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트위터의 '은샘' 님 께서 [이노사쿠 / 긴 머리] 을 요청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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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샘' 님이 아닌 다른 분이 원하시는 거라면 '은샘' 님께 꼭 허락을 맡은 뒤 알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련
─이노사쿠
written by. 월화비월
§
딸랑―.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종 모양의 장식품이 서로 부딪히면서 마치 나를 반기듯 맑고 청아한 소리를 여러 번 냈다. 점점 소리가 작아질 때 즈음, 손님의 머리를 만지느라 바쁘던 미용사들이 내게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어서 오세요” 하고 보기 좋은 미소를 띠우며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안 받아주기엔 싸가지 없나 싶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인 나는 안을 둘러보다 빈자리를 발견했고, 누가 먼저 앉을세라 조금은 급한 발걸음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있으니, 미용사 한 명이 아름다운 미소를 띠운 채 내게 다가왔다. 양 쪽 볼에 쏘옥 들어간 보조개가 그녀가 아름다운 미소를 짓게 해주는 것에 대해 한 몫 해주는 듯 했다. 그녀는 바로 내 뒤 까지 오더니 내 머리칼을 쓱쓱 빗어가기 시작했다.
손님,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알맞게 목소리마저 너무 고왔기에 ‘저렇게 비인간적인 사람도 있구나.’ 싶어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멍을 때리고 있으니 미용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손님, 어디 불편하세요?”
“아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착한 분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런 분 정도는 돼야 내가 지금 머리를 맡기는 데에 후회가 없겠지. 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미용사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표정이 안 좋으셨던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아 맞아. 그나저나 저 머리를 좀 자르려고 하는데, 부탁드려요.”
아, 맡겨두세요! 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니 내 마음이 또 한결 놓이는 듯 했다. 그녀는 내게 얼마만큼 잘라드릴까요? 하고 물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발로 확, 잘라주세요.”
내 말에 그녀는 많이 당황한 듯 보였다. 하긴, 딱 봐도 정성스럽게 기른 것 같아 보이는데 단발로 잘라 달라 하는 게 그녀에겐 많이 놀라웠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내 예상을 깨듯 그녀는 ‘놀랍다’라는 표정이 아닌 ‘불쌍하다’라는 표정으로 금세 바뀌어져 있었다. 그녀는 정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내게 말해왔다.
“남자친구랑 헤어졌나 봐요…. 그래도 손님, 미련을 버리는 거래도 머리카락이 너무 관리가 잘 되어 있는데 아까워요.”
“에? 아니에요! 남자친구 때문에 그런 거 전혀 아녜요!”
“아! 죄송합니다, 손님!! 제가 그만 말실수를…….”
괜찮아요. 내가 말을 해도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댔다. 자기가 실수를 한 걸 깨닫고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그녀를 보니 인성 역시 똑바로 돼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언니, 전 진짜 괜찮으니까 이왕 머리 잘라주시면서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어느새 내가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밝게 웃으며 손님의 말동무가 되는 게 자기 일이라면서 좋아라했다. 이 사람, 진짜 좋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미련을 버리는 건 맞는데요. 과거의 추억이라든지, 혹은 제 과거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그런 거라고 해야 할까요?”
“아….”
“그냥 새로 시작하고 싶어서요, 모든 걸 다.”
인정하기 싫지만 진짜, 진짜 예쁜 아이가 있었는데요―.
§
그 아이는 항상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 다녔어요. 처음엔 참 많이 밝았던 아이가 다른 애들한테 ‘앞짱구머리’라고 놀림을 받게 됐는데, 그래서 그런지 점점 갈수록 많이 소극적인 아이가 되어갔어요. 결국엔 가끔 어색하게 웃는 게 다고,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 다니더라고요. 이마를 가릴 거면 이마만 가리던지, 얼굴 전체를 다 가려서는, 의도치 않게 그 예쁜 외모를 숨기고 다니게 된 거예요. 가끔씩 그 아이가 환히 웃던 얼굴이 생각이 나서 나답지 않게 그 애한테 다가갔어요. 내가 많이 아끼던 빨간 리본을 머리에 매주면서 선물로 줘버렸어요. 그제야 얼굴이 다 들어나는데, 진짜 예쁜 거예요. 이마도 제가 보기엔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아이는 나랑 다니면서 점점 변해갔어요. 다시 옛날의 밝고 귀엽던 모습을 되찾아갔죠. 내 친구들과 친해지고, 점점 친구가 늘어나면서 환히 웃는 그 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다가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왠지 그 아이가 웃는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거든요. 그렇게 그 아이는 제게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 갔어요.
아, 맞아. 그 아이의 이름은 사쿠라에요.
하루노 사쿠라―.
친하게 지내던 가을날의 꽃이 정말 아름답던 그 어느 날, 그 아이가 저한테 말한 게 있어요.
“이노가 코스모스라면, 난 등골 나물 꽃인 걸까….”
정말 바보 같았어요. 또 그 자신감 없는 눈초리를 하고선 기운이 쏙 빠지게 어깨에 힘이 하나도 없는 채로 말하는 사쿠라가 정말 바보 같이만 느껴졌어요. ‘아직도 모르는 구나, 이 아이는.’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 정색을 해버렸어요. 물론 내가 이런 표정을 지으면 더 축 쳐질 아이란 걸 알기 때문에 곧 바로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말했죠.
“굳이 말하자면 사쿠라는 아직 꽃이라기보다는 꽃봉오리겠지”
내 말에 사쿠라는 잠시 놀라더니 다시 축 쳐져서는 “그러게.” 하고 대답했어요. 아아, 이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답답하다니까요? 내 말의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어요. 물론 나도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서 사쿠라에게 제대로 된 말을 건네지는 못했지만요. 저는 정말 사쿠라, 그 아이가 스스로 행복의 계단을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행복해진 사쿠라의 옆에, 내가 같이 서있었으면 좋겠다고….
아 맞아, 힌트를 준 말이 있었어요. 사쿠라가 저한테 리본을 왜 준거냐고 물었는데, ‘이 아이가 깨닫기를!’ 하고 정말 제 모든 진심을 다해서 대답했었죠.
“네가 꽃봉오리인 채로 시들어버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해서―.”
“……….”
제가 말을 하고서 사쿠라의 반응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아세요? 제 말에 바로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사쿠라가, 정말 순수한 아이구나. 이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또 생각하게 됐지 뭐예요? 하하. 저는 사쿠라의 반응을 보다 땅에 아름답게 피워져 있는 꽃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덧붙여 말했죠.
“꽃은 피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
아직도 기억나요. 이때 살랑살랑,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어찌나 우리 몸을 감싸듯 불어오던지― 포근한 느낌마저 났다니까요?
“어쩌면 그게… 코스모스보다도 예쁜 꽃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내가 활짝 웃으면서 말을 마치니까, 사쿠라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숙였어요. 어깨를 시작해서 몸 전체가 떨리는 게 다 보였는데, ‘아, 이 아이가 울고 있구나.’ 했죠. 저는 모른 척 능청스럽게 꽃을 꺾으러 가자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데, 저는 모른 척 물었죠. 왜 그러냐고. 사쿠라가 대답하기를, 글쎄 넘어져서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는 거예요. 변명을 해도 정말, 그게 왜 한참을 지나서야 눈물이 나오는 거냐고요. 하는 짓 하나하나가 거짓 없이 순수하기만 해서, 이 아이는 내가 꼭 순수한 채로 두고 싶다 생각했어요. 또 덜렁이라, 내가 반드시 챙겨줘야만 하는 아이라고.
음, 학교에 들어갈 때였나? 사쿠라가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거예요. 막 얼굴이 빨갛게 돼서는 우리한테 달려오면서 신나게 말했어요. “사스케 군이 좋아!” 라면서…. 속으로는 많이 놀랐는데,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아, 사실 저도 사스케 군을 좋아했었거든요. 멋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포기해야지.’ 라고 생각했죠. 사쿠라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니까, 내가 포기해야지. 사쿠라와 사스케 군이 잘 됐으면 좋겠다. 속으로 빌었어요. 물론 마음이 조금 따끔거리긴 했지만.
그런데 사쿠라는 아니었나 봐요. 아마도 그때 조금 평소와 달랐던 내 표정을 눈치 챈 것 같았어요.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너도 사스케 군을 좋아하지?” 하고 치고 들어오니, 제가 당황할 수밖에요.
사쿠라는 그렇게 제 곁을 떠났어요. 사쿠라가 저를 위해 그랬다는 걸 아는데도 마음이 많이 시리고, 아파서 집에 가서 아주 많이 울었어요. 펑펑, 울음소리가 집안 전체를 울리도록. 부모님들은 밑에 꽃집에서 손님을 봐주고 있었느니 제 울음소리는 들릴 리 없어서 그렇게 울 수가 있었던 건데, 정말 다행이었죠. 사쿠라는 모를 거예요, 내가 그렇게 울었다는 걸.
그 뒤로 사쿠라한테 심술이 났어요. 일부러 사쿠라에게 시비를 걸어댔죠. 사쿠라와 말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정말 짜증이 났어요. 틈만 나면 사쿠라를 보고 있었는데, 그러다 저는 그 사실을 깨달았고, 순식간에 우울해져 버렸어요. ‘아, 사쿠라는 이제 혼자가 아니구나.’ 사쿠라의 곁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어요. 사쿠라는 자연스럽게 거기에 어울려서 놀았죠. 이제 나는 필요 없어 보여서, 사쿠라에게는 내가 이제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슬펐어요.
그렇게 앙숙이 되어만 가던 우리는 서로 싸울 때 말고는 말을 한 마디도 안했어요. 그러던 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하급 닌자가 됐을 때, 사쿠라가 사스케 군과 한 팀이 된 걸 안 날에 사쿠라는 저를 불렀어요. 내심 속으로 기뻐했지만 겉으로는 관심 없다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쿠라를 따라갔죠. 사쿠라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그리고는 제게 말했죠. 저에겐 이제 절대지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을 듣고 하나 생각한 게, ‘이 아이에게는 내 보호가 많이 괴로웠을 수도 있었겠구나.’였어요. 내 옆에서 열등감을 가졌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내게 가지는 열등감에 스스로가 싫었졌을 수도 있었겠다. …사스케 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상태로는 제 곁에서 친구로 남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아아, 그때야 사쿠라의 진심을 깨달은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죠. 그저 사쿠라는 제 옆에서만큼은 거짓없이 진심으로 있고 싶었을 뿐이었을 텐데. 하지만 난 이때 상처를 받고야 말았어요.
사쿠라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지더니 꺼냈어요. 자세히 보니 사쿠라의 손에는 빨간 리본이 들려있었죠. ‘뭐지?’ 하고 의아한 얼굴로 리본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사쿠라가 말했어요.
“이 리본, 돌려주겠어.”
쿵, 하고 제 머리를 누가 세차게 때린 것 같은 느낌이 났어요. 처음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 후에는 화가 나면서 어이가 없었죠. 이렇게 나와 연결된 걸 다 끊어버리고 싶은 게 사쿠라의 진심인건가 하는 생각에 더더욱요. 한동안 눈살을 몹시 찌푸리면서 사쿠라를 바라만 봤어요. 그 아이의 표정, 눈, 다 진심이라는 듯 조금의 미동도 없었죠. 저는 아직 어이가 매우 없었기에 한껏 조소를 흘리며 대답했어요.
“그 리본은 준 거라고. 게다가 서클렛은 이마에다가 하는 거잖아?”
제 말엔 의미가 있었어요. 서클렛은 이마에 하는 거니까, 리본을 매고 다니라는. 좀 이상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그래도 매줬으면 했으니까요. 이제 사쿠라와 제가 친했다는 걸 증명하는 건 그 리본뿐이었으니까…. 사쿠라는 그런 제게 이렇게 말했죠. “이제부터는 더는 이노의 뒤를 쫓고 있는 여자애가 아니야.” 라고. 참 미웠죠. 저는 사쿠라를 예쁜 외모를 가진 순수한 아이라고 생각했지, 열듬감은 전혀 가지질 않았으니까. 그래서 미웠어요. 사쿠라가 미웠던 게 아니라, 사쿠라를 놀렸던 그 아이들이요. 그 아이들로 인해 자신감도, 자존감도 하락하고 또 하락해서 친한 친구였던 나를 보면서도 열등감에 시달렸던 거잖아요. 정말 미웠어요. 사쿠라는 자신의 손을 서클렛에 얹히며 이어 말했죠.
“이걸 이마에 찰 때에는 여자 닌자로서, 너한테 질 수 없을 때.”
저는 그 말을 듣고 이제 사쿠라와 그 때로는 돌아갈 수 없구나, 더 이상 우리는 안 되는 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씁쓸했죠. 의지가 단호한 사쿠라를 말릴 수는 없겠구나. 저는 ‘그래, 차라리 나도 사쿠라가 원하는 대로.’ 라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그냥 한 쪽 입 꼬리를 올렸어요.
“멋진 생각이네.”
그리고 받아들였죠, 리본을. 리본을 집으려 사쿠라의 손에 갖다 대었는데, 사쿠라는 제 손을 꽉 잡아왔어요. 저도 같이 사쿠라의 손을 잡았죠. 그 악수의 의미는, 이제 정말 라이벌로서 서로를 보자는 그런 악수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
“어머. 그럼 그때 자르지 왜 지금 자르세요?”
“아, 사실 그 후로 의도치 않게 머리를 잘랐거든요. 하하. 하지만 아직도 어렸던 그 아이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 한 것 같아서, 그래서 다시 자르려고 왔죠.”
그녀는 내 말에 “아 그러시구나―.” 하고 수긍을 하면서 내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계속해서 잘라나갔다. 옛 생각을 해서 그런지 살짝 우울해진 나를 본 그녀가 내 어깨를 탁! 쳤고, 이에 깜짝 놀란 내가 눈을 크게 떠 보이니 그녀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엔 꼭, 미련 버리세요! 라이벌도 어떻게 보면 친구니까요.”
“…그렇죠.”
언니, 저는 아마도―.
“됐다!”
완성이에요, 손님! 어때요, 예쁘죠? 어느새 내 머리를 다 잘랐는지 그녀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거울을 바라보니, 딱 봐도 단정하게 잘 정리되어있는 내 머리가 비춰지고 있었다. 와, 언니 실력 죽이시네요. 내 말에 그녀가 수줍은 듯 웃으며 마음에 들다니 다행이라 답했다.
“얼마에요?”
나는 단정히 잘 잘라져있는 내 머리를 보고 만족해 웃음을 짓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공짜예요―. 에? 당황한 내가 눈만 깜박깜박 움직이고 있자 그녀는 눈짓으로 내 샛노란 머리카락이 흩어져있는 바닥을 가리키며 말해왔다.
“상태 좋은 머리카락으로 대신 할게요.”
“에… 그걸로 돼요?”
“물론이죠. 그리고 저한테 많은 이야기를 해줬으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아, 감사합니다!…. 어설프게 하는 내 인사에 그녀는 그저 싱긋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미용실을 나섰고, 꽃집을 대신 봐달라며 부탁을 하던 엄마가 생각나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걷다가도 나는 내 몸을 감싸오듯 하는 따스한 햇살에 잠시 하늘을 바라봤고, 나는 순간 생각했다. 저 푸르고 맑은 하늘이 마치 그 아이가 같다, 라고.
“…이노?”
“……….”
그리고 다시 걸어가려 앞을 봤을 때, 사쿠라, 그 아이가 내 앞에 서 있다는 걸 알고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쩜 이런 우연이. 내가 머리 자르자마자 보네. 단정하게 잘라져 있는 내 머리를 보고 놀란 건지 사쿠라는 나를 불렀음에도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는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아무 말 없이 눈만 깜박거리던 사쿠라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단발, 예쁘네! 오랜만에 본다.”
“아, …고마워.”
―어릴 때처럼, 내게 보여주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쿠라는 내게 그 말을 하고는 갈 곳이 있었는데 까먹었다며 재빨리 인사를 내게 건넸고, 어딘가로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동안 사쿠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너는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구나. 점점 시들어가는 나와는 다르게 너는 꽃봉오리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네. 아직 내가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 걸까?
‘이번엔 꼭, 미련 버리세요!’
그 미용사 언니의 말이 생각났다. 맞아, 나 그 미용사 언니한테 못 한 말이 있는데. 언니, 있잖아요. 저는요.
아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할 거예요.
어릴 적의 그 아이가, 아직도 제게는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걸요.
실은, 아직 조그마한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해요.
사쿠라, 그 아이와 라이벌이 아닌, 친구로서 다시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점 꽃이 되어가는 그 아이와.
.
.
.
fin.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1.24)
*수정(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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