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조각조각

히나타 생일 기념 글

 

 

written by. 월화비월

 

 

 

 

1. 내 생에 최고의 날

 

 

매우 가벼워 보이는 발걸음이었다. 솔직히 가볍다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만큼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만 같은 통통 튀는 걸음걸이는 소년의 기분이 최정상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특히나 넋이 빠진 듯 행복에 겨워 죽겠다는 소년의 얼굴은 무엇인가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는 듯했다.

 

소년이 코트 안에 들어서기 전 그 두근대는 마음을 반짝이는 눈으로 보일 때와는 확연히 다른 얼굴이었다. 자칫 잘못 보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헤실 거리고 있었으니.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소년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본 걸 보면, 할 말 다 했다.

 

 

오늘은내 생에 최―――!”

 

 

어릴 적 심해의 가장 밑바닥에 있다는 비키니 시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 익숙할만한 노래가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621, 바로 오늘. 오렌지 빛깔의 머리칼을 흩날리며 달리고 있는 소년의 생일이었다.

 

쨍한 태양 아래, 소년이 제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2. 방과 후 생각에 두근두근.

 

 

안녕, 얘들아!!”

 

 

소년이 교실 문을 활짝 열어젖힌 뒤 내뱉은 첫마디였다. 이미 학생들로 가득한 북적북적한 교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존재는 꽤나 위대한 듯했다. 서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던 학생들이 잠시 제 행동을 멈추고 소년을 향해 하나둘 인사를 날리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소년은 자연스레 무리에 껴서 떠들고 있었다. 배구부의 활동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반 친구들과 대인관계가 그다지 형성되지 않았을 거라고 지레 짐작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히나타, 너 웬일로 자전거 두고 왔냐?”

 

그러고 보니 쇼요 뭔가 땀을 많이 흘린 것 같네.”

 

, 역시 그러려나? 사실 너무 기대가 돼서 도무지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 그래서 자는 거 포기하고 그냥 새벽에 일어나서 걸어왔지.”

 

 

소년의 대답에 남자애들은 일동 지레 질색하는 얼굴을 지었다. 너희 집, 엄청 멀지 않냐? 하여튼 정상은 아니라니까.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던 한 가운데, 소년의 말에 호기심을 보인 한 남자애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근데, 무슨 기대?”

 

, 사실 나 오늘 생일이거든!”

 

……….”

 

방과 후에 배구부 활동 하는 게, 너무 기대가 되는 거야. , 있잖아? 팀이니까. 모두에게 축하 받지 않을까, 뭐 그런 거.”

 

 

 

히나타가 쑥스럽다는 듯 뒷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반 아이들은 죄다 입을 떡하니 벌리고서 두 눈만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 다들 왜 그래?”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냐고!! 아무리 배구가 좋다지만, 우리는 친구도 아니냐!!!”

 

 

히나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답답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교실뿐만 아니라 학교 건물 자체가 떨어져 나갈 듯이 울려 퍼졌다. 하하. 어색한 모습으로 이 상황을 무마하려는 히나타의 심장은 조용히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팀에게 처음으로 받아보는, 생일 축하는 어떤 걸까?…….

 

 

 

3. 오늘이 무슨 날인지 정말 몰라?

 

 

, 오늘의 주인공 히나타 쇼요, 도착했습니다?”

 

 

, 끼긱. . 평소와 같은, 아니 어쩌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연습에 임하고 있는 선배들과 동기들을 바라보며 히나타는 말을 잃었다. 방금 전만 해도 힘차게 체육관 문을 열었던 소년은 온데 간데도 보이지를 않았다.

 

열심히 연습하는 건 좋지, 좋은데. 아무래도 저가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아는 척을 하지 않으니, 소년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길 망설였다.

 

그렇게 한참을 발을 못 떼고 멍하니 이리 저리 왔다갔다 거리는 배구공만 쳐다보고 있던 소년의 뒤에 누군가 다가왔다. 꽤나 기다란 체형의 흑발머리의 남자가 소년의 옆에 서자, 척 봐도 소년과 차이가 많이 나는 체형에 소년에게 내리쬐던 태양빛이 가려졌다. 갑자기 드리워진 그림자에 소년이 고개를 들어 옆을 올려다봤다.

 

 

뭐하냐?”

 

. 카게야마.”

 

히나타 멍청이. 빨리 들어가. 연습 안 할 거냐?”

 

 

, 들어가야지. 어느새 소년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다. 몇 발자국 걸을 때마다 꾸준히 한숨을 푹푹 내쉬는 것이, 참 안타까워 보였다고 해야 하려나. 소년이 뒤를 돌아봤다.

 

 

저기, 카게야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

 

연습 시합하기 전날?”

 

정말 몰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멍청아. 계속 헛소리 지껄이면 토스 안 준다?”

 

 

. 카게야마의 말에 바로 꼬리를 내린 소년이 다시 뒤를 돌아 코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년이 터덜터덜한 발걸음으로 코트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을 때 즈음이었다. 소년의 처량한 뒷모습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카게야마의 옆에 언제 온 건지 카라스노 멤버 전원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휴식 시간인가?’

 

 

카게야마가 볼을 긁적이며 생각했다.

 

 

 

4. 사실은 알고 있었어.

 

 

 

, 이제, , 이상, 못 참겠! 푸훕.”

 

나도, 나도, 푸후후훕!”

 

뭐하는 거야, 이것들아! 조용히 안 할래!”

 

 

벽과 바닥에 주먹을 날리며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는 타나카와 니시노야가 너무 소란스러워지자 소곤소곤 소리치는 스가와라였다. 카게야마는 그 모습에 버릇처럼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 히나타도. 우리가 진짜 모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나?”

 

 

다이치가 자연스럽게 카게야마의 어깨에 제 팔을 두르며 말했다. 그러나 다이치가 행한 어깨동무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새 저의 뒤꿈치가 들려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다이치는 속으로 비속어를 담았다.

 

 

, 히나타 같은 바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 선물은 뭐 준비했어?”

 

저딴 바보한테 내 사비를 쓸 리가.”

 

그렇구나, 츳키! 나는 그냥 간단하게 간식거리를 샀어!!”

 

 

카게야마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휴식시간이, 휴식시간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저 혼자만 이 상황을 모르는 것 같아서 더욱 머리가 복잡했다. 안 그래도 배구 말고는 쓰지 않는 머리인데, 끄응. 그런 카게야마 옆에 야치가 다가와 부드러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이따 히나타 놀라는 모습 생각하니까, 두근두근 거리지 않아?

 

 

뭐를?”

 

? 뭐가?”

 

우리 오늘 연습 안 해?”

 

 

 

5. 진짜 몰랐다.

 

 

오늘 히나타 생일인 거 몰랐어? 시미즈가 어디서 가지고 온 건지 모를 생크림 케이크를 든 채 조심스럽게 체육관 안으로 들어왔다.

 

 

어이 어이 어이, 진짜 몰랐던 거냐고?”

 

 

타나카가 재빠른 손짓을 보이며 물었다. 그러자 온 몸이 경직돼서는 고개만 끄덕이는 카게야마에 결국 한숨을 쉬는 스가와라였다. 어쩐지,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연기가 아니었던 거네.

 

 

자 자, 저쪽에서 나리타랑 키노시타, 엔노시타가 우리가 준비하는 걸 안 들키도록 히나타가 연습하는 걸 도와주고 있으니까 다들 큰 소리는 내지 말자고.”

 

이 바보나, 저 바보나 별반 다를 게 없군.”

 

 

다이치랑 츠키시마가 제 옆에서 무슨 소리를 하든 카게야마는 그런 건 이미 제 관심사 밖이었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 전 부터였었나, 저 멍청이가 자기 생일이 언제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던 것 같은데.

 

 

……진짜 몰랐다.”

 

괜찮아, 괜찮아! 이 선배님이 준비한 선물을 보면 히나타가 다른 건 보려고 하지도 않을 걸! 아사히상! 어때요, 멋지죠!”

 

, . ……그런데 히나타가 좋아할까?”

 

무슨 소리에요, 아사히상! 당연히 좋아하죠! 이 선배님이 손수 사온 정열이 가득 담긴 옷인데!”

 

 

시끌벅적. 이 분위기 속에서 눈치를 못 채는 히나타가 오히려 더 대단했다. 아니, 어떻게든 히나타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하는 세 명이 대단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만 좀 떠들어라, !’

 

 

그 세 명은 공통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6. 생일 축하해, 히나타.

 

 

, 데구루루. 정전일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훤하던 체육관에 어둠이 찾아왔다. 갑작스런 깜깜해짐에 배구공은 공중에서 힘없이 떨어져 어디론가 데구루루, 굴러갔다.

 

안 그래도 기분 꿀꿀한데, 정전까지. 히나타는 한숨을 내셨다. 그때였다. 이 까마득한 공간 어디에선가 불그스름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촛불?”

 

빨리 와, 히나타!”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스가와라의 부름에 그쪽을 향해 달려가는 히나타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제대로 보이는 물체에 깜짝 놀란 히나타가 어안이 벙벙한지 케이크를 앞에 두고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 그니까, 이게…….

 

 

빨리 불고 소원 빌어, 히나타.”

 

, !”

 

 

, 이게 뭔지 알겠다. 시미즈의 부드러운 음성에 홀리듯 촛불을 한 번에 불어 끈 히나타가 다시 찾아온 어둠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와 함께 체육관에 불이 들어온다. 히나타는 제 어깨, 머리에서 느껴지는 폭죽의 잔해들에 더욱 행복해했다.

 

두근두근. 어느새 상기된 소년의 얼굴이 그 들뜸을 말해주고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히나타!”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6.06.21)

*수정(20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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