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타케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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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 애꿎은 손만 꼼지락거렸다. 소녀의 할 말이 있다는 부름에 한참 전부터 나와 있었던 소년은 지루하다는 듯 기지개를 편다. 하암, 찍 뱉어지는 하품에 소년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저기, 히카리짱?”
소년이 소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소녀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곤란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던 소년은 다시 입을 떼었다.
“할 말 없으면 나 이만 먼저 가 봐도 될까. 오늘 오랜만에 형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어?”
“그럼.”
당황함이 역력한 소녀가 깜짝 놀라며 소년을 바라봤다. 이에 소년이 소녀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렇게 소년이 뒤를 돌아 몇 걸음 걷고 있을 때였다.
“잠깐만!”
급히 뛰어온 소녀가 소년의 허리춤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당겨지는 느낌에 소년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소년이 소녀 쪽을 향해 몸을 다 돌리기도 전에 소녀를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외친다.
“좋아해, 타케루군!”
“에?”
“예전부터 좋아했어. 진심이야.”
부끄러웠는지 소년의 옷자락을 꽉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소녀의 고백에 소년은 그저 눈만 커다랗게 뜬 채로 소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기도 잠시, 소년은 제 옷자락을 놓지를 못하고 있는 소녀의 손을 감쌌다. 엣, 소녀가 몸을 움찔하며 소년을 올려다본다. 그제야 제대로 보이는 소녀의 얼굴에 소년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얼굴이 새빨간 것이, 마치 사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외모가 예쁜 것도 한몫했지만.
소년이 소녀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을, 소녀는 피하지 않았다. 눈을 마주하고 있을수록 툭 건드리면 펑 하고 터질 것 같이 점점 더 얼굴이 빨갛게 익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결코 먼저 눈을 떼지 않았다.
“타케루군?”
결국 먼저 고개를 돌린 건 소년이었다. 소녀의 진심 어린 눈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얼굴이 후끈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에게 멀찍이 떨어져 코와 입을 가리는 소년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내 소년의 목덜미가 벌겋다는 것을 눈치를 챈 소녀는 수줍게 미소 지어 보였다.
“뭐야, 타케루군. 고백한 건 난데 왜 타케루군이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야, 나도 히카리짱을 좋아하니까.”
소년의 대답에 소녀의 얼굴이 화르르 타올랐다. 덥다는 듯 손부채질을 하는 소녀의 귀여운 행동에 소년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제 손을 천천히 뻗었다. 소녀의 손목을 잡음과 동시에 부채질이 멈췄다. 불에 덴 듯 뜨거운 손목에 소녀는 시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못 했다.
소년이 잡고 있던 소녀의 손목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에 소녀의 몸까지 같이 끌려오면서 소년의 품에 안착한다. 제 품에 쏙 들어온 소녀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던 소년은 소녀의 손목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소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소녀의 얼굴은 폭발 직전이었다.
“기억해? 히카리짱? 우리의 문장.”
“……타, 타케루군이 희망이고, 난 빛이잖아. 그걸 어떻게 잊어.”
“그래. 그래서 좋아한다고, 히카리짱.”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았다. 소녀는 눈을 감고 소년의 품을 느꼈다. 소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6.02.20)
*수정(201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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