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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


- 이 글은 트위터의 '믄' 님 께서 [카카나루 / 야시꾸리한 상황 / 식탁] 을 요청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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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믄' 님이 아닌 다른 분이 원하시는 거라면 '믄' 님께 꼭 허락을 맡은 뒤 알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난 계기

 

 

─카카나루

 

written by. 월화비월

 

 

 

 

§

 

 

 


내가 널 좋아한다고 깨닫기 시작한 날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햇살 같은 미소처럼 맑은 날이 아닌, 마치 금방이라도 비가 후두둑 쏟아질 것만 같은 시커먼 먹구름들이 하늘 가득 채운, 그런 우중충한 날이었다. 너는 한 눈에 봐도 다른 이들과는 많이 별났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별난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 역시 다른 이들과는 유별났다. 그 계기가 네가 죽음의 문턱을 넘을 번 한 일이라는 게, 참 지독하리만큼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렇게라도 내 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하는 걸까하고 생각할 만큼 나는 그 계기가 아니었다면 내 마음을 평생 깨닫지 못한 채 순전히 너를 ‘소중한 제자’ 라는 이름으로 이 마음을 억누른 채 바라보았을 것이 안 봐도 뻔했다. 그래서 그 계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과거에도, 지금 현재에도 내게는 너무도 많이 슬프게만 다가왔다. 그래도 지금 너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 인정해야 하는 게 맞겠지. 그리고 그걸 깨달은 나는 반드시 널 지키겠다고.

 


“……….”

 


지금 내 옆에서 죽은 듯 곤히 자고 있는 너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손으로 지키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네가 이제 우리들과는 다른 차원의 힘을 손에 넣었대도, 이제 우리들의 힘을 합친 것보다 더 강하다고해도, 너는 반드시 내 목숨을 다해서라도 지킬 거라고.


―다시는 네가 위험해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

 

 

 

 


내가 나루토를 좋아한다고 깨달은 계기는 이랬다. 그 먹구름 가득 낀 우중충한 날, 나는 임무를 마치고 나뭇잎 마을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때, 날씨가 불길 하리 만큼 우중충해서 그런지 마을로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평소보다 박차를 가해 있는 힘껏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에 도착한 나는 눈앞에 보이는 마을의 참혹한 풍경에 굳은 듯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습격이라도 받은 건지 마을 어디 하나 성한 곳이라고는 찾아 볼 수조차 없었다. …그래, 마치 저번에 폐인이 습격해 왔을 때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만 한 사실은 그때처럼 마을이 통째로 날아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싸움이 끝난 상태인지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정리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이도 우리의 승리로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안색은 너무도 어두웠다. 싸움이 끝났으면 일단 다행이라는 얼굴을 해야 하는데 그런 얼굴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몇몇 사람들은 정리를 하다 말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사상자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엔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 여간 찜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호카게님께 임무 보고도 할 겸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함을 뒤로한 채 호카게님 방으로 향했다. 가던 중에 우연히 병원 앞을 지나가게 됐는데 부상자가 많아서 그런지 평소의 배로 북적거렸고, 많이 소란스러웠다.

 


“선생님! B형, B형 수혈 팩이 부족합니다!”

“여유분 있었을 거 아니야! 그걸로 해!”

“그게, B형은 흔한 혈액형이라 나중에 모아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해서…. 여유분이 없습니다.”

“뭐? 여유분은 미리미리 챙겨 놓는 거 몰라? 마을 사람들 중에 B형인 사람 데려와! 빨리 움직여! 시간 싸움이니까!”

 


병원 앞을 지나가던 도중 신기하게도 내 귀에 정확히 들려온 대화였다. 다른 말들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섞여서 잘 들리지 않았는데 딱 이 대화만 제대로 들려와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B형’ 이라는 말에 순간 등이 오싹해 질만큼 불안감이 내 코앞 까지 찾아왔다. 이에 내 걸음은 더 빨라졌다. 심장이 쿵쿵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내 불안감은 더 고조되어 가기만 했다. 그렇게 호카게님의 방 앞에 도착한 내가 노크를 두어 번 하고 문을 열며 들어갔을 땐, 방 안은 쓸쓸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하타케 카카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암부가 서있었다. 암부인 그도 몸이 성하지는 않아 보였다. 옷도 성한 곳이 하나 없었고, 여기저기 얕은 상처로 몸을 뒤덮고 있었다. 하기야, 마을만 봐도 큰 싸움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닌자들이 성한 곳이 있을 리가. 그는 말하기를 조금 꺼려하는 듯싶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호카게님은 지금 병원 수술실에 계신다.”

“아, 부상자가 많아서 도우러 간 겁니까?”

“부상자도 부상자이지만, 현재 생사를 왔다 갔다 하는 닌자를 살리러 가셨다.”

 


그의 말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또 이렇게 동료를 잃는 건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 많이 위급한 상황인가 보군요.”

“하타케 카카시.”

 


암부가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불렀다. 호카게님의 부재를 전하는 것 말고 내게 더 무슨 할 말이 있어 나를 부른 걸까. 심장이 아까보다 더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내 바로 앞까지 찾아온 불안감이 내 몸을 뒤덮은 것도 모자라 계속해서 엄습해 오는 듯 했다. 나는 엄습해오는 불안함, 그리고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에 대해 기다리는 이 짧은 시간조차도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 삼키고야 말았다.

 


“우즈마키 나루토, 그 아이가―”

“……….”

 


그리고 내 불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그가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자기를 희생해 마을을 지켰다.”

 


아아. 내 불안은 이거였나. 나루토, 그 아이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이었던 건가.

 

그렇게 나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암부의 말이, 나루토가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처했단 그 말이 제대로 와 닿지 않은 건지 아직까지 나는 너무도 평온한 상태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그 말을 듣고 나서는 불안감이 싹 날아가 버렸다. 그랬기에 내가 제정신인 채 병원으로 향할 수 있는 거겠지. 아직까지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네가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

 


“…카카시 선생님.”

 


나루토가 들어간 수술실 앞에 도착하니 사쿠라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벽에 기대 쪼그려 앉아있었다. 내 인기척을 느낀 건지 고개를 들며 나를 부르는 사쿠라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런 사쿠라의 얼굴을 보고서야 나는 이 상황이 조금씩 와 닿기 시작했다. 심장이 점점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또다시 불안감이 내게 엄습해 오고 있었다. 수술실 전광판을 보니 ‘수술 중’ 이라는 표시가 빨간색으로 떠있었다. 그 빨간 표시를 보니 왠지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나는 간신히 벽에 기대 내 몸을 지탱할 수 있었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정말로 나루토가 위험한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괜찮았던 머리가 어질해지는 듯 했다. 닌자 생활을 많이 하다 보면 전쟁이든, 임무든 해서 소중한 동료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찾아오는 것을 많이 봤기에 나는 동료의 죽음에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적응이 됐다 싶었는데 지금 죽지도 않은, 그냥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일 뿐일 나루토를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제자라서 그런 걸까? 아니, 이 이유는 아니었다. 그럼 대체 왜….

 


“저 때문이에요.”

“……….”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 자리에서 제대로 내 온 힘을 다해 의료인술을 행했다면 나루토가 지금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쿠라.”

“그 녀석은 정말 바보에요. 동료들하고 마을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지키겠다고, 우리를 지키면서 싸웠어요. 그놈들을 상대로, 우리를 지키면서 혼자 싸웠다고요.”

 


사쿠라는 계속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게 말해왔다. 흐느끼는 사쿠라의 목소리에 참고 있던 내 눈시울이 붉어져 오는 듯 했다.

 


“우리를 지키면서 싸우니까, 계속해서 다쳤어요. 웃기지 않아요? 폐인, 그놈들 보다는 약한 상대였는데 그 때 보다 더 다쳤어요.”

“……….”

“그렇게 간신히, 간신히 이기고 나서의 나루토 상태는 최악이었어요. 바로 의료인술을 진행했는데, 출혈이 멈추지 않았어요. 병원으로 빨리 이동하는 중에도 의료인술을 계속 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어.”

 


사쿠라의 모습에 ‘미안하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 상황에 내가 있었어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을 테지만 그 힘든 때에 내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제자가 의지할 데라도 생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쿠라는 그 말을 끝으로 한 동안 아무 말 없이 계속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렇게 한 동안 울던 사쿠라는 눈물을 닦는 걸 몇 번 반복하더니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래.”

“저는 왜 이렇게 약한 걸까요. …동료에게 걸림돌이 되기 싫어서 지금까지 츠나데님 밑에서 수련을 해 온 건데, 나는 여전히 너무 약해요.”

 


스스로를 계속 자책하는 사쿠라가 많이 안쓰러웠다. 동료를 지킬 수 없었다는, 나의 나약함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사쿠라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내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 불안해 할 제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 제자 앞에서 지금 내가 나약해지면 안 돼.’ 하는 생각을 하며 눈에 힘을 주어 눈물을 꾹 참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울고 있는 사쿠라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 네가 울고 있으면 나루토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사쿠라.”

“……….”

“평정심을 되찾고 나루토 수술이 잘 끝나도록 기도나 해라. 저 안에서 애쓰고 계실 호카게님을 믿어. 네 스승이신 호카게님을, 그리고 나루토를.”

 


사쿠라는 내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는 쭈그려 앉아있는 사쿠라를 일으켜 간신히 의자에 앉혔고, 멍한 표정으로 수술실을 바라보던 사쿠라는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더니 눈을 감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사쿠라를 따라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나루토의 수술이 잘 끝나기를 빌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 수술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기만 할수록 내 마음은 조급해져 가기만 할 뿐이었다. 나루토의 수술이 끝나는 걸 기다리는 이 시간이, 미치도록 괴로웠다. 내가 마치 지옥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도 괴로웠다. 제발 살아있기만 해달라는 기도를 몇 천 번이고 하며 수술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 나는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두 눈을 감고 기도를 하다가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나루토의 얼굴에 눈물이 나올 번한 걸 몇 번이나 참은 건지, 셀 수도 없었다. 그 밝은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때였다. ‘수술 중’ 이라고 빨간 표시를 뜨던 전광판이 꺼지더니 수술실 문이 열리며 호카게님이 앞장 서 나왔다. 호카게님 뒤로는 시즈네와 병원 관계자가 보였다. 나와 사쿠라는 급히 호카게님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

 


“츠나데님! 나루토, 나루토는요?”

“츠나데님, 지금 나루토의 상태는….”

 


우리의 물음에 츠나데님은 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내가 누구겠어? 수술은 다행이도 성공적이다.”

 


호카게님의 말에 사쿠라는 안도감에 몸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수술은.’ 이라는 말은 다른 데에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에. 역시 내 생각이 맞았는지 츠나데님은 진지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루토가 이제 의식을 찾을지, 않을지에 달렸다. 그건 나루토의 의지에 달렸지만, 뭐―.”

“……….”

“그 바보 녀석은 당연히 웃으면서 깨어나 호카게가 될 거라는 꿈을 꿀 거니까.”

 


츠나데님이 말을 끝내며 간호사가 끌고 나오는 침대 위에 뉘인 나루토를 보며 살짝 웃으셨다. 지금까지 초조하게 너를 기다린 우리와는 다르게 평온한 얼굴로 잠에 빠져있는 나루토를 보니 사쿠라처럼 몸에 힘이 풀려 나 역시 주저앉고 말았다. 츠나데님은 그런 나를 보고는 말했다.

 


“오, 카카시가 주저앉을 정도면 많이 놀랐나 보군. 하하하! 이제 술 마시러 가볼까―.”

 


츠나데님은 그렇게 말하시고는 기지개를 피며 자리를 떠났다. 나는 시선을 위로 고정해 나루토를 바라봤고, 이제는 불안감에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이 아닌, 묘하게 좋은 느낌으로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고동소리를 느꼈다. 이때 알았다.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게 바로, 나루토.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

 

 

 

 


며칠이 지난 오늘, 너는 상태가 괜찮아져 집으로 옮겨졌다. 의식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을 제외하면 네 몸은 이젠 매우 정상적이었다. 임무를 나간 사쿠라를 대신해 오늘은 내가 네 옆을 지키게 됐다. 가만히 앉아 할 일이 없어서 너를 좋아하게 된 것을 깨달은 날을 회상하니 여전히 끔찍했다. 이렇게 영영 네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네 안에 있는 구미를 노리는 아카츠키 때문에 넌 안전하지 않을 거고, 이번엔 우리들이 있는 힘껏 너를 지키게 되겠지.

 


“……….”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내가 잡고 있던 네 손이 꼬물거리는 움직임을 느꼈다. 깜짝 놀란 내가 너를 쳐다봤고, 너는 어느새 눈을 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본 너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이겼다니깐.”

“……….”

“내가 모두를 지키면서. …그렇게 이겼다니깐. 카카시 선생님.”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내 이름을 부르는 너를 보니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왔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발견한 네가 깜짝 놀라 “카카시 선생님?!” 하고 소리를 쳤다. 깨어난 너를 정확히 보고 싶은데,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네가 드디어 깨어났다는 안도감에 지금껏 참았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어느새 상체를 일으켜 앉아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너를 지그시 바라봤다. 내 오른 손을 뻗어 네 볼을 어루만지니 처음엔 내 손길에 흠칫하던 너는 그대로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나루토, 네가 순하게 내 손길을 받아들여서 생긴 용기인건지, 나는 충동적으로 네 입술에 내 입술이 맞닿게 했다. 너의 반응은 똑같았다. 흠칫하던 너는 얌전히 눈을 감고 내 입술을 받아들였다. 아주 잠깐 동안의 입맞춤을 끝낸 네 입술에서 내 입술을 떼어내자마자 너를 내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다시는 그렇게 무모한 짓 하지 마. 네 무모한 짓에 동료들이 더 슬퍼했다, 나루토.”

“……….”

“이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목숨을 다해서 지킬 거다, 너를.”

“…카카시 선생님.”

“……….”

“…배고프다니깐.”

 


이런 분위기에 그런 말을 하다니, 참 나루토 너답다는 생각에 실소가 나왔다. 나루토는 그런 나를 보더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따져왔다. 아씨, 그럼 카카시 선생님이 며칠 동안 의식 잃어보라니깐! 배고프다고! 소리쳐오는 네가 이젠 내게는 귀엽게만 느껴졌다. 아아, 옛날에는 이런 너를 시끄럽고 귀찮다고만 생각했는데 콩깍지가 이런 건가.


급히 밖에 나가서 죽을 사와 식탁에 두고 나루토를 불렀다. 나루토는 “오오!” 하고 눈을 반짝이며 의자에 앉았다. 내가 수저를 건네자마자 나루토는 죽을 흡입하듯이 먹기 시작했다. 저러다 체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로 허겁지겁―. 나루토가 너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죽을 먹느라 옆에 있는 나는 신경도 안 쓰는 나루토의 머리를 쓰다듬어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인지시키자, 나루토는 또 흠칫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나루토와 눈을 마주치며 내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보였고, 나를 본 나루토는 깜짝 놀라더니 사례가 걸렸는지 가슴을 치며 켁켁 거렸다. 내가 재빨리 컵에 물을 따라 건넸고, 물을 꿀꺽꿀꺽 삼킨 나루토는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나루토의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게만 느껴져 웃음을 지은 채 나루토를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인데, 나루토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나를 째려보듯이 바라보더니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카, 카카시 선생님 왜 그러냐니깐!”

“뭘?”

“아까는 갑자기 내 볼을 만지지 않나, 키…키스를 하지 않나! 막, 막 지금도 흐뭇하다는 미소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니깐!”

“아. 그거 때문이었어? 미안, 미안.”

“빨리 왜 그러는지 말…!”

 


아, 또 해버렸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깜짝 놀란 나루토가 자기 말을 잇지도 못한 채 어버버 거리며 얼굴을 잔뜩 붉히고는 나를 바라봤다.

 


“…또, 또 했다니깐. ……키스.”

 


흐음. 이젠 나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나루토는 시선을 어디다 두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대답을 해 줘야겠지, 내가 왜 이러는지에 대해. 이 말을 듣고 나루토 네가 날 피하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혹시라도 곤란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 하는 걸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이제 기회는 없을 것 같으니까. 그 충동적이던 용기를 다시 한 번 내기로 했다.

 


“나루토.”

“……….”

“사랑한다, 너를.”

“에?”

 


깜짝 놀란 소리를 내던 너는 급히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역시 거절인건가. 하는 생각에 평소의 능글거림으로 넘어가보려고 입을 열려하는 때에, 나루토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알았다니깐.”

“나루토?”

“나도 좋, 좋아한다니깐.”

 


좋아한다는 말을 할 때엔 고개를 들고, 마주치지도 못하던 눈을 마주보며 말하는 나루토를 보니 참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기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이걸 참기에는 나루토, 너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다.

 


“나루토.”

“……….”

“아까 내가 한 어린애 뽀뽀 축에도 못 끼는 입맞춤이 키스라고?”

“…에?”

“진짜 키스가 뭔지 알려주지.”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네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 너의 입에 내 입을 맞춤과 동시에 너는 손에 쥐고 있던 수저를 놓쳤고, 이내 수저가 바닥에 떨어진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했는지 열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네 입술을 살짝 깨무니, 네 입술에 틈이 생겼고 나는 그 틈에 재빨리 내 혀를 넣었다. 서로의 타액이 섞여 키스를 하는 지금, 조금은 야릿한 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아아. 모두에게 네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뭐― 볼 일을 다 마치고 알려도 상관은 없겠지. 이젠 적응을 한 건지 내 목을 끌어안고 나를 받아들이는 나루토였다. 나는 키스를 하며 나루토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나루토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일 너를 생각해 아기 다루듯 조심한 손길로, 네가 놀라지 않도록, 그렇게.


그렇게 내 두 눈에 온전히 너를 담다가도, 창밖으로 들어오는 신비한 느낌의 달빛이 지금의 상황에 딱 알맞다고 생각했다. 내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는 너를 보며.

 


“…사랑한다니깐.”

 


그렇게 갈수록 너에게 빠져드는 밤은 점점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

 

 


.

 

 

 

.

 

 

 

fin.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1.16)

*수정(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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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월화비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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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그 장소에 도착 했을 때엔, 이미 무언가의 소름끼치도록 어둡던 영압은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공기는 여전히 짙은 중압감 속에 잠겨있었기에 사신은 방심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저의 움직임을 방해할 정도로 강한 영압에, 무거운 공기가 저를 누르고 있다. 참백도를 쥔 사신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땀이 찼다. 순간, 엄청난 땀으로 인해 손이 미끄러워 참백도를 놓칠 번한 사신은 제 손을 잠시 옷에 문지르고는, 두 손으로 참백도를 꽉 쥐어보였다. 사신이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사신의 시선이 몽환적인 달로 향했고, 사신의 두 눈이 얼마 지나지 않아 커져버린다. 사신의 두 눈 가득 사패장을 입은 남자 한 명이 담겨있다. 사신은 저도 모르게 벌어질 번한 입에 힘을 주었다. 간신히 다문 입에 안심을 하던 사신은 남자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저 말고도 사패장을 입은 사신이 달빛을 등진 채 지붕 위에 서있다.

 

눈이, 마주친다.

 

……….”

 

무거웠다. 숨쉬기조차 힘겹다. 사신은 금방이라도 저의 숨이 멎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두려움에 떨었다.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은 다리에 온갖 힘은 다 쥐고서야, 간신히 서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입마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사신은 간신히 힘을 쥐어 짜내며 그에게 힘겹게 물었다. 누구냐고. 그에게 정체를 밝히라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사신은 이것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저자는 자신을 관찰하듯 바라보고 있다는 것.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을 만큼 지친 사신은 두 눈을 부릅뜨며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알아야만 했다. 그의 정체를. 하지만 아무리 눈을 크게 부릅뜨고 본 들, 웅장한 달빛에 전혀 소용이 없었다. 달을 등지고 선 그의 얼굴에 깊은 그림자에 져서 보이지가 않는다. 그나마 사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달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흩날리는 짧은 오렌지 빛 머리칼이었다.

 

13번대 인가.”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사신은 그의 말에 당황한 듯 저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표식을 가렸다. 사신의 행동에 그가 맥없이 픽, 웃어버린다. 그의 웃음에 사신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의심된 사신이 저의 두 눈을 잠시 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신이 손을 제 눈에서 땠을 땐, 이미 그는 종적을 감춘 뒤였다. 불과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흔적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그 커다란 영압이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

 

눈 깜짝 할 새에 사라져버린 그의 모습에 사신이 당혹스러운 탄식을 내뱉었다. 대체, 그는 누구였을까.

 

 

 

***

 

 

 

13번대의 아침은 평화로웠다. 루키아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들이켰다. 차의 향기에 루키아가 만족을 하며 작게 탄식했다. 좋구나. 입가에 좋은 호선을 그리던 루키아는 시선을 위로 옮겼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시원한 하늘빛은 그 곳과 똑같았다. 내가 잠시 머물렀던, 지금 저가 느낄 수 있었던 모든 행복의 요소들이 시작한 그 곳과, 하늘은 언제나 똑같다. 호선을 그리던 루키아의 입 꼬리가 잠시 가라앉는다. 언제나 그리웠다.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그 세계가 그리운 것도 사실이지만, 저와 모두를 바꾸게 해 준 그녀석이 아마도, 가장 그립지 않을까. 루키아가 눈을 감음과 동시에 가는 속눈썹이 짧게 떨린다.

 

루키아 부대장님!”

푸웁!!”

 

갑자기 귀를 꿰뚫듯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루키아가 깜짝 놀라며 입 속에 있던 차를 내뿜었다. , . 차가 방울방울 루키아의 입가에서 흘러내렸다. 루키아가 잔뜩 화난 얼굴로 자기의 이름을 부른 사신을 째려보듯 눈을 가늘게 떴지만, 사신은 그것이 개의치 않다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제가 현세에서 카라쿠라 마을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신의 말에 찻잔을 잡은 루키아의 손이 작게 떨려왔다. 카라쿠라 마을이라.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모든 인연이 시작이었던 그 마을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현세의 시간은 참 빠르던데, 지금쯤 많이 바뀌었을까. 루키아의 얼굴에서 쓸쓸함이 비추었다.

 

어제 메노스. 그러니까, 길리안 영압이 느껴져서 제가 그 장소에 가보니 길리안 영압의 흔적 따위는 남아있지도 않았습니다!”

혹시 착각했다던가.”

거기서 저 말고 다른 사신이 있었는데, 부대장님도 알고 있던 사실입니까?”

 

루키아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점점 갈수록 주제할 수 없는 손의 떨림이 몸까지 전해져온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제가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영압을 내뿜는 것 같지 않은데도 충분히 대장급 이상인 듯한. 완적 사기적인 놈이던데요. 하나 확실한 건 머리색이

……….”

오렌지색이었던 것 같은.”

 

쨍그랑! 루키아가 들고 있던 찻잔이 떨어져 바닥과 부딪치며 맑게 울리는 소리를 내었다. 혼란스러웠다.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마치 자기 심장이 쪼개지는 소리와도 같았다.

 

부대장님?”

 

옆에서 사신이 저를 걱정하는 듯 했지만 루키아는 그것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무작정 어디론가 빨리 향하는 루키아를 사신이 여러 번 붙잡았지만, 루키아의 발걸음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루키아는 어딘가로 향해만 갔다. 몇 년 만에 저의 모습을 드러낸 그였다.

 

 

 

***

 

 

 

여어, 루키아. 어느 한 장소에 도착한 루키아가 가까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숨을 고르던 것을 멈추고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 그의 그림자가 어느새 저의 발 까지 길게 늘어졌다는 걸 눈치 챈 루키아가 저도 모르게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금방이라도 터져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참기위해 루키아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천천히 들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자마자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루키아의 몸이 경직되고 만다. 울음을 참으려 온 몸에 힘을 준 루키아의 몸이 작게 떨렸다. 마주 닿는 시선에 루키아의 숨이 턱, 하고 멈춘다.

 

공기가 무겁다. 그의 영압이 감도는 공기는 무거웠다. 그의 시선 역시 무거워 루키아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의 쓸쓸함 감도는 눈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숨이 멎을 것만 같다. 루키아는 울컥하는 저의 마음을 간신히 다스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 자신감 넘치던 눈은 이제 가라앉아 버려 고독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우리가 너를 이렇게 만든 것이냐

 

이치고.”

 

마치 세상에 홀로 고립되어 있는 듯 외롭고 쓸쓸한 눈이었다. 그립던 그의 이름을 부르며 루키아는 손을 쭉 뻗었다. 드디어 닿았구나. 루키아가 그의 볼을 어루만지자, 그는 눈을 감고 그녀의 손길을 느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따스한 손길이 그리웠는지 그는 미동 없이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러던 그가 저의 볼을 어루만지던 손을 저의 큰 손으로 덮었다. 루키아가 저의 손을 잡아오는 그에 의해 깜짝 놀라며 손을 빼려 했지만, 이미 그에게 잡힌 손은 빠져나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빠져나가려 할수록 더욱 꽉 잡아오는 손에 의해 결국 루키아는 가만히 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가 눈을 천천히 떴고, 다시금 찾아오는 마주한 시선에 루키아는 그의 눈을 깊게 바라보았다.

 

그가 천천히 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의 두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채,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고개를 살짝 빼는 그의 몸짓이 너무나도 수줍어 보여 루키아는 속으로 작게 웃었다. 수줍어하는 그는 여전했다. 그리고, 지금 저의 입술에 맞닿는 그의 따뜻한 온기 역시 여전하다. 그의 외로워 보이던 넓은 등판을 루키아는 저의 두 팔로 꽉 껴안았다. 그가 저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도록. 외로워하지 말라는 듯, 루키아는 그렇게 이치고를 꽉 껴안았다.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진다. 그는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루키아를 제 품에 가두었다. 루키아와 마찬가지로 그녀를 껴안은 두 팔에 잔뜩 힘을 주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그의 손이 작게 떨렸다.

 

그의 입맞춤은 따뜻했다. 저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질 정도로, 진심이 깃든 키스였지만 그에게 깃든 외로움마저 느껴졌다. 그의 품 안이 갈수록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결국 눈물을 토해낸 루키아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 토록이나 그립던 그의 품 안이었다. 저에게 언제나 의지가 되던 따스한 품 안은 이렇게 저의 눈물을 멈출 수 없게끔 만들었다. 조금은 어색하게 저의 등을 토닥이는 그의 손이 조심스럽다. 루키아는 한참을 이치고의 품속에서 그리움을 토했다.

 

이치고.”

 

호숫가에 앉아 이치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루키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에 루키아의 목소리마저 떨려온다.

 

다시, 돌아 올 것이냐?”

……….”

그게 아니면, 다시

 

사라질 것이냐? 꾸욱. 들려올 대답이 두려운지 루키아가 애꿎은 저의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이라도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루키아는 심정이 조급했다. 다시 그가 저의 앞에서 모습을 감춘다면 자신은 무너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고작 인간에게 매달리는 저의 꼴이 우습게만 느껴진다. , 고작 인간이 아니라 사신대행이려나. 루키아가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루키아.”

 

그의 낮은 음성이 자신의 귓가에 울렸다. 그가 저의 큰 손으로 루키아의 눈을 덮었다. 금세 찾아온 암흑에 루키아가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다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에 그가 저의 코앞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허나 그는 말이 없었다. 또 한 번의 침묵에 루키아는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가 자신을 두 눈 가득 담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느껴지는 그의 시선에 몸이 위축되어버릴 것만 같다.

 

따뜻했다. 다시금 저에게 찾아온 따스함을 루키아는 가만히 받아들였다. 그는 말을 아꼈다. 말 대신 행동으로 의사를 전해왔다. 이치고의 뜻을 깨달은 루키아는 조용히 몸을 떨었다. 그의 손에 의해 가려진 곳으로 부터 물줄기 하나가 루키아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온다. 어느새 어두워진 밤, 호숫가에 담겨진 달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떨어지자, 이내 차가운 저녁 공기가 저의 입술을 감쌌다. 눈을 가리던 손 역시 떼어낸다. 해방된 눈가가 시렸다.

 

사실은 그의 눈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그가 이럴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루키아는 쓸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이 애원한다면 그가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조금이나마 가졌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쓰게 미소를 짓던 루키아는 저의 침통함을 속으로 묻혔다.

 

단 한 번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바람에 호숫가가 떨리듯 출렁였다. 몸이 가볍다. 몸이 무언가에서 자유로워진 듯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키아는 눈을 천천히 떠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속눈썹이 떨릴 정도로, 루키아는 느린 속도로 눈을 떠 보였다.

 

역시 그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루키아는 호수에 비친 달을 바라보았다. 잔잔한 물결에 달이 반사되어 더 빛나게 보이는 듯 했다. 한참을 호수에 비추어진 달을 바라보던 루키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찬란히 빛을 내는 것만 같은 달이 처량해 보기가 힘들었다.

 

다시 눈을 뜬다면 이번엔 그의 빛나던 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의 힘찬 미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헛된 기대감에도 루키아는 입가에 호선을 그려 넣었다. 아직 남아있는 그의 온기가 시린 달빛처럼 차갑기만 하다.

 

 

 

 

Fin.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6.02)

*수정(20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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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거울


written by. 월화비월

 

 

붉은 달이 덩그러니 뜬 새벽이었다. 차마 커튼을 치지 못한 창을 통해 불그스름한 빛이 드리웠다.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잠이 통 오지를 않았다. 그저 눈만 깜박깜박, 뜬눈으로 붉게 물들어진 천장만 바라보았다.

……샤워나 하고 올까. 그 생각에 미친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전 333분이었다. 333. 타이밍 좋게도 가끔씩 숫자가 반복되는 시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다. 그렇게 살짝 미소 지으며 화면의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데, 맨 뒷자리가 4로 바뀜과 동시에 화면이 꺼져버린다. . 깜깜한 바탕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나는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관두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

터벅터벅. 모두가 잠들어버린 깊은 밤은 너무도 조용해 마치 내가 어딘가 다른 차원에 있는 것만 같은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욕실로 향하는 발소리만이 귀에 울릴 뿐, 그 외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로 했다. 그냥 갑작스런 호기심이었다. ――지이잉, 이명만이 귀를 지배한다. 아아. 이토록이나 이 새벽은 고요했구나. 거실의 시곗바늘 소리조차도 들려오지 않았다.

거실에 있는 베란다를 통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붉게 물들어진 밤하늘은 신비로웠고, 아름다웠다. 또 어떻게 보면 마치 지옥의 하늘같기도 했다. 하늘을 붉게 물들였을 원인일 달을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달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쏴아아.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욕실 가득 울리던 것도 잠시, 샤워를 다 마친 나는 물을 끄고 수건을 꺼내 먼저 대충 머리를 털었다. 그 다음엔 몸통, , 다리 순으로 물기를 제거했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머리에 수건을 돌돌돌 싸매는 것으로 끝. 새 잠옷을 장착한 나는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다만, 방문 앞까지 다다랐을 때 핸드폰을 욕실에 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슬쩍 거실을 바라보니 구름이 지나가고 붉은 달이 완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날 홀리는 것만 같아.

핸드폰은 욕실 수건 수납칸 위에 올려져있었다. , 역시 여기있었구나. 핸드폰을 손에 쥔 나는 시간을 확인하려 화면을 켰다. 444……. 444는 아무래도 좀 싫은데. 그나저나 1시간 동안이나 샤워를 했구나. 아직 꺼지지 않은 핸드폰 불빛 덕에 깜깜하기만 했던 욕실에서 거울로 내 뒷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빗질을 못해 이리저리 엉켜있는 머리카락에 한숨이 쉬어졌다. 빨리 돌아가서 빗질이나 해야지. 그렇게 뒤돌아 욕실 문을 나설 때였다.

―――, 2? 뒷모이 비 ¿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샤워를 하고 나온 게 소용없을 정도로 식은땀이 온몸을 흠뻑 적셨다. 침을 꿀꺽 삼킨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 다행이다. 역시 내가 잘못 본 듯 했다. 거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내 앞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무언가 안심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그런데 왜. 왜 거 나는 를 보 고 있는 거¿ ? 지 않¿

줄곧 기다렸어, 오늘만을.”

……….”

어서와, 또 다른 ’.”

어째선지 온몸의 신경이 마비된 듯 입 하나 벙긋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를 향해 거울 속에서 뻗어오는 기다란 팔은, 누가 봐도 이 세상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결국엔 그 팔이 내 몸을 완전히 감싸 거울 속으로 끌고 갈 때 까지도 나는 일련의 비명 조차도 지르지 못했다.

. 힘이 빠져나간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져 나간다. 어둠속으로 끌려가는 도중, 나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간신히 눈동자를 돌려 확인할 수 있었다. 절망스러울 만큼 떠 있는 숫자, 444. 여전히 시간은 44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히히히. 히힉¿ ? 히히. . ¿ ? 너도, , 거기? . . 속에 갇혀. . 이젠, ¿ . 내 차례. , . .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수정(2017.01.15)

 

[미미타이] 예지몽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타이른] Unravel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Digimon

어린왕자 <타케히카>

w.월화비월

 

소녀가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 애꿎은 손만 꼼지락거렸다. 소녀의 할 말이 있다는 부름에 한참 전부터 나와 있었던 소년은 지루하다는 듯 기지개를 편다. 하암, 찍 뱉어지는 하품에 소년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저기, 히카리짱?”

소년이 소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소녀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곤란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던 소년은 다시 입을 떼었다.

할 말 없으면 나 이만 먼저 가 봐도 될까. 오늘 오랜만에 형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

그럼.”

당황함이 역력한 소녀가 깜짝 놀라며 소년을 바라봤다. 이에 소년이 소녀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렇게 소년이 뒤를 돌아 몇 걸음 걷고 있을 때였다.

잠깐만!”

급히 뛰어온 소녀가 소년의 허리춤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당겨지는 느낌에 소년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소년이 소녀 쪽을 향해 몸을 다 돌리기도 전에 소녀를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외친다.

좋아해, 타케루군!”

?”

예전부터 좋아했어. 진심이야.”

부끄러웠는지 소년의 옷자락을 꽉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소녀의 고백에 소년은 그저 눈만 커다랗게 뜬 채로 소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기도 잠시, 소년은 제 옷자락을 놓지를 못하고 있는 소녀의 손을 감쌌다. , 소녀가 몸을 움찔하며 소년을 올려다본다. 그제야 제대로 보이는 소녀의 얼굴에 소년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얼굴이 새빨간 것이, 마치 사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외모가 예쁜 것도 한몫했지만.

소년이 소녀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을, 소녀는 피하지 않았다. 눈을 마주하고 있을수록 툭 건드리면 펑 하고 터질 것 같이 점점 더 얼굴이 빨갛게 익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결코 먼저 눈을 떼지 않았다.

타케루군?”

결국 먼저 고개를 돌린 건 소년이었다. 소녀의 진심 어린 눈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얼굴이 후끈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에게 멀찍이 떨어져 코와 입을 가리는 소년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내 소년의 목덜미가 벌겋다는 것을 눈치를 챈 소녀는 수줍게 미소 지어 보였다.

뭐야, 타케루군. 고백한 건 난데 왜 타케루군이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야, 나도 히카리짱을 좋아하니까.”

소년의 대답에 소녀의 얼굴이 화르르 타올랐다. 덥다는 듯 손부채질을 하는 소녀의 귀여운 행동에 소년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제 손을 천천히 뻗었다. 소녀의 손목을 잡음과 동시에 부채질이 멈췄다. 불에 덴 듯 뜨거운 손목에 소녀는 시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못 했다.

소년이 잡고 있던 소녀의 손목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에 소녀의 몸까지 같이 끌려오면서 소년의 품에 안착한다. 제 품에 쏙 들어온 소녀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던 소년은 소녀의 손목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소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소녀의 얼굴은 폭발 직전이었다.

기억해? 히카리짱? 우리의 문장.”

……, 타케루군이 희망이고, 난 빛이잖아. 그걸 어떻게 잊어.”

그래. 그래서 좋아한다고, 히카리짱.”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았다. 소녀는 눈을 감고 소년의 품을 느꼈다. 소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6.02.20)

*수정(201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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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mon

어린왕자 - <코시미미>

w.월화비월

 

코시로군!”

예고 없이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 지끈 하는 갑작스러운 두통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코시로는 머리에 손을 얹은 채로 천천히 눈을 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는 정확히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꽤나 늦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잠시, 코시로는 달력을 바라봤다. 오늘부로 벌써 한 달인가, 그녀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미국으로 떠난 지.

코시로는 무심코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전화는커녕 문자 한 통도 오지 않았다는 걸 알아챈 코시로는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칼을 헝클였다. 그녀가 떠난 뒤로 제 핸드폰은 아주 가끔을 제외하고 그저 시계 역할만 한다는 것을 망각한 저의 어리석음에 대한 짜증이었다.

항상 뭐하고 있냐고 연락이 왔었는데…….”

코시로가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느새 그의 입가엔 씁쓸한 미소가 걸쳐져 있었다. 단 내가 나는 텁텁한 입에 코시로는 곧장 욕실로 향한다.

치카치카, 표정 없이 양치질을 하던 코시로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바삐 움직이던 손을 천천히 멈췄다. 칫솔을 입에 문 채로 한 달 전과는 다르게 많이 초췌해진 제 얼굴을 어루만진다. 나쁘지 않던 피부가 거칠어져 있었다. 심지어 다크서클까지.

, 하고 뱉은 거품을 초점 없이 바라보던 코시로는 한숨을 크게 내셨다.

대충 세수와 양치질을 마친 코시로가 터덜터덜 거실로 걸어 나왔다. 코시로의 인기척을 느낀 여성이 뒤를 돌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어났니? 코시로?”

. 안녕히 주무셨어요?”

코시로의 인사에 환한 웃음으로 대신 대답하던 여성은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 잠시 신음하던 여성이 코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얼굴을 제 손으로 감쌌다.

피부가 많이 상했네. 요새 늦게 일어나는 것도 그렇고…….”

……….”

혹시 무슨 일 있는 거니?”

여성의 질문에 코시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일,이라. 코시로는 다시 한 번 떠오르는 그녀의 해맑은 모습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양옆으로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에요. 무슨 일은요.”

코시로.”

전 괜찮아요, 엄마.”

코시로가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게 뻔히 보였지만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은 모습에 결국 여성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아무 일 없으면 됐어. 따스한 목소리에 코시로의 쓸쓸했던 마음이 포근해지는 듯했다.

여성은 여전히 방으로 들어가는 코시로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불안한 모습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애, 정말 괜찮을 걸까.

방으로 들어온 코시로는 제가 어젯밤 켜놓고 잠든 노트북 화면 아래쪽에 있는 아이콘이 빛나고 있다는 걸 보았다. 뭔가 싶어 가까이 다가간 코시로가 그것을 확인했다. 이메일 아이콘이었다. 달칵. 코시로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주저 없이 클릭했다. 곧바로 뜨는 창에 코시로는 눈을 크게 떴다. 내용을 확인한 코시로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핀다. 자연히 올라간 입꼬리는 씰룩씰룩, 내려올지를 몰랐다.

코시로군, 잘 지내? 나는 잘 못 지내고 있어. 코시로군이 없어서 그런가 봐. 보고 싶어, 코시로군. -미미

저도 보고 싶어요. 미미상.”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6.02.20)

*수정(201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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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mon

눈치 좀 채라 - <타이야마>

w.월화비월

야마토, 미안하다니까!”

너는 어떻게 항상 그런 식이냐?”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 사실 지금 네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잖아.”

. 정곡이 찔린 듯 타이치가 어쩔지를 몰라 했다. 야마토의 말이 맞았다. 타이치는 현재 제가 무얼 잘못한 건지 도통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힌트라도 주면 좋을 텐데, 무작정 저를 쏘아붙이는 야마토에 타이치는 속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타이치의 얼굴에 당황함이 역력하다.

으음. 타이치는 눈을 감고 제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했다. 정확히는 고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잘못한 일은 없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머리에 타이치가 조금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혹시 내가 아까 나만 다코야키 사 먹어서 그런 거야?”

……. 너 그 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타이치의 악의 하나 없는 순수한 질문에 야마토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너 그 눈치로 어떻게 살아왔냐?”

야마토가 경악한 얼굴을 하며 타이치에게 물었다. 이에 타이치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 눈치가 뭐 어때서? 타이치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어이, 야마토. 솔직히 말해서 내가 뭘 잘못했냐?”

?”

나 지금 네 집에서 놀러 오고서부터 네가 시키는 일 군소리 없이 다 했잖아!”

그건.”

물 떠와라, 휴지 가져와라, 뭐 해라! 내가 노예도 아니고!”

야마토가 변명하려고 타이치의 말을 가로채려 했으나 타이치는 야마토에게 그럴 여지를 주지 않았다.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야마토에 타이치는 이때다 싶어 제가 섭섭했던 것을 줄줄이 터놓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상황 역전. 타이치는 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심지어 네가 스킨십 하지 말래서 그것도 꾹 참고 있는데. 진짜 억울한 거 아냐?”

……….”

……야마토?”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야마토에 타이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리 시선을 마주치려 해도 어떻게든 저와 눈을 마주치기 않으려 하는 야마토의 행동에 타이치는 이상함을 느꼈다. 자세히 보니 야마토의 귀가 불에 덴 듯 발갛다. 호오, 타이치가 팔짱을 끼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

설마, 야마토.”

…….”

오늘은 널 건드리지 않아서 그런 거냐? 귀엽기는.”

타이치의 능글맞은 말에 야마토가 몸을 움찔했다. 야마토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던 타이치는 이내 야마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더 새빨갛게 익는 야마토의 얼굴에 타이치는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타이치가 야마토와 시선을 마주했다. 순간 흡, 숨을 멈추는 야마토에 타이치는 제 손으로 야마토의 두 눈을 가렸다. . 갑자기 찾아온 깜깜한 시야에 야마토가 신음을 뱉었다.

눈을 감아야지. 키스할 건데.”

곧이어 제 입술에 닿는 물컹거리는 감촉에 야마토가 살짝 몸을 떨었다. 따스한 온기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는지 야마토의 팔이 자연스럽게 타이치의 목을 감싼다. 집 안은 언제 냉기가 돌았냐는 듯 후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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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mon

울지 마요 - <켄미야>

w.월화비월

 

그만해, 스팅몬. 드릴 소리만이 채우고 있던 방 안에 한 남자의 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에 사람 형상을 띄고 있으나 곤충처럼 더듬이와 날개가 달려있는 무엇인가가 제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남자를 바라봤다. , . 스팅몬의 날카로운 손톱 끝에서 붉은색의 묽은 액체가 약간의 살점과 같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스팅몬의 옆에 쓰러져 있는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 여자의 몸 중앙에는 작지 않은 크기의 구멍이 원형으로 뚫려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던 남자의 발이 피로 흥건한 곳을 거닐자 철벅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길게 늘어트려진 머리카락을 밟을 정도의 위치까지 온 남자는 아무것도 깃들지 않은 눈으로 차마 눈을 감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여자를 바라봤다.

. 조소를 뱉은 남자는 제 발로 주저 없이 여자의 머리통을 차버린다. 힘없이 돌아간 죽은 여자의 머리에 오히려 남자의 옆에 있던 스팅몬이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켄군!”

한 여성의 맑은 음성이 세상 그 어디와도 고립되었을지 알았던 방의 문 밖 멀리에서 들려왔다. 남자가 흠칫 몸을 떨며 문 쪽에 시선을 가져갔다. 무엇인가 급히 고민하는 듯 남자의 눈알이 양옆으로 몇 번 구른다.

타다닥, 급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벽과 부딪쳤다. 보랏빛의 머리칼을 지닌 여성이 문 손잡이에 제 몸을 기대며 벅찬 숨을 돌렸다. 흔들리던 남자의 눈동자가 멈춘다.

이러고 있을지 알았어.”

맑기만 할 줄 알았던 여성의 목소리는 현재 떨리고 있었다. 남자의 옆에 기괴망측한 시체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을 본 듯했다. 남자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며 입을 열었다.

왜 몸을 떨어요, 미야코상. 설마 내가 무서워요?”

켄이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러나 미야코는 그런 켄이 소름 돋는다는 듯 표정을 싸악 굳혔다.

이런 짓은 이제 그만두라고 했잖아.”

……….”

대체 왜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저렇게 만드는 거야?”

약속을 먼저 안 지킨 게 누군데 그래요?”

? 자기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듯 켄의 너무도 당당한 모습에 미야코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물음이 터져 나왔다. 미야코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켄이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지는 예상을 못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켄은 여전히 당당했다. 단숨에 그녀 가까이 다가간 켄은 그녀의 두 어깨를 붙잡고 무서운 얼굴로 그녀를 노려봤다. 그의 시선에 겁을 먹은 미야코가 제 몸을 살짝 떨었다.

말했잖아요. 나 말고 다른 남자는 만나지 말라고.”

켄군, 그건!”

내가 없을 땐 아무리 다이스케군이어도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

켄의 분노에 찬 외침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너무 꽉 잡힌 어깨가 아파 미야코가 몸을 움찔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 아픈 신음이 절로 나왔다.

어느새 미야코의 두 볼을 잡은 켄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입술로 돌진했다. 작게 벌어진 틈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켄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우롱하듯 헤집는다. 켄에게서는 미야코를 배려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억지로 행해지는 키스에 미야코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거칠게 제 입을 떼어낸 켄은 서럽게 울고 있는 미야코를 그저 지그시 바라봤다. 이내 켄은 미야코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제 손으로 닦아내었다.

울지 마요. 더 울리고 싶잖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켄은 미야코의 흰 목덜미에 입을 부드럽게 맞췄다. 미야코가 저도 모르게 깨문 입술에서 피가 방울지게 맺힌다. 어느새 웜몬으로 돌아간 켄의 디지몬은 여자의 시체 가까이 다가가 눈을 감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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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mon

Peter Pan

 

 

야가미 타이치 X 타케노우치 소라

written by. 월화비월

 

 

 

*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안녕은 떠난다는 뜻이고,”

……….”

떠난다는 것은 잊혀져버린다는 뜻이니까.”

 

금의 안타까움 속에서도 나는 그의 말에 순응하지 못했다. 진득함을 뽐내던 아카시아 향은 어느새 중후한 공기 속,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애절한 시선을 한 몸에 듬뿍 받으면서도 나는, 그랬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무거운 죄를 진 듯 고개를 숙이고서. 잘 움직여지지를 않는 입을 억지로 떼어냈다.

 

안녕.”

 

내가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의 끝, 나는 결국 그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끝까지 너의 간절한 시선을 외면하고서, 나는 뒤돌아섰다.

 

 

 

*

 

 

 

01_할 수 없는 인연의 끝, 우리는 마주했다.

 

느 때와 다를 것 없던 학교 등굣길이었다. 하품을 찍찍 내뱉으며 나는 평소와 같이 길을 걸었다. 지루한 아침, 주위는 학생들이 서로 친구들과 떠들며 가느라 시끌벅적했다. 정말, 항상 같은 아침의 일상이었지만 왠지 오늘따라 내 신경은 몇 배로 예민해져 있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을 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재빠르게 떨어졌다. 놀란 숨을 내뱉으며 나는 내 어깨를 잡은 이를 확인했다. 야마토.

 

, 미안. 많이 놀랐어? 평소와는 다른 내 반응에 오히려 그가 더 당혹스러운 듯 보였다.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를 건네는 야마토에 나는 말을 얼버무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오늘따라 신경이 예민하네. 한동안 우리 둘의 어색한 공기가 지속되는 듯싶었지만, 이내 야마토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오늘, 새 학기 시작이네. 벌써 우리가 고등학교 2학년이라니, 믿어져? 야마토의 물음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점점 늙는 기분이야. 이제 갈수록 파릇파릇함은 사라지고 쭈글쭈글 주름이 잡혀 늙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입술을 툭 내밀고서 불만을 토로하니 야마토가 웃음을 참으며 내 머리를 꾹 눌렀다. 늙는 게 뭐 어때서 그러냐.

 

그럼 넌 늙어가는 게 좋아?”

, 글쎄. 너랑 같이 늙는 거라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참나. 너 요새 왜 이렇게 능글맞아 졌어?”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가고 있을 무렵, 야마토는 피식, 공기 빠진 웃음을 토하며 내게 물었다. 그럼 넌 왜 늙는 게 싫은데?

 

. 늙는 건 당연히 싫지. 나이 먹는 게 왜 싫으냐고 물어라, 멍청이.”

그래그래. 나이 먹는 게 왜 싫어?”

그야.”

 

어른이 되는 거잖아, 곧 있으면. 나는 어른이 되는 게 두려워. 이기심에 취해서는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는 것이 싫다고 한들,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고, 나는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잖아. 내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대답하자, 야마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야마토는 흐음, 하는 탄식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내게 말해왔다.

 

하지만, 소라.”

.”

그건 네가 변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해오는 목소리에, 나는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것은 내가 과연 이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변하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나는 그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당당하게 , 변하지 않을 수 있어.” 라는 대답 따위는 목구멍에 틀어 막혀 나오지 않았다.

 

야마토의 물음에 한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내 현재와 미래, 그리고 앞으로도 쭉 이어갈 나의 소중한 인연들, 나의 꿈, 사랑. 어떤 것 하나도 나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깊은 고뇌에 빠져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걸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다. 나는 결국 천천히 걸어가던 앞사람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꽤나 세게 부딪힌 탓에, 얼굴이 얼얼할 정도였지만, 이것은 아픔뿐만이 아닌 창피함의 붉어짐이었다. 급하게 죄송하다 사과하며 얼굴을 들었다. 타이밍 좋게도, 벚꽃은 그와 내 사이를 지나 내 손등에 툭, 떨어졌다.

 

드디어 만났네.”

 

현란하게 주위에 내리 오는 아름다운 벚꽃 잎들을 맞으며 우리는 마주했다. 나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소년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낯익고, 그리운 냄새가 소년에게서 흘려오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콩닥콩닥, 뛰는 심장에 나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더랬다. 한동안, 소년의 시선을 함께 마주보며. 그저 새로운 인연이 생겨나는 순간일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

 

 

 

02_어내지 못한 그 미련 속에, 끝내 너의 손을 붙잡지 못하였다.

 

야가미 타이치. 잘 부탁해. 그 의미모를 소년을 다시 마주한 건 교실이었다. 고등학생 2학년, 새로운 교실. 그리고 소년. 이것이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내게 말간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 오는 소년을 그저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의 손을 쭉 뻗으며 악수를 청하는 소년에게, 나는 악수를 받아주지도, 그렇다고 소년을 무시하지도 않은 채로 그저 멍하니, 소년을 바라봤다. 오묘한 느낌이었다, 소년은. 나를 홀릴 것만 같은 소년의 깊은 눈동자는 무언가 많이 슬퍼보였다.

 

악수, 안 받아 줄 거야? 내밀고 있는 손이 민망한지 소년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소년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 이런. 지금 내 얼굴은 창피함보다 더한 쪽팔림에 붉게 물들여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등신같이, 한 손으로 악수하면 될 것을 왜 당황해서는 두 손으로 잡은 거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푹 숙였다. 잘 부탁해.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말하는 것을 용케도 알아들었는지 소년은 두 눈이 휘어지도록 환히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년의 미소가 행복해보이지만은 않는 다는 건 오늘따라 예민한 나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보고 싶었어, 소라.”

 

나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빛이 애절해 보였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정말, 하나도.

 

 

년하고 친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쉽게도 야마토와는 다른 반이 되어 떨어져 버렸지만, 신기하게도 소년과 나, 야마토는 어디를 가든지 셋이서 붙어 다녔다. 우리와 함께 떠들며 웃고 있는 소년이었지만, 소년에게는 왠지 모를 동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함께 웃음을 짓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소년은 가끔씩 슬픈 미소를 보였다. 왜 그런 건지 나는 알지 못했다. 야마토에게 이것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지만, 야마토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대답 할 뿐이었다.

 

신경 쓰지 마, 네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잖아?”

 

항상 같은 대답에, 나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맞는 말인데, 왜 그 말에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욱신욱신 거리는 마음에 나는 가슴 언저리에 두 손을 꼭 갖다 대었다. 타이치, 그 아이가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괜히 드는 미안한 감정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느새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일이면 있을 여름 방학식에, 나는 들뜨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였다. 방학이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 실실 웃자, 소년이 내 머리를 툭 건들며 말했다. 웃지 마, 정들어. 소년의 말에 옆에 있던 야마토는 비웃음을 내며 나를 놀리기에 동참했다. 못생겨서 정들지. 그들의 말에 나는 볼을 부풀리며 길을 앞서 걸어갈 뿐이었다. 따라오지 마! 기분 좋았던 하굣길이 한 순간에 망쳐지는 순간이었다. 아아, 정말. 저것들은 날 놀리는 데에만 도가 탔지.

 

타이치 오빠!”

 

앳된 소녀의 목소리였다. 나는 소녀의 부름에물론 나를 부르는 것은 아니었지만절로 걸음이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뒤를 도니, 소년이 소녀에게 꾸중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누군데 그러지? 나는 호기심을 찾지 못하고 소년에게 물었다. 타이치, 이 여자애는 누구야? 내 물음에 소년이 움찔거리며 말문이 막힌 듯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소년의 뺨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 괜찮아? 땀을 닦아주려 소년에게 손을 뻗는데, 당황한 소년이 내 손을 내치었다. 어색한 공기가 더운 여름 공기와 함께 우리를 덮었다.

 

미안. 세게 쳐서 그런지, 내 손등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것에 엄청 큰 죄를 진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쩔쩔 매며 사과를 하는 소년이었다. , 괜찮은데. 어색한 미소를 입에 걸치며 사과하는 내게 소녀는 무언가 불만이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기, 나한테 무슨 할 말 있니? 내 상냥한 물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난 언니가 싫어요. 밑도 끝도 없이 나를 싫다고 말해오는 소녀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이 아이를 처음 보는 것이 분명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이 애에게 싫은 짓을 해 버린 것일까? 당혹스러움에 나는 두 눈만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오빠. 이번이 마지막인 거 알지?”

알았다니까. 집에서 얘기 해, 히카리.”

이제 81일까지 일주일 남았어. 그 뒤로는 없어.”

알았대도!”

내가 언제까지 오빠가 이 짓거리 하는 걸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미 다른 사람들은 오빠를, 그리고 나를 잊고 잘 살고 있는데 오빠는 대체 왜 거기서 벗어나지를 않은 거냐고! 소녀의 울분 가득한 외침이었다. 알 수 없는 남매의 대화에 나는 끼어들지 못했다. 그저 방관자가 되어 소년과 소녀를 지켜보았다. 야마토 역시 그랬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웃음을 머금고 있는 야마토의 얼굴에 나는 몸이 경직된 채로 서 있어야만 했다. 미안, 먼저 갈게. 소년이 소녀를 억지로 이끌고 가는 순간에도 나는 잘 가.” 라는 짧은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다. 이런 내 모습에 야마토는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왜 그래, 소라?”

야마토.”

그렇게 멍한 표정 짓지 마. , 저 둘의 대화가 신경 쓰여?”

……….”

소라, 어른이 되는 게 싫다 했지? 그 방법 내가 알려줄까?”

. 지금 이상해. 제정신 아닌 것 같아 보여.”

죽어.”

?”

죽으면 넌 평생 그 나이로 있을 수 있어. 어른이 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미안하지만, 난 지금 충분히 제정신이야.”

 

타이치, 쟤도 포기를 모른다니까. 이런 짓만 지금 몇 번째야? 어느새 웃음기를 싹 지우고서 말하는 야마토에 나는 몸을 덜덜 떨었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걱정 마, 소라. 답답해서 한 소리니까. 진심으로 말 한 건 아니야.”

……….”

내가 나쁜 새끼인건 맞지만, 너도 참 나쁜 것 같아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어.”

몇 백, 몇 천년동안 같은 시간대에 다들 환생을 했고, 인연을 이어갔는데 말이야. 내 이기심에 나는 항상 방해했어.”

 

물론, 나는 지금도 방해를 할 거야. 지금 준 힌트는, 그래도 여태껏 노력한 타이치에 대한 보상일 뿐이야.

 

 

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어느새 소녀가 말했던 81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좋지 않은 불쾌함이 나를 감돌았다.

 

방학 잘 보내. 방학식 날, 나는 너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소년을 외면한 채 나는 집을 향해 걸었다. 그 날의 이질감에 나는 소년이 불편했다. 야마토도, 소년도, 그리고 그 소녀도. 하나같이 내 머리를 헤집어서는 지끈지끈한 두통이 오게 할 뿐이었다. 나를 뒤 따라 와서 내 어깨를 붙잡고 거친 숨을 쉬어내는 소년을 바라보지 않았다. 내게 손을 내미는 소년은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소년이 내 눈 앞에 손을 내밀었기에 그 손만 내 눈에 담았다. 나는 끝내 소년의 손을 붙잡지 않았다.

 

 

 

*

 

 

 

03_던트 속에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나는 너에게.

 

81일이 찾아왔다. 방학의 무료함에 나는 죽은 듯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 핸드폰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다. 나는 찌뿌둥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한 동안 가만히 그 문구를 바라보았다. 나는 확인 버튼을 누르는 걸 망설여하고 있었다. 애꿎은 입술을 깨문 채로 나는 용기를 내어 확인 버튼을 눌렀다.

 

…….”

 

문자의 내용을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탄식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는 곧장 욕실로 들어가 씻을 준비를 했다.

 

빛의 언덕에서 만나.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어. 느낌대로 가면, 그 곳에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문자 내용 역시, 도통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복잡해. 너도, 소녀도, 야마토도. 이 복잡한 관계를 왠지 내 손으로 직접 끝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의 언덕 역입니다. 여자의 음성에 나는 자리를 떴다. 이곳은 내가 자주 오던 곳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뭔가 익숙했다. 발걸음은 어느새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이거였나, 타이치가 말 한 것이. 그냥, 느낌대로 발걸음은 익숙한 듯 걸음을 떼고 있었다.

 

타이치.”

 

내 발걸음이 멈춰 선 곳엔 이미 타이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를 저의 등받이로 사용한 채 드리운 그늘 속에서 소년은 시원한 바람을 느꼈다. 오늘은 날이 평소보다 더 맑았기 때문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리 오는 햇볕은 매우 따가웠다. 그래서 그런지 습기가 없어 그늘에 있으면 충분히 시원한 정도의 날씨였다. 물론, 원래 이런 맑은 날씨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은 있었기에, 혹시나 싶어 우산은 챙겨왔다.

 

소년의 얼굴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좀처럼 뜨지 않는 두 눈에 기다랗게 나와 있는 속눈썹은 바람에 맞춰 조금씩 떨리며 움직였다. 나는 새근새근, 죽은 듯 잠을 자는 소년을 가만히 바라보다 따가운 햇볕에 나 역시 나무 그늘 안으로 들어갔다. 소년의 얼굴을 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쪼그려 앉아 구경했다. 아무리 봐도 몇 달 본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에, 이 모습보다 더 앳된 얼굴로 많이 마주했던 것 같은 느낌.

 

왔어? 소년이 천천히 눈을 뜨며 잠겨서 살짝 갈라진 음성을 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년이 취한 포즈를 따라했다. 큰 나무를 등받이 삼아 기댔다. , 꽤 편하네. 나는 만족감에 살포시 웃음을 지어보이다가도 옆에 있는 소년을 의식하며 금방 정색을 해보였다. 무슨 일인데 보자고 한 거야? 내 물음에 소년은 얼굴에 잔뜩 씁쓸함을 드러냈다. . 소년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아픈 표정 짓지 마. 소년의 얼굴에 내 심장이 더 저릿해왔다. 소년은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내 볼에 닿은 소년의 따스한 손 감촉이 좋아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떠 보였다. 한동안 내 볼을 가만히 어루만지던 소년은 힘없이 손을 떼어냈다.

 

이거, 주려고 왔어.”

 

소년이 내게 건넨 것은 자그마한 팬던트였다. 이걸 왜? 내 물음에 소년은 팬던트를 열어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달칵. 팬던트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사진 하나가 예쁘게 끼워져 있었다. 모두가 함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 행복하다는 미소를. 나는 팬던트를 눈 앞에 가까이 대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웬 괴상하게 생긴 동물들이 사람들의 옆에 같이 붙어있었고, 그 속에는 소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사진 속에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야마토도, 소년의 동생이라던 그 소녀도. 선배인 죠, 후배인 코시로, 미미, 야마토의 동생인 타케루. 나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이런 장소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이 괴상한 생명체의 정체도 알지 못했다. 혼란스러움이 한 번에 내게 찾아왔다. 어질해오는 머리를 간신히 손으로 짚으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게, 이게, 뭔데?

 

오늘이 마지막이래, 소라.”

타이치, 지금 이게 무슨.”

디지털 월드에서 피요몬은 아주 잘 있어. 다른 애들도 잘 있고.”

……….”

널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해. 네 행복을 항상 바라고 있어.”

 

피요몬이란 이름에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운 이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모르겠어. 전혀, 전혀 모르겠어. 답답한 가슴을 나는 몇 번이고 두드렸다. 꺼이꺼이 뱉어지는 울음을 쏟아내어도 내게 되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기억을 모두가 잊는다는 게 난 너무 두려웠어.”

타이치.”

히카리가 계속 그만 하래. 이제 그만 나도 행복해지래. 다른 삶으로, 같이 가재. 자기는 내 동생이니까 계속 함께 있을 거라면서.”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약속했어. 몇 번이고 환생한 너희를 찾아가도 너희는 끝내 기억하지 못했어. 하지만 나는, 그 행복했던 기억을 잃기가 두려워. 소라, 항상 나는 너를.

 

사랑했어.”

 

소년은 울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나보다도 더 애처롭고, 슬프게. 내 어깨를 붙잡고 말해오는 소년에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그저 울지 마, 타이치.” 하고 짧은 말을 건네는 것 뿐. 천천히 손을 뻗어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자 소년이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안녕.”

 

그 날의 기억이 지금과 겹쳐, 형상이 돼서 내 기억 속에 스며들어왔다. 계속해서 자극해오는 눈물샘을 나는 막지 못하였다. 나는 너를 버렸다. 그 날, 너를 냉정하게 내쳤다. 디지털 월드에 이상이 생겼고, 온전하지 않은 세상에서 너는 그대로 자리했다. 떠나는 우리들을 붙잡지 않은 채, 세상이 온전해질 때까지, 너 혼자서 지금까지. 아니. 히카리도 함께.

 

미안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사과뿐이었다. 너를 믿지 못했어. 네가 노력하는 동안 우리는 새로운 삶은 살면서, 몇 번이고 이렇게. 소녀가 나를 미워할 만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아마 소녀에게 우리들은 전부 증오스러운 인간이겠지.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못한 채, 세계를 위해 오로지 둘이서 서로 의지하며 지금까지 버티고, 버텼을 소년과 소녀에게 나는 죄인이었다.

 

나는 이제 가, 소라.”

……….”

하지만.”

 

안녕이라고는 하지 말아 줘. 이제 나를 떠나지 마, 잊히는 건 싫어. 소년의 말에 나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말은 하지 않을게. 내 대답에 만족스러운지, 발갛게 부운 두 눈을 휘어 접으며 소년은 말간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소년을 따라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또 보자, 타이치.”

 

내 말에 소년은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두 눈을 휘둥그레 떠서는 나를 바라보던 소년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를 제 품에 쏙 넣었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내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자, 소년은 더욱 나를 꽉 껴안았다. 내 목덜미에 저의 얼굴을 파묻던 소년은 작게 말했다.

 

넌 나에게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의미 있어.”

 

그래서 내가 몇 번이고 너의 환생을 기다리고, 기다릴 수 있었던 거야. 나를 제 품에서 떼어낸 소년은 다시 한 번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년의 웃음이 처음으로 슬퍼 보이지 않고,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한 미소였기에 나는 잠시 넋을 놓았다. 태양. 소년의 웃음은 마치, 태양과도 같았다.

 

내 손에 다시 한 번 저의 팬던트를 꼭 쥐어주던 소년은 내가 눈을 감았다 뜬 사이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시원한 여름 바람과 함께, 소년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있었다. 반 년 동안 꿈이라도 꾼 건가 싶었지만, 내 손에 꼭 쥐어져 있는 팬던트는 소년이 이곳,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단 하나의 흔적이었다. 하나도 남기지 않은 줄 알았더니, 이거 하나 남기고 갔네. 비는 그 뒤로도, 단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늘 밤의 별은 유독 밝았다. 달칵. 아름답게 밤하늘을 비추는 별을 바라보며 나는 팬던트를 열어보았다.

 

팬던트 속에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우리에 모습에, 나는 너에게. 너를 생각하며 그 말을 읊조렸다.

 

넌 나에게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의미 있어.

 

 

 

*

 

 

 

나에게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의미 있어!”

“You mean more to me than anything in this word!”

 

 

 

Fin_피터팬, 어느새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

*Subtitle : Behind story_피터팬웬디, 팅커벨, 후크의 관계에 대하여.*

 

 

 

 

 

 

 

- 합작 주소 : http://t.co/OehRwI92in

- 소제목을 다 합치면 피털(터)팬.

- 피터팬=타이치 웬디=소라 팅커벨=히카리 후크=야마토

 

 

 

 

 

*모든 글의 저작권은 월화비월(@Moon_m0406)에게 있습니다.

*재업(2015.08.08)

*수정(201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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