조급했다. 다시 그가 저의 앞에서 모습을 감춘다면 자신은 무너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고작 인간에게 매달리는 저의 꼴이 우습게만 느껴진다. , 고작 인간이 아니라 사신대행이려나. 루키아가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루키아.”

 

그의 낮은 음성이 자신의 귓가에 울렸다. 그가 저의 큰 손으로 루키아의 눈을 덮었다. 금세 찾아온 암흑에 루키아가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다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에 그가 저의 코앞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허나 그는 말이 없었다. 또 한 번의 침묵에 루키아는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가 자신을 두 눈 가득 담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느껴지는 그의 시선에 몸이 위축되어버릴 것만 같다.

 

따뜻했다. 다시금 저에게 찾아온 따스함을 루키아는 가만히 받아들였다. 그는 말을 아꼈다. 말 대신 행동으로 의사를 전해왔다. 이치고의 뜻을 깨달은 루키아는 조용히 몸을 떨었다. 그의 손에 의해 가려진 곳으로 부터 물줄기 하나가 루키아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온다. 어느새 어두워진 밤, 호숫가에 담겨진 달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떨어지자, 이내 차가운 저녁 공기가 저의 입술을 감쌌다. 눈을 가리던 손 역시 떼어낸다. 해방된 눈가가 시렸다.

 

사실은 그의 눈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그가 이럴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루키아는 쓸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이 애원한다면 그가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조금이나마 가졌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쓰게 미소를 짓던 루키아는 저의 침통함을 속으로 묻혔다.

 

단 한 번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바람에 호숫가가 떨리듯 출렁였다. 몸이 가볍다. 몸이 무언가에서 자유로워진 듯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키아는 눈을 천천히 떠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속눈썹이 떨릴 정도로, 루키아는 느린 속도로 눈을 떠 보였다.

 

역시 그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루키아는 호수에 비친 달을 바라보았다. 잔잔한 물결에 달이 반사되어 더 빛나게 보이는 듯 했다. 한참을 호수에 비추어진 달을 바라보던 루키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찬란히 빛을 내는 것만 같은 달이 처량해 보기가 힘들었다.

 

다시 눈을 뜬다면 이번엔 그의 빛나던 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의 힘찬 미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헛된 기대감에도 루키아는 입가에 호선을 그려 넣었다. 아직 남아있는 그의 온기가 시린 달빛처럼 차갑기만 하다.

 

 

 

 

Fin.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6.02)

*수정(20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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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거울


written by. 월화비월

 

 

붉은 달이 덩그러니 뜬 새벽이었다. 차마 커튼을 치지 못한 창을 통해 불그스름한 빛이 드리웠다.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잠이 통 오지를 않았다. 그저 눈만 깜박깜박, 뜬눈으로 붉게 물들어진 천장만 바라보았다.

……샤워나 하고 올까. 그 생각에 미친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전 333분이었다. 333. 타이밍 좋게도 가끔씩 숫자가 반복되는 시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다. 그렇게 살짝 미소 지으며 화면의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데, 맨 뒷자리가 4로 바뀜과 동시에 화면이 꺼져버린다. . 깜깜한 바탕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나는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관두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

터벅터벅. 모두가 잠들어버린 깊은 밤은 너무도 조용해 마치 내가 어딘가 다른 차원에 있는 것만 같은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욕실로 향하는 발소리만이 귀에 울릴 뿐, 그 외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로 했다. 그냥 갑작스런 호기심이었다. ――지이잉, 이명만이 귀를 지배한다. 아아. 이토록이나 이 새벽은 고요했구나. 거실의 시곗바늘 소리조차도 들려오지 않았다.

거실에 있는 베란다를 통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붉게 물들어진 밤하늘은 신비로웠고, 아름다웠다. 또 어떻게 보면 마치 지옥의 하늘같기도 했다. 하늘을 붉게 물들였을 원인일 달을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달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쏴아아.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욕실 가득 울리던 것도 잠시, 샤워를 다 마친 나는 물을 끄고 수건을 꺼내 먼저 대충 머리를 털었다. 그 다음엔 몸통, , 다리 순으로 물기를 제거했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머리에 수건을 돌돌돌 싸매는 것으로 끝. 새 잠옷을 장착한 나는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다만, 방문 앞까지 다다랐을 때 핸드폰을 욕실에 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슬쩍 거실을 바라보니 구름이 지나가고 붉은 달이 완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날 홀리는 것만 같아.

핸드폰은 욕실 수건 수납칸 위에 올려져있었다. , 역시 여기있었구나. 핸드폰을 손에 쥔 나는 시간을 확인하려 화면을 켰다. 444……. 444는 아무래도 좀 싫은데. 그나저나 1시간 동안이나 샤워를 했구나. 아직 꺼지지 않은 핸드폰 불빛 덕에 깜깜하기만 했던 욕실에서 거울로 내 뒷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빗질을 못해 이리저리 엉켜있는 머리카락에 한숨이 쉬어졌다. 빨리 돌아가서 빗질이나 해야지. 그렇게 뒤돌아 욕실 문을 나설 때였다.

―――, 2? 뒷모이 비 ¿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샤워를 하고 나온 게 소용없을 정도로 식은땀이 온몸을 흠뻑 적셨다. 침을 꿀꺽 삼킨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 다행이다. 역시 내가 잘못 본 듯 했다. 거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내 앞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무언가 안심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그런데 왜. 왜 거 나는 를 보 고 있는 거¿ ? 지 않¿

줄곧 기다렸어, 오늘만을.”

……….”

어서와, 또 다른 ’.”

어째선지 온몸의 신경이 마비된 듯 입 하나 벙긋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를 향해 거울 속에서 뻗어오는 기다란 팔은, 누가 봐도 이 세상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결국엔 그 팔이 내 몸을 완전히 감싸 거울 속으로 끌고 갈 때 까지도 나는 일련의 비명 조차도 지르지 못했다.

. 힘이 빠져나간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져 나간다. 어둠속으로 끌려가는 도중, 나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간신히 눈동자를 돌려 확인할 수 있었다. 절망스러울 만큼 떠 있는 숫자, 444. 여전히 시간은 44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히히히. 히힉¿ ? 히히. . ¿ ? 너도, , 거기? . . 속에 갇혀. . 이젠, ¿ . 내 차례. , . .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수정(2017.01.15)

 

[미미타이] 예지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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